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경우의 수에도 불구하고, 펀드매니저들에게서는 매니저가 되기 위해 인생의 외길을 고집한 경우가 더욱 많다. 비록 사회의 첫발이 펀드매니저가 아니었다하더라도, 그리고 중간 중간 다른 환경에 처해있었다 하더라도, 정작 그들이 하고자 하는 목표의식은 펀드매니저에 맞춰져 있던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이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KTB자산운용의 박형렬 팀장 역시 이러한 부류 중에 하나다.

처음 직장은 삼성물산이었다. 아직 금융상품에 대해 눈 뜨기 전인 당시에, 국내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이 종합상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주요 투자대상은 해외자원개발이나 금속/금광개발 등이었다고 한다. 금융상품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박형렬 팀장은 입사하자마자 PF와 관련된 연수를 1년이상 받았다. 그러나 연수 후 실제 인사발령은 PF와 무관한 부서로 나고 만다. 결국 회사를 바로 그만두고 금융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계기가 됐다.

95년 장은투자자문에 1년 남짓 몸을 담근 박팀장은 96년 장은증권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증권사 구조조정과정에서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잠시 자리를 증권전산으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운용에 대한 그의 목표의식은 뚜렷했다. 운용의 중심에 서 있겠다는 것이다.

99년 본격적으로 자산운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99년은 펀드업계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면서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높은 몸값으로 당시 신생 자산운용회사나 투자자문회사들의 수요에 따라 속속 움직이기 시작했던 때였다.

당시 현대투신에서 바이코리아 스폿펀드 운용으로 명성을 날리던 장인환 매니저 역시 신생 운용회사인 KTB자산운용의 사장으로 옮기게 된다. 이 때 초기 설립 멤버로 박형렬 매니저 역시 KTB자산운용에 합류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사실 박형렬이라는 매니저의 이름은 현재도 그렇지만 세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어쩌면 매니저가 직업으로서의 독립성을 갖게 된 99년 이후 1세대 펀드매니저 세계라는 그늘에서 박형렬 매니저의 이름은 많은 부분 가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 펀드매니저 1세대가 남겨 놓은 스타매니저의 많은 폐단은 박형렬 매니저와 같은 2세대의 인재들을 팀제운용이라는 명분아래 철저하게 가려놓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KTB자산운용 같은 ‘CEO = 펀드매니저’의 등식이 작용하는, 다시 말해 ‘KTB자산운용 = 장인환 사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회사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작년이후 KTB자산운용은 이러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KTB자산운용의 주식운용은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시장흐름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적극적인 자산배분과 이를 통한 절대수익을 목표로 하는 운용사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적극적인 자산배분이 시장흐름을 적절히 따라가 절대적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결론은 운용결과에 대한 명(明)과 암(暗) 중에서 밝은 면만을 강조했을 때이다. 특히 시장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식편입비율을 줄여 대응하는 전략은 일면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하락이 일시적으로 그친다거나 오히려 시장흐름을 역으로 해석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성과부진은 상대적으로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적극적인 자산배분은 개별 종목에 대한 가치분석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더 많은 역점을 둘 수밖에 없게 한다. 시장흐름을 따라 잡기 위해 매매가 용이한 종목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가 많아, 개별 종목 분석은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TB자산운용은 2004년 이후 운용프로세스의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했다고 한다. 파도를 타기보다는 심해의 거대한 흐름을 읽자는 것이다. 파도의 수면 위를 타는 윈드서핑은 잠깐 동안의 스릴은 만끽할 수 있지만 결국엔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심해에 대한 탐구는 단기간의 흐름에 대한 스릴은 없지만 무궁무진한 바다 속 세계를 음미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세상이다.

KTB자산운용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시장에 들고 나온 대표적인 상품이 KTB마켓스타주식형 펀드이다. 그리고 이 펀드를 소리 없이 운용하고 있는 매니저가 박형렬 팀장이다. 물론 펀드 운용을 박팀장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포트폴리오의 특징이 특별나게 다른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운용과정에 있다. 투자한 종목에 대한 확신과 확신에 대한 이유가 모두에게 합당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각 매니저가 섹터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하고 그 의견이 펀드 결과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다. 독불장군식 펀드 운용, 마치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특허상품이나 된 것처럼 인식하는 오만함이 실패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도 요리사의 손맛을 타야 맛있는 음식으로 재탄생되듯이 펀드를 요리하는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무시될 수는 없다.
KTB자산운용이 말하는 변화라는 것은 결국 좋은 재료를 고를 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각 구성원의 능력을 배양해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와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마켓스타주식형 펀드는 그 의지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현재까지는 양호하게 나온 성과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소도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성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러한 결과는 흔들리지 않는 운용철학과 프로세스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인내를 감내하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아직 KTB자산운용은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박형렬 팀장이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곳에서 반짝이는 것 못지않게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꾸준한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형렬 팀장은 이제 불혹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명(短命)하는 국내 펀드매니저 업계 실태에서, 그를 펀드매니저 2세대 군(群)에서 주목해야 할 매니저 중 한 명으로 부른다면 그의 나이가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평생 직업으로서의 펀드매니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제 그는 진정한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돌을 앞둔 늦둥이 둘째아이의 아버지처럼, 그는 이젠 늦은 세대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이른 세대에 해당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형렬 팀장은 시장의 주목을 받는 몇몇 펀드매니저처럼 카리스마를 가졌다거나, 특이한 운용스타일을 보인다거나, 능수능란한 언변을 가진 매니저는 아니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 즉 주머니 속 송곳처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남의 눈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직 그가 늦지 않았음은 이제 막 주머니 속에 들어갔기 때문이 라고 믿어도 될까.  

<제로인 펀드투자자문 이재순 조사분석팀장>(www.funddoctor.co.kr)

박형렬팀장
고려대 경영학 졸업
삼성물산 근무
장은투자자문
장은증권(국제 영업팀)
한국증권전산
KTB자산운용(99년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