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손으로 빚는 해외투자펀드....'

하는 일과 그 사람의 생김새를 비교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 의외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또 갸우뚱해진다. 속칭 생긴 외모와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정두 본부장의 외모를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마치 1000피스 퍼즐의 마지막 피스를 꼭 맞춰 끼울 때의 느낌이랄까. 우리는 흔히 이것을 두고 ‘적재적소’라는 용어를 쓴다. 그렇다. 그를 보면 글로벌운용본부장이라는 명함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오뚝한 코, 하얀 피부가 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그러나 그의 역할을 단순히 직책과 외모를 연결시키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글로벌 ‘운용’ 본부장이라는 본분에 적합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 본부장으로써 ‘운용’을 총괄한다는 것이 무어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것이 국내 운용회사의 실정이다.

국내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해외투자펀드는 어쩌면 겉만 번지르 하다. 국내 운용사(혹은 국내법에 의해 설립된 운용사)가 펀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국내 자산운용회사가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것 같지만, 실은 대부분 해외운용회사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있는 운용회사는 유동성라든가 환 헤지만 관리하는 일에 그친다. 운용회사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 ‘운용’에 있다면 사실상 운용의 본질을 포기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투운용의 해외투자펀드에 대한 접근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해외운용회사에 운용을 위탁하는 비용과 국내에 조직과 인력을 갖추기 위한 비용을 비교하면 위탁 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싸게 먹히는 일이라고. 특히 시장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상품 출시를 할 수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위의 발언은 훨씬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서 키운 해외투자펀드 시장은 진정한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만약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갖은 역경을 딛고 투자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전자 및 통신 산업이 손쉬운 접근에만 만족해 살았다면, 과연 현재와 같은 성장이 가능했겠는가? 오랜 세월 어려운 투자의 시기를 보내는 대신, 다양한 옵션의 자동차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만 자동차 산업에 접근했다면, 국내시장을 해외 기업에 내준 채 오늘 이 시간도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했기 때문에 이젠 거꾸로 글로벌 시장에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을 팔 수 있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자산운용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비용이 낮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국내 운용사의 해외투자에 대한 시장 기반은 취약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내년 말 이후 국내 설정 해외투자펀드(역내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이 없어지면 사실상 해외투자를 위한 국내 기반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바로 이러한 것이 서정두 본부장이 염려하는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해외투자 영역에 과감히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한투운용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동인이 됐다. 글로벌운용본부라는 그럴싸한 명패아래 단순히 유동성만 관리하는 수준이라면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의 욕심은 한투운용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회사의 생각이기도 하다. 우선 조직 및 인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기존 2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던 조직을 5개 팀으로 확대했다. 1팀에서 3팀은 운용팀, 4팀은 전략팀, 5팀은 지원팀이다. 이러한 조직 구성은 마치 국내투자 운용팀의 조직처럼 역할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형태이다.
이밖에 홍콩과 베트남에도 별도의 운용 조직을 두어 운용에 대한 커버리지를 두텁고 넓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주로 아시아 이머징 시장에 초점을 맞춘 조직과 인력이다. 이것과 관련해 서정두 본부장의 계획은 이렇다. 올 해는 조직을 완전히 셋업하고 내년에는 권역(region) 단위로 투자지역을 확대하며, 내후년에는 선진국 시장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해외투자펀드 시장에 대한 그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상품을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팀이 글로벌운용3팀이다. 글로벌운용3팀은 헤지펀드 및 대안펀드를 담당한다. “이제 해외펀드시장에서 뮤추얼펀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국내 자산운용회사가 진출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국내 펀드를 해외투자자에게 팔기 위해서는 좀 더 차별화되고 성과 하나만으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합니다.” 서정두 본부장은 그 대안으로 헤지펀드나 대안펀드를 들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국민투자신탁 시절 동고동락했던 양봉진 부장을 영입했다.

서정두 본부장이 한투운용의 글로벌운용본부장을 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직장 생활은 국민투신(현 푸르덴셜)에서 시작됐다. 99년 1월 삼성투신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인덱스와 대체투자를 담당했다. 약 5년을 삼성투신에서 보냈던 그는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다. 2003년 새마을금고연합회의 국제투자팀으로 발탁된 것이다. 여기서 그는 헤지펀드 투자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헤지펀드 업무를 하면서 해외의 다양한 자산운용회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헤지펀드 업무 중 하나가 운용회사에 대한 실사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많은 해외 자산운용회사를 경험한 것이 현재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헤지펀드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형성됐다. 그리고 헤지펀드에 대한 그의 관심은 ‘헤지펀드’라는 번역서로 이어졌다.

한편, 그가 해외자산운용회사를 접해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해외자산운용회사의 벽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수많은 애널리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자랑하는 세계 유수 자산운용회사의 본질을 뜯어보면 사실상 숫자놀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머징 시장에 대한 해외운용사의 수준과 국내 운용회사의 역할을 비교하면 절대 국내 자산운용회사가 뒤처지지 않는 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의 앞길에 장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먹고 사는 문제이다. 조직과 인력을 투자했으면 비용에 걸 맞는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손실에는 투자 없다고 했다. 나름대로 완벽한 조직과 인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운용성과가 뒷받침되지 않고 운용성과가 운용규모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조직과 인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취해 수선화로 핀 나르키소스처럼, 자신의 생각이 담긴 조직과 인력의 구성에만 만족해 취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서정두 본부장뿐만 아니라 운용사의 장기적인 플랜, 투자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상품성과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 제로인 펀드투자자문 조사분석팀 이사 이재순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서정두 한투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

ㅡ국민투자신탁
ㅡ삼성투신운용
ㅡ새마을금고연합회
ㅡ알리안츠운용

08.1~ 현재 한투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