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센 바다 속 진주조개 찾기'

08년 들어 한국증시가 힘겨운 시간을 버텨나가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들 역시 고전하고 있다. 높은 시장 민감도와 변동성으로 지난해 상승장의 수혜를 톡톡히 본 세칭 잘나가는 펀드들은 올 들어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는 상승세를 이어온 펀드 수탁고 추이를 완만하게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많은 것처럼, 이 같은 어려운 시기 속에서 설정액의 급증이 두드러지는 펀드가 있었다. 그 주인공인 KB운용의 ‘신광개토선취형주식’펀드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설정잔액이 200억 원이 채 안되었으나, 작년 말 400억 원을 넘기 시작하더니 08년 7월말 현재는 6천5백억 원을 초과하는 대형편드로 성장했다.
사실 이 펀드는 그간 KB운용의 다른 펀드들에 가려져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부진했던 전기전자 비중이 높았던 탓에 KB운용 펀드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중에도, 이 펀드는 펀드 유형내 상위권을 굳건히 유지해왔을 뿐 아니라 08년 주가 하락장에서도 약진을 계속 해왔다. 결국 설정된 지 2년 반 만에 마침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진흙 속 진주를 키워내는 조개처럼 이 펀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했던 선두에는 KB운용의 주식운용 1팀장인 정원석팀장이 있었다.

팀 운용을 표방하는 KB운용은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1팀, 2팀과 사모펀드들 담당하고 있는 3팀 및 리서치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구심점에는 송성엽본부장이 있다.
사실 각 팀이 나뉘어 있어도 섹터 매니저의 역할을 담당하는 매니저들과 리서치팀의 협작품인 모델 포트폴리오(MP)를 중심으로 운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팀 간 펀드의 성향이나 성과가 크게 상이하지 않은 것이 KB운용의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MP를 80%나 추종하는 KB만의 고집스러울 만치 타이트한 운용 프로세스는 펀드들을 하나의 성과로 통일시켜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매니저로서 펀드 운용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 보이는 프로세스이지만, 정원석팀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나머지 20%의 재량권에 충실했고, 그의 전략들이 적중하며 펀드 성과를 끌어올렸다.
KB가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축과 타이트한 MP 추종이라는 특징을 보인다면, 그는 이러한 모든 요건을 충족하면서 자신만을 색깔을 가미했던 것이다. 이는 신광개토주식펀드 뿐 아니라 그의 팀이 담당하고 있는 M&A 펀드에도 드러난다.
M&A의 펀드는 작년 설정된 이후 양호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저런 업계소문에 휘둘리기 보다는 기업 내부적인 분석을 통해 얻은 확신을 바탕으로 선택한 몇몇의 M&A 대상 종목에 주력한 것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최근 펀드 초과성과의 주역이었던 제일화재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는 자신이 아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여기에 집중하는 정원석 팀장만의 강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사회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상품운용이 하고 싶었다는 그는 면접장에서 배짱 좋게 상품운용이 아니면 자신을 선발하지도 말라고 으름장을 놓을 만큼 운용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입사한 현대증권에서 기대와는 달리 리스크관리팀에 배정되었고, 상품운용을 할 수 있기를 원했던 그에게 회사는 기다리라고만 했다.
선배와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는 오지 않는 기회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발 벗고 찾아 나서야겠다고 작정했고, 그렇게 그가 찾아 나선 곳이 바로 신영운용이었다.

당시에도 신영운용은 중소형주 발굴,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색깔이 뚜렷한 운용사로 정평이 나있었다. 하지만 조직 내부적으로는 공모펀드를 주로 담당하는 중소형주투자 위주의 팀 외에도 사모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대형주 중심의 운용팀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신영운용에서 대형주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운용했다.   
 
자신도 가치투자를 하고 있다고 웃는 그이지만, 소위 대형주들을 선호하는 그로서 중소형주위주의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신영운용이라는 조직 내에서는 어떠한 한계를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좀 더 액티브한 운용을 하기를 원했고, 그 후 그의 뜻대로 현 KB운용의 이원기사장으로부터 KB운용 입사를 제안 받게 된다.

특히 대형 우량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이원기사장의 운용철학은 그를 KB운용으로 자연스레 이끌었다. 국경을 추월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에 투자한다는 KB운용의 전략은 종목선택의 폭이 국내 대형주들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KB만의 대형우량주 투자전략이 구축된 것이다. 이 같은 KB운용의 철학과 정원석팀장 사이에서의 교감은 그가 KB운용 속에서 자신의 운용 색깔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뭇 매니저들처럼 회사의 제약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투정을 하지도 않으며, 타이트한 운용 프로세스로 인해 잃어야 했던 많은 기회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투자 가능한 종목들이 KB운용이 생각하는 대형우량주들로만 한정지어 졌다 해도 그는 이 속에서 잃은 기회보다 얻은 것들이 더 많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대형 우량주 하나의 스타일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초과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들로 구색을 갖추기 보다는 KB운용이 잘할 수 있는 대형우량주 펀드들만 하겠다는 KB운용의 고집스러움과 그의 운용 철학은 데칼코마니처럼 꼭 닮아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 고집스러움이 운용에 대한 편식이 되지는 않을지 일말의 걱정이 남는다. 앞으로 그가 대형주 스타일 펀드의 스페셜리스트로 남게 될지, 아니면 대형주 편식으로 오히려 허약해질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판단될 것이다.
 
     
< 제로인 펀드투자자문 조사분석팀 공승희 연구원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정원석 KB자산운용 주식운용 1팀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LG-EDS시스템 SI설계, 개발  팀원  
-현대증권 위험관리 팀원  
-신영투자신탁 주식운용 과장  
-제일상호저축은행 주식운용 차장  
-현 KB자산운용 주식운용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