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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훈련된, 준비된 자(者)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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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苦盡甘來), 와신상담(臥薪嘗膽)
어쩌면 이러한 사자성어가 무색하지 않은 사람이 유리에셋자산운용의 이택환 본부장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택환 본부장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속칭 ‘스폿라이트(Spotlight)’를 받아온 인물은 아니다. 적어도 2005년 전까지는 그랬다.
그랬던 그를 세상의 이목이 되게 한 것은 ‘유리스몰뷰티주식형’ 펀드이다. 2005년 한해 운용 수익률이 무려 123.68%에 달했으니, 주위의 시선을 비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보일 것이다.
이 본부장이 자산운용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92년 신영증권 조사부에서 직장생활을 출발했던 그는, 96년 증권사들이 계열회사로 투신운용사를 무더기로 설립하던 시점에 부름을 받고 신영투신에 투신했다.이때 의기투합했던 3명의 인물이 있었으니, 현재 이택환 본부장을 포함해 신영투신의 허남권 이사, 현대와이즈운용의 조영현 대표가 그들이다. |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신영투신의 가장 큰 특징은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져가고자 했던 것이다. 3명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려 스타일별로 펀드를 담당했다. 당시 허남권 매니저는 중소형가치주, 조영현 매니저는 중소형성장주, 그리고 이택환 매니저는 대형주 섹터와 자산배분을 담당했다. 돌이켜보면 현재 이들의 운용스타일이 그 뿌리가 어디서부터 연유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시장과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던 듯싶다. 99년 3월 한국종금으로 잠시 외유를 했던 그는, 2000년 7월 와이즈운용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기고 2001년 1월 조영현 매니저를 팀장으로 영입하며 밸류파인더 주식형으로 다시 업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업계에서 본다면 여전히 그는 아웃사이더에 속했다. 대부분의 자산운용회사가 여의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면 와이즈운용은 강남에 위치하고 있다. 그 자체로써 변방에 속한다. 그러나 거꾸로 본다면 기업탐방을 하기 좋은 위치가 또 강남이다. 펀드매니저이면서 철저한 애널리스트적인 접근이 요구됐던 이택환 본부장에게 있어서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좋은 발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당시 그는 대형주/중형주/소형주를 모두 섭렵하면서 투자모델을 갖춰나갔다.
그리고 이때 인종익 팀장을 만나 2003년에 유리운용으로 한 번 더 둥지를 바꾼다. 유리운용은 인덱스나 파생상품 운용에 특화된 운용사다. 업계 풍토상 이러한 형태의 펀드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유리운용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식형 펀드를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이 본부장의 모습은 더욱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유리스몰뷰티펀드가 2004년 8월에 설정됐다. 하지만 이 펀드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수탁고가 100억을 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니, 50억을 달성하기까지도 8개월을 인내해야 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용기와 인내, 자신감, 과감한 후원자, 그리고 그에 보답해야 하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얼마지나지 않아 ‘유리스몰뷰티주식형’은 이러한 구성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물론 2004년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이 중소형주 위주로 상승해 준 것도 펀드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택환 본부장의 운용철학은 ‘잘 아는 것만 하자’며, 그리고 그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다. 시장의 패턴이 대형주위주로 전환할 경우 운용성과가 상대적으로 나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시장에 영합하지 않고 원래 펀드가 추구했던 투자스타일을 꾸준히 유지해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종목을 고를 때, 기업의 실적, 부채비율, 성장성, 경영자 마인드 등을 고려한다. 따지고 보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라는 이름표가 붙은 사람이면 누구나 보는 지표들이다. 물론 그만의 밸류에이션 모델도 있다. 그러나 모델은 단순(simple)하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택환 본부장은 거의 술을 안 한다고 한다. 사실 술에 인색한 사람들은 조금은 깐깐해 보이곤 한다. 다행인지(?) 이본부장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거기다 직원들에게는 무서운 본부장이라고 한다.
열심히 일하라는 것이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기업탐방일정을 잡고 직접 발로 뛰라는 것이다. 모든 운용사가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발로 뛰라고 말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정확한 목표의식과 분석능력을 갖추기란 더욱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이 본부장은 오랜 야인 생활이 도움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갑자기 시장에서 주목받게 되면 겪는 높은 기대치에 대한 부담이다. 규모가 늘어나면 이를 감당해야 할 인력도 필요하다. 처음은 사전에 준비된 것만으로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처음에서만 그렇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는가이다. 과거에는 보는 눈이 적었기에 사명감만으로도 능히 이겨나갈 수 있었지만 이젠 많은 사람들의 질책과 격려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올곧게 자신만의 철학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이 본부장의 특징을 한눈으로 보고자 한다면, 유리스몰뷰티펀드나 유리Growth&Income주식형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된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용기 있는 투자철학이 필요하다.
이러한 철학이 시장에서 어떻게 한 획을 그을지는 우리의 몫일뿐더러 이 본부장의 몫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시간의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제로인 이재순>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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