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는 적어도 가치주 투자에 대한 고집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가치주를 정의하기 위해 복잡다단한 통계지표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투자에 대한 확신과 이러한 확신을 유지시켜나갈 수 있는 인내, 그리고 고집에 가까운 자부심  등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그렇다. 내적 수련이 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가치주 투자를 이어나갈 수 없다. 왜냐하면, 시시각각 견디기 힘든 외풍과 맞닥트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치주투자는 어쩌면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 시간동안 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유혹한다. 당장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는 종목을 보면 매혹적인 유혹처럼 끌리기도 하고, 투자한 종목이 단기적으로 고전하면 불안한 마음에 좌불안석이 되기도 한다. 주변에서의 유혹은 더욱 견디기 힘들다. 고객의 압력이 지속되면, 처음에는 용기를 북돋아줬던 회사도 그 하중에 못 이겨 회유의 제스처를 취하곤 한다. 어쩌면 많은 운용사가 가치주 투자를 부르짖으면서도 좀처럼 이를 정립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시간과의 싸움이 힘겹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항상 먹고사는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전무는 3박자를 모두 갖춘 호기를 맞았다고 보여진다.
첫째, 가치주 투자에 대한 자신의 확신이다. 갖은 설명보다 자신이 걸어왔던 투자의 길이 증명해 준다고 믿는다. 98년, 최초의 가치주 펀드라고 자부하는 자신의 이름을 건 펀드(밸류 이채원1호)가 증명하고, 99년 하반기 IT붐에 따라 가치주 펀드가 고전하는 가운데에서도 링사이드에서 수건을 던져 링에서 내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쓰러져 KO가 될 수 없다는 고집이 증명하고, 그리고 그 이후 현재까지의 그 길이 증명한다고 믿는다.

둘째, 시간과의 싸움에서 그는 한 시름 놓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에 내놓은 성장형과 안정형 2개 펀드 이름에 ‘10년 투자’를 명시적으로 박아놓았다. 환매수수료 부과기간도 3년이다. 장기투자, 가치투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펀드는 고객의 이해 없이 운용될 수 없다. 고객은, 펀드가 철학을 갖추는 데 우군이 될 수도 있고, 또 적군이 될 수도 있다.

셋째, 투자 철학을 믿고 맡겨 줄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06년2월에 설립된 한국밸류자산운용은 단 하나의 투자원칙, 즉 가치투자만을 위해 설립된 운용회사라고 표방하고 있다.
자신을 믿고, 회사가 믿고, 그리고 고객이 믿어준다면 일단 첫 출발을 위한 조합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면 남는 것은 이를 증명하는 길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채원 전무를 옭아매는 악몽이자 교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최초라고 자부하는 98년에 설정된 ‘밸류 이채원1호’펀드로부터 비롯됐다. 99년 잘나가던 운용성과가 99년 하반기, 머지않아 버블로 판명 났던 IT붐이 광풍처럼 일면서 ‘밸류 이채원1호’펀드는 악몽의 늪에 빠지게 된다. 속칭 모든 국민이 주식에 미쳐있던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가 아니라 ‘수익률’이었다. 그것도 초단기 수익률이었다.

종목까지 거론하며 항의하는 고객들의 아우성은 당시 이채원 부장을 녹초로 만들었고, 이듬해 2000년 2월 동원투신을 등지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단 펀드는 이제 자신의 펀드가 아니었다. 지금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그렇게 옷을 벗고 나와 버린 자신을 자책하곤 한다. 한편으론 펀드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따라야 되는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동원증권에서 고유상품을 운용하며 보낸 지 6년, 이제 자산운용업계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당시와는 다르게 주변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고객들의 의식도 높아졌다.

또 하나, 동원증권에서 같이 손발을 맞춰온 그 인력 그대로 자산운용회사에 왔다. 그것이 향후에 득(得)이 될 것인지, 손(損)이 될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당장 같은 이해의 폭 내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 득이다.

남들은 다양한 재주가 없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 하지만, 이채원 전무는 오히려 이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운전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심지어 자전거도 못 탄단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주식이란다.

반드시 그것이 좋은 건지를 판단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열정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것이다.

시작이 좋다고 반드시 끝이 좋은 것은 아니다. 고집과 자부심이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도 않는다. 가치투자가 기다림과 인내의 미학이라면, 거꾸로 이는 현재를 부정하고 변명하기 위한 해방구에 그칠 수도 있다.

그것이 진실로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지는, 시장과 투자자들이 좀 더 끈기 있게 기다려주고 그가 증명해야 할 일일 것이다.

<제로인 펀드 투자자문 조사분석팀장 이재순>(www.funddoctor.co.kr)

이채원 전무
중앙대 경영학과 졸
88년 동원증권 입사
96년 동원투신
00년 동원증권
06년 현재 한국밸류자산운용 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