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

마라톤의 42.195Km를 완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내력, 지구력, 아니면 황영조와 같은 선천적인 신체조건?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결 같다는 것’ 아닐까.
처음에 너무 무리하면 후반 레이스에서 처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후반 레이스에만 너무 집중하다보면 초반의 부진을 만회할 수 없다. 42.195Km를 각 5Km 구간마다 쪼개었을 때, 너무 무리하지도 너무 뒤처지지도 않게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한결 같음’이 결국 마라톤과 같은 장기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는 요건일 것이다.

펀드도 그러하다.
특히 신영운용의 신영마라톤 펀드를 두고 하는 이헌우 부장의 이야기다. 이헌우 부장이 말하는 좋은 펀드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성과를 항상 안정적으로 거두어 주는 것이다. 말로는 누구나 쉽게 정의할 수 있지만, 이를 실행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신영운용의 신영마라톤주식 펀드를 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아래의 표는 신영마라톤주식(A형)펀드의 반기별 수익률 및 유형내 %순위를 나타낸다. 06년 상반기를 제외하면 모든 구간에서 상위 20%내외를 기록했다.

(%순위 : 유형내 비교대상 펀드수를 100개라고 가정했을 때의 상대순위)

단기간에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펀드들은 많지만, 운용성과가 여러 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치주 투자처럼 특정 스타일을 표방하는 펀드나 운용회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식시장은 성장주나 가치주 위주, 혹은 대형주나 중소형주 위주 등으로 장세의 흐름이 변하곤 한다. 따라서 펀드가 가진 특징에 따라 시장과 궁합이 맞을 때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궁합이 맞을 때는 높은 상대순위를 보이지만, 반대의 상황에서는 바닥권을 기어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치주를 표방하는 신영의 펀드가 꾸준히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는 데에는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물론 그 이유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용이라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인데다 정물화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동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를 굳이 말해야 한다면, 개인적으로 ‘그들은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를 이유로 들고 싶다.

전체적으로 가치주가 부진한 시장에서나, 반대로 가치주가 좋은 시장에서도, 왜 우리가 부진한 지, 아니면 왜 좋은 지를 쉬지 않고 고민한다. 자신들의 성과가 시장이나 투자자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고민한다.
운용성과가 좋지 않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종목을 잘못 고른 것이고, 잘 고른 종목도 너무 지나치게 사랑한다면 이 또한 감정조절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적절한 긴장감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초심을 유지하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오랜 기간 축적 되면 운용사의 투자 철학이 되고 투자 문화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운용사 문화나 투자 철학이 쉽게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입에 착 달라붙는  포도주의 은근한 맛이 오랜 기간 적절한 온도와 습도 사이에서 숙성되어야 제 맛을 내는 것과 같다. 성급한 마음에 자꾸 들쳐보고 끄집어낸다면 포도주의 제 맛을 애당초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산운용회사도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해서 평상심을 잃거나, 원칙 없이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거나, 수시로 사람을 갈아치운다면, 그 회사를 대표할만한 투자 철학을 기대할 수 없다.

기다림의 미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 기다림의 내면에는 치열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신영운용은 조금씩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대외적으로 ‘아, 그 회사!’라고 인식될 정도라면 일단 고지의 팔부능선에는 올라와 있는 셈이다.
2006년 신영운용이 이헌우 부장을 선택하고, 이헌우 부장이 신영운용을 선택했을 때에는 자질구레하게 회사의 비전이나 운용철학, 투자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특징을 안 이후에는 이심전심인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투자자가 운용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똑 같이 적용된다. ‘우리 회사는 이렇습니다’를 화려한 미사어구로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 회사 아시죠!’라고 말하는 것으로 족하다면 그 회사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허남권 본부장과 이헌우 부장의 인연은 이미 8년이나 묵었다.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동향(同鄕)이나 직장관계로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인연이다. 그들이 끈끈한 인연의 줄을 잇게 된 것은 일(직업) 때문이었다. 남들이 잘 모르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방문하면 항상 그 자리에 허남권 본부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학교나 직장이 아니라 직업적인 공감대 형성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의 결실은 2006년 이헌후 부장이 신영운용 합류로 나타난다.

이헌우 부장은 허남권 본부장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앞선 사람이 닦아 놓은 길을 무임승차격으로 쉽게 가고자 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만의 종목을 바라보는 각도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기존의 것을 베끼는 수준이라면 손 하나 더는 것 외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가치주를 발굴해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 다만, 허남권 본부장이 자산가치에 더 집중한다면, 이헌우 부장은 성장가치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시장수익률에 대한 펀드수익률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베타를 기준으로 표현한다면 허남권 본부장이 0.7수준이라면 이헌우 부장은 0.8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담당하고 있는 펀드에서도 나뉜다. 허남권 본부장이 좀 더 자산가치지향적인 고배당주 펀드를 담당한다면 이헌우 부장은 좀 더 액티브 가치형인 신영마라톤주식을 담당한다.

이헌우 부장은 가치주 투자를 위해서는 이론적인 것보다 실천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변한다. 가치주 투자를 위해서 PER나 PBR이 낮은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펀드매니저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종목을 꾸준히 고를 수 있는 고집과 능력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펀드매니저로서의 능력은 경험이다.
적어도 이 경험에서만큼 이헌우 부장은 자신만만하다.

그의 첫 직장은 동양종금이었다. 1년간의 지점 생활을 거친 후 회사에서 실시한 차세대 펀드매니저 양성프로그램 과정을 수석으로 통과한다. 동양투신에서 펀드매니저 생활을 한 이부장은 좀 더 큰  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당시 업계 최대 운용 규모를 자랑하던 회사는 현대투신(현 푸르덴셜)이었다. 이헌우 부장은 2000년 2월에 이동한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그에게는 고난의 시간으로 점철된다. 주식시장이 붕괴되면서 투자원칙 없이 운용됐던 펀드들을 도맡아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IT버블 붕괴 시절의 IT전용 펀드, 코스닥 펀드, 제3시장 펀드, 스폿펀드, 한 때 회사 수익에 높은 기여를 했던 IPO펀드 등. 게다가 1년이 멀다않고 CIO도 바뀌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시절을 겪으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
투자원칙의 중요성, 종목을 바라보는 시각, 대외적인 네트워크 등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들과 중요한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에는 큰 자산이 되었다.

현재도 그는 고민하고 있다. 현재 자신이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이다. 사실 아직도 업계에는 이 물음을 인식하지 못해 펀드매니저로서의 자신뿐만 아니라 고객의 자산인 펀드마저도 망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물음을 신영운용이라는 좀 더 큰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제로인 펀드 투자자문 이재순 조사분석팀 이사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이헌우 주식운용부장
- 고려대 경영학과
- 동양종금증권
- 동양투신
- 현대투신운용, 푸르덴셜운용
- 06.9 ～ 현재 신영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