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된 집 만들기 '


전국에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4강으로 이끌었던 힘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대다수는 뛰어난 조직력 때문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력이 가능토록 한 히딩크 리더십, 준비기간 중 5:0이라는 패배의 수모를 견뎌낸 인고의 시간, 선수단의 마음에 자리 잡은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 등등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이 필요한 분야가 비단 축구만이겠는가. 사실 어디보다 절실히 필요한 곳이 자산운용회사이다.
흔히 운용사의 핵심은 사람, 즉 인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사람만으로 모든 것이 형통하는 것은 아니다. 잘난 사람들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엮지 못한다면 한낱 모래알에 불과할 것이다. 손 안에 힘껏 움켜잡을 수 없는 모래알 말이다.
그렇다면 인력을 효과적으로 묶어 놓는 끈은 무엇일까. 모래알이 뭉쳐 튼튼한 집이 되는 유용한 재료로 사용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조직이 아닐까 싶다. 조직은 개별 인력의 능력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격언까지 거들먹거리는 것은 이젠 식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조직은 단지 인력의 효과적인 배치와 같은 단편적이고 형식적인 부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의 조직은 문화라는 정신이 깃든 조직을 말한다.
나름 성공한 운용사와 실패한 운용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력 그 자체보다는 그 인력을 보듬는 그릇에서 발생된 문제가 훨씬 많았다. 뚜렷한 운용 철학의 부재, 운용 철학을 실천할 전략의 부재, 주주나 경영진의 운용회사에 대한 이해의 부재, 중장기 인력 양성 체계의 부재,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에 대한 인식 부재, 시스템의 부재 등등

GS자산운용의 윤창보 본부장에게 있어서의 고민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해답을 이 안에서 찾아야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실 시행착오를 겪고 있거나 실패한 많은 운용회사들이 해답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생각하고 고민하면 누구든 쉽게 찾을 수 있는 답안이다. 하지만 막상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현장에 적용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주주나 경영진은 물론이거니와 각 구성원이 회사의 나아갈 바를 알고, 각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며, 목표에 맞는 실천 방법론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래된 회사는 장점이면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운용 철학이나 조직문화가 정립된 운용회사의 경우 오래될수록 고목처럼 튼튼하고 흔들림이 없다. 그러나 잘못된 문화를 가진 오래된 회사에서 고질적인 문제를 뜯어고치기란 달걀로 바위 깨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력을 영입해 앉혀 놓더라도 인력의 능력이 그 조직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없다면 사람만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게 된다.

윤창보 본부장은 그런 점에서 신생 자산운용회사인 GS자산운용은 희망이 많다고 생각한다. 마치 백지 위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잘못된 그림을 일일이 고치기보다는 처음부터 새롭게 그리는 것이 좋은 것처럼.

특히 펀드 매니저 출신 CEO인 김석규 사장과 이심전심인 것이 무엇보다 큰 힘이다. CEO와 CIO 모두 펀드매니저 출신이라는 점은 남들 보기는 좋으나 그 속은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곯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모두 운용에 관한한 한 가닥 한 인재들이니 자신의 생각에 상대방을 위한 공간을 남겨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로의 역할과 책임이 중첩된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윤창보 본부장은 이러한 우려에 마침표를 찍는다. “사장님과 나는 너무나 같은 운용색깔과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운용에 관한한 모든 권한과 책임은 내게 있다. 김석규 사장님은 큰 흐름과 운용 철학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에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윤창보 본부장이 말하는 운용 철학이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바텀-업(Bottom-up) 리서치와 가치투자이다. 사실 듣고 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어느 회사든 바텀-업과 가치투자를 내세우지 않던가. 하지만 모두가 말한다고 모두가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에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러한 시간을 극복한 회사가 결국 좋은 운용사가 된다. 펀드 투자자에게 시간에 투자하라고 하듯이 운용회사도 시간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간의 운용성과에 흔들려 운용전략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바꾸어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킨 사례는 허다하다. 운용을 잘한다고 하는 회사도 따지고 보면 다른 운용회사보다 특출 나게 운용을 잘했다기보다는 자신의 운용 철학에 대한 신뢰를 갖고 흔들림 없이 고난의 시간을 극복했기 때문에 그 빛을 본 경우가 더욱 많다. 그리고 그런 회사라야 사람이 바뀌어도 운용 철학과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윤창보 본부장이 주장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다.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수익률을 내밀며 다그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직원들이 단기성과에 더 휘둘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본부장의 역할은 펀드매니저들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의 창의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윤창보 본부장은 모델포트폴리오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단순히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을 강조한다. 어느 회사나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드느냐 이고, 그것은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직원들은 단기성과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장기성과에 대한 신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에는 분명 성장형 투자기회, 가치형 투자기회가 존재하며, 이중 GS자산운용은 가치형투자기회에 운용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한다. 가치라는 기준 역시 PER이나  PBR 등 단편적인 지표로 정의하지 않는다. sell-side(증권회사)에서 나온 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해 투자지표로 삼지도 않는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기업을 탐방하고 다양한 분석 방법들을 찾아 펀드매니저가 스스로 밸류에이션 할 수 있은 다음에야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GS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들이 기존의 자산운용회사에 있는 그들보다 분명 젊고 경험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윤창보 본부장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흡수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고 한다.

GS자산운용은 주식운용본부, 채권운용본부, AI운용본부가 있다. 하지만 각 본부의 본부장은 아직 없다. 현재 윤창보 본부장이 모든 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윤창보 본부장의 생각은 이렇다.
“각 본부장 자리는 공석으로 놔두고 있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현재 GS자산운용 내에 있는 우리 직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본부장을 영입해 오면 우리 직원들도 결국 외부로 나가야만 한다는 이야기와 같다. 그래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결국 윤창보 본부장은 운용회사의 성패는 능력 있는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회사에서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느냐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GS자산운용도 많은 신생 자산운용회사 중 하나이다. 현재 시점에서 윤창보 본부장이 말한 것들 중 마침표를 찍을 만큼 증명된 것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운용회사의 진정한 색깔이 리트머스 종이에 나타나기 위해서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올바른 거푸집에 들어간 모래알이 시멘트와 물의 올바른 배합으로 뭉쳐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굳기 위해서는 콘크리트가 경화되고 양생되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결국 CEO, CIO, 직원뿐만 아니라 이들의 노력을 끈기 있게 기다려줄 주주의 마음이 얼마나 굳건한 것인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 제로인 판매사컨설팅팀 이재순 이사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윤창보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
- 광운대 경영학과
- LG운용 주식운용팀장
- 튜브투자자문 대표이사
- KB운용 주식운용본부장
08.8 ～ 현재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