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피싱(Flying Fishing)

자나 깨나 탐방

날이 춥고 건조해지면서 불조심 강조 기간이 다가왔다. 그러나 소방관의 불조심 구호는 다분히 계절성이 녹아 있지만, 김본부장의 구호는 “1년 내내 자나 깨나 탐방”이다. 탐방을 강조하는 이유는 주가가 급등락 할 때 내 눈으로 확인해 보지 않은 기업의 주식은 어찌할 바 몰라 매도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가 무척 공을 들였던 K종목에 대한 일화다.

“제가 K를 탐방한 후 좋다고 판단이 서서 매수를 했죠. 그런데 이 종목이 하한가를 두 번이나 맞지 않았겠어요? 겨우 흑자 전환한 회사가 무리한 투자를 하겠다고 설쳤던 게 원인이었죠. 그런데 왜 매도하지 않았을까요? 그 동안 탐방 한두번 가봤겠습니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버텼죠. 결국 그 사업을 철회한다고 발표를 했고, 다시 주가가 정상 회복을 했습니다.”

이 종목에 투자를 하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그런데 이것이 배신을 해도 분수가 있지 글쎄 2번이나 시장참여자들의 눈 밖에 나 하한가를 얻어맞았네?! 그래서 전문용어도 아쉽지만 “반등 시 매도 추천”을 했다면 어느 누구도 이 논리에 반박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만을 보고 투자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러나 내 눈으로 확인한 매니저는 이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을 수 있는 똥고집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냉정함 또한 똥고집의 아류작쯤 되겠다.

빅 트렌드에 투자한다.

세월이 흘러 지금 자본시장을 회고해 본다면 2004년 ~ 2005년은 실물자산가격과 증권가격이 동시에 오른 예외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다. 기억된다는 것은 그 만큼 드물다는 것으로, 원래는 실물자산과 증권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게 통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가 막힌 일이 바로 작년, 올해다. 이런 추세를 누가 잡아낼 수 있었을까? 실물자산이 오를 때 증권가치가 같이 올랐으니 이것은 비이성적 풍요(Irrational Exuberance)의 불안한 연결 고리일 뿐이라고, 언제 끊길지 모르는 불안한 매수세의 비이성적 풍요일 뿐이라고 외쳐댄 사람들이 내 건 근거가 무엇이었건 간에 우리는 서슬이 시퍼렇게 치솟는 주가를 확인했다. 그리고 유가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 등 실물자산 가격이 오른 것도 눈으로 본 바다.

이런 큰 흐름은 흐르는 강가에서 끊임 없이 낚시대를 휘두르며 물고기의 움직임을 분석한 자만이 알아낼 수 있는 결실이다. 그리고 결국엔 물고기의 움직임 속에서 환경과 계절의 변화까지 집어내는 직관력이 탄생한 것이다.

백조의 물차기

김본부장은 이런 원칙 속에서도 그는 유연함을 늘 잃지 않는다. 어떤 매니저들은 유연함을 철학으로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김본부장에게 유연성은 철학이라기 보다는 생존 원칙이다. 특히 변동성이 죽 끓듯 하는 한국 시장에서.

김본부장은 우아한 백조인척 하지 않는다. 백조가 우아하기 위해서(=매니저로서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물 밑에선 쉴 새 없이 물차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김백조는 결코 숨기지 않는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단타 내지는 마켓 타이밍을 하는 가벼운(?) 매니저로 오인 받을 수 있는 말이다. 김본부장의 유연성을 물차기에 비유한 것은 매매가 잦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 위에선 여유 있게 떠 있어야 하지만(=장기투자) 백조가 떠 있는 호수(=국내 주식시장)는 좀 이상한 곳이어서 결코 잔잔하지가 않다. 출렁대는 거센 물결 속에서 한번이라도 가라 앉지 않고 우아하게 떠 있어야 하는 게 백조의 숙명인 것을. 다른 호수에서는 잠깐 가라 앉아도 봐 준다고 하던데, 이 호수에선 용납이 안 된다는 것을 김백조는 잘 알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면, “장기투자를 하되, 유연성 있게 시장 대응을 해야 한다.”라는 무시무시한 미션이다. 누구나 말은 하기 쉽지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그가 본부장으로 발탁된 데에는 지점 치어리더 세력이 큰 힘이 됐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잘 이행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지점에서는 까다로운 투자자들에게 얼굴이 서니 좋아했을 것이고 그의 지지세력이 될 밖에. 더구나 늘 1등을 놓지는 걸 참지 못 참는, 남에게 이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강한 승부욕의 소유자니 물갈퀴가 찢기도록 힘찬 물차기를 계속하겠지.

<정승혜, CFA>(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