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웃기 위해!>

작년 말,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수익률 상위권에 단골처럼 얼굴을 내미는 펀드가 있다. 다름 아닌 동양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주펀드이다. 한 동안 시장의 관심권 밖에 머물렀던 동양운용을 다시 시장 전면에 나서게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 펀드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오랜 숙성 기간이 필요했다. 2005년 3월초에 설정됐으나 작년 말에 들어서야 겨우 100억을 넘어설 수 있었다. 1년 6개월 이상을 수면아래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러나 작년 한해 국내 성장형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올 들어서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펀드 규모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속도를 더해갔다. 현재 이 펀드의 설정금액은 600억이 훌쩍 넘어섰다. 순자산총액(평가금액) 기준으로는 880억이 넘는다. 아마도 지난 4월 운용사가 직접 나서서 추가 판매를 막지 않았다면, 5월 이후 국내 펀드로의 자금 유입 시점과 맞물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몰렸을 것이다. (국내 성장형 펀드는 5월이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감소하다, 5월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양운용의 이형복 본부장은 이 펀드의 대중적 인기가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다.
왜, 그럴까?

사실 운용사가 펀드 하나를 시장에 알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당 부분 시장과의 궁합이라는 운(運)도 도와주어야 한다. 동양중소형고배당주펀드의 양호한 성과 역시 중소형주 강세장이라는 주식시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전히 관심권밖에 머물러 있었을 지도 모른다.
시장지배력이 있는 운용사들이야 다양한 상품 풀(Pool)을 가져갈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수익률만 뒷받침되면 시장에서 쉽게 인식되는 장점이 있지만, 중소형사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리 운용 수익률이 뛰어나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시장에 노출되기 어렵고, 시장에 노출되지 않으면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미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그 언젠가 시장에 노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를 장기간의 성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양중소형고배당주펀드는 동양운용에서는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홍보하고 자금을 끌어 들일만한 호재 펀드임에 분명했다. 그럼에도 도중에 판매중단 선언을 한 것이다.

여기에서 이형복 본부장의 고민과 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동양운용이 특정 스타일 펀드에만 강점을 가진 운용사로 보여 지고 싶진 않습니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동양운용의 나아갈 방향은 더 먼 미래에 있는  것이지, 현재의 만족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수확된 과실을 먹는 것은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만약 지금 이때에 새로운 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그 과실은 당장의 허기를 채우는 데 그칠 뿐이라는 의미다.

“주식 운용규모는 적어도 2 ～ 3조는 되어야 합니다. 이 정도 규모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스타일만 잘해서는 어렵습니다.”
동양운용은 중소형주만 잘하는 운용사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형복 본부장은 07년 뜨는 해와 함께 동양운용에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대형사에서만 있었던 이 본부장에게 있어 중소형사인 동양운용에서의 출발은 기대와 함께 두려움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먼저 조직의 체계를 잡고 운용프로세스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원칙 없이 분배되어 있던 펀드운용에 대한 책임도 새롭게 재분배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로서의 충분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본부장의 생각이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았던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애널리스트로서의 역량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재조정했다. 펀드의 모델포트폴리오도 각 스타일별로 구분해 재정립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전문가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른 전문가와 같이 똑같이 행동하고 노력하고 사고한다면 과연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이형복 본부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이형복 본부장의 생각인 셈이다. 이것은 곧 이 본부장이 현재 잘 나가는 동양중소형고배당주펀드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이형복 본부장의 몸무게는 65kg이라고 한다. 나이와 직업적인 위치 등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잘 관리되고 있는 몸무게로 보인다. 그러나 65kg이라는 관리된 몸무게를 통해 펀드 운용과 결부되는 이형복 본부장의 또 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형복 본부장은 매주(每週) 몸무게를 체크한다. 어떤 주는 주중에 있었던 회식이나 술자리로 인해 65kg을 넘어설 때가 있다. 그 때는 어떻게 해서든 주말이 되기 전에 몸무게를 다시 65kg으로 되돌려 놓는다. 만약 매주 1kg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놓쳐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몸무게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운용도 마찬가지이다. 운용에 대한 문제를 그때마다 처리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시간이 흐른 후에는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상황까지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제 운용업계는 시장보다 잘하는 것이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보다 잘해야 진짜 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동양운용에는 해 놓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 운용에 가장 중요한 재원인 인력이 보강되어야 하고, 시스템도 갖추어야 하고, 조직도 안정화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이형복 본부장이 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중소형사로서 동양운용의 장점에 대해 다음말로 모든 것을 갈음하는 것처럼 보인다.

“큰 회사는 문제를 고치기에는 너무 조직이 크다. 하지만 중소형사로서 동양운용은 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경쟁력 있게 고쳐나갈 수 있다. 그리고 회사는 그럴 의지가 있다”

 <제로인 펀드투자자문 이재순 조사분석팀장 www.funddoctor.co.kr / www.zeroinia.co.kr>

이형복 동양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고려대 경제학 석사
- 한국투신 주식운용본부장
- 미래에셋자산 주식운용3본부장
- 07.1 ～ 현재 동양운용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