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야망과 자신감이 없었다면....'

니체는 말했다, ‘더 이상 자신 있게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죽음을 택하라’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자신 있게 살 수 있는 능력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중 어떤 것이 더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그 중간의 회색지대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죽음을 선택할 용기도, 자신감 있게 세상을 살아갈 능력도 없이 말이다. 결국 죽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니체의 진정한 의도는 자신 있게 세상을 살아야 함을 강조한 것임에 틀림없겠지만.

 문제는 자신 있게 산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이나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 자신에 대한 존재감,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 충분한 경험과 진정한 고뇌 등이 알맞게 버무려져 나오는 결과물이 바로 자신감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라는 것은 대외적으로 증명 될 때 더 충만해지고 견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트러스톤 운용의 박건영 대표를 보면 처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자신감이다. 얼굴 표정, 말하는 어투 하나하나에서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감은 그가 거둔 과거 운용성과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그가 미래에셋자산에 입사한 것은 2004년 7월이었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미래에셋자산의 대표적인 펀드는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였다. 이미 이들 펀드는 현재 재야의 고수가 된 선경래, 피델리티 CIO 김태우 등 쟁쟁한 매니저들이 명성을 쌓아 놓은 상태였다. 맨 바닥에서 벽돌을 쌓는 것보다 이미 쌓여진 벽돌 위에 새로운 벽돌을 올리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박건영 대표의 역할은 제법 높게 쌓여진 벽돌 위에 그 보다 더 안전하고 높게 벽돌을 쌓는 것이었다.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이 말은 작은 나무로 살아남기 어렵다면 스스로 큰 나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성공적인 결과는 수치로 잘 드러난다. 인디펜던스 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그가 미래에셋에 합류한 2004년 7월과 미래에셋을 떠난 2007년 2월까지의 수익률이 무려 125.74%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5.11%, 유형평균 수익률은 83.57%였다. 펀드의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40.63%포인트, 유형평균보다 42.17%포인트나 초과한 성과였다. 그 사이 2300억 규모의 펀드는 1조1000억이 넘는 초대형 펀드로 성장해 있었다.

 펀드만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박건영 대표는 이러한 성장의 중간에 있었고, 또한 그 성장을 목격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미래에셋자산에서의 성공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트러스톤으로의 이동과,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회사로의 전환, 미래에셋과 같은 성장에 대한 포부와 가능성에 대한 확신, 이 모든 것이 그의 자신감 안에 꿈틀거리게 한 것이다.

 사실 박건영 대표가 트러스톤에 오기 전부터 트러스톤은 투자자문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회사 중 하나였다. 물론 회사를 옮길 당시 회사명은 트러스톤이 아니었다. 트러스톤이라는 회사명은 지난 6월 자산운용회사로 전환하면서 바뀐 이름이고, 그 이전에는 IMM투자자문이라는 회사였다. 그러나 투자자문 회사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주식 운용규모가 2조를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는 60여개 자산운용사가 있다. 이중 주식형 운용규모가 1조 이상인 운용사는 27개에 불과하다. 이것을 감안하면 IMM투자자문은 이미 업계 내에서 중상위 수준의 운용규모를 보유하고 있었다. 골리앗이 무섭지 않은 다윗인 셈이다.

 하지만 IMM투자자문이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투자자문회사에서 자산운용회사로의 전환은 단순히 자본금을 늘린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투자자문회사의 운용성과는 베일 속에 가려져 있지만 자산운용회사의 운용성과는 대외로 공시된다는 것이다. 기관 위주의 자금 운용에서 공모펀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을 고객으로 하기 때문이다.
 IMM투자자문은 이러한 변화에서 박건영 대표를 영입했고, 박건영 대표의 영입은 자산운용회사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했다. 특히 고기를 먹어봤고, 먹을 줄 아는 박 대표의 영입은 IMM투자자문으로서는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것과 같았다.

 일단 운용스타일에서 차이가 있다. IMM투자자문 시절의 투자스타일은 가치주 위주의 운용성향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스타일은 좀 더 성장주 위주의 액티브한 운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자신은 굳이 가치주/성장주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나 현상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과거의 IMM투자자문보다 훨씬 액티브하다는 것이다.
 “Bottom-up만을 고집하는 것은 천수답 신세와 같다. 시장은 변화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종목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목 선택에 있어 PER나 PBR이 중요한 지표일 때가 있고, 최근의 글로벌 경제 위기 하에서처럼 B/S분석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시장의 핵심을 흐르는 매크로 변수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이루어지면 포트폴리오는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업종, 종목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통찰력은 산업리스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했던 시절 다양한 기업형태에 대한 분석이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고 말한다.

 IMM투자자문이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전환하면서 의욕적으로 내놓은 펀드가 트러스톤칭기스칸주식형이다. 자산운용회사로서 처음으로 내놓은 펀드의 이름에 전 세계의 군주라는 칭기스칸을 표방한 것은 곧 트러스톤의 야망과 지향하는 바를 드러낸 셈이다.
 일단 펀드 성과는 성공적이다. 운용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의 수익률만을 가지고 펀드의 호불호를 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주어진 기간 내에서 수익률은 최상위권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플러스의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준일 : 2008.12.02 (단위 : 억, %)


 하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박건영 대표의 액티브한 운용스타일은 그대로 녹아 있다. 예컨대 설정초기 전혀 편입하지 않던 통신업종 비중을 8%∼10%까지 늘렸다거나, 13%이상 보유했던 철강금속을 8%대까지 낮추는 등의 변화들을 들 수 있다. 박건영 대표가 얘기하듯 살아있는 MP와 AP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트러스톤에는 박건영 대표를 포함한 3명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황성택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 박건영 대표와 김영호 대표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이들 세 명 모두 운용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박건영 대표가 운용사에 합류하기 전에는 황성택 사장이 2조라는 규모를 키워왔다. 김영호 대표는 리서치로 그 밑바탕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박건영 대표가 2조라는 너른 반석 위에 더 높은 건물을 세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3명의 대표가 운용 전문가라는 것은, 좋게 보면 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게 보이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마치 로마의 삼두 정치처럼 불안한 동거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운용사의 경우 핵심인력의 안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트러스톤의 성공은 어쩌면 이 삼두체제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트러스톤은 Trust(신탁)와 Stone(돌)의 합성어라고 한다. 즉, 투자의 반석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감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투자의 반석으로 인정받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 만들어지는 많은 회사들이 높은 목표와 야망으로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중간의 어느 지점에서 보면 그 때 그 회사들의 초심은 사라진지 오래인 회사들도 많다. 트러스톤이 많은 회사들 중 그저 그런 하나의 회사가 될 런지, 아니면 그 중에 도드라진 회사가 될 런지는 알 수 없지만, 후자가 되기 위한 박건영 대표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 제로인 펀드투자자문 조사분석팀 이재순 이사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

박건영 대표

- 경북대 경영학과 졸업
- 산은캐피탈
- 유리스투자자문
- 미래에셋자산운용
- 07.2 ~ 현재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