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2.51% 수익률. 키움자산운용이 국내일반주식펀드에서 낸 성과다. 키움운용은 1분기 국내일반주식펀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견인한 것이 키움운용의 대표 펀드 중 하나인 '키움승부' 펀드다. 이 펀드는 1분기 12.57% 수익률을 내며 전체 국내일반주식 펀드에서 6위를 기록했다. 최근 1년 수익률도 2.13%로 플러스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04%, 다른 일반주식펀드 평균 수익률이 -9.52%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좋은 성과다.

"작년 유럽 재정위기로 증시가 급락했을 때에는 저도 미처 방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후 회복하는 과정과 최근 박스권 장세에서는 꾸준히 초과 수익을 쌓으면서 결과적으로 높은 기간 성과를 이뤄낸 것 같습니다."

키움승부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엄준호 주식운용팀장으로 펀드가 설정된 2010년 말부터 운용을 맡아왔다. 그는 1998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이코노미스트로서 처음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고, 이후 동원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을 거쳐 2010년 말 키움운용 출범과 동시에 입사해 주요 주식형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키움 승부펀드가 출시되던 2010년 말은 자문형랩 열풍과 더불어 펀드시장에서도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펀드'가 유행이던 시기다. 승부펀드 역시 소수 업종과 테마를 선별해 집중 투자한다는 컨셉으로 출시돼 관심을 모았다.

실제 운용 초기에는 편입종목이 20여개로 압축 포트폴리오로 운용됐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 중에 편입 종목 수가 늘어나 40개 가까이까지 늘었고, 유럽 재정위기에서 급락한 시장이 회복하던 하반기에는 20여개로 줄었다가 현재 다시 2월 초 기준으로 42개까지 늘어나 있다.

엄 팀장은 "이 펀드는 종목을 압축해서 투자하는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소수 종목에만 집중해서 투자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종목보다는 업종을 압축해서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동안 증시를 보면 경기순환 단계별로 수혜를 받는 업종이 차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구간이 완만하게 상승했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지요. 순환하는 구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각 구간별로 수혜를 받는 업종에 집중 투자하자는 것이 제 투자철학입니다."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던 작년이나 올해 들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업종 집중을 잘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자평했다.

"큰 그림으로 보면 작년 상반기에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제때 잘 담았던 것 같고, 유럽 재정위기가 일어났을 때에는 오히려 이를 통해 경기는 바닥을 찍을 것으로 판단해 경기민감주인 IT 업종을 높게 가져갔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1년 내내 금융업종을 낮은 비중으로 유지했기 때문에 금융업종 부진의 영향도 덜 받았죠."

반면 올해 초부터는 지난해 비워뒀던 금융주의 비중을 높인 덕분에 최근까지 이어진 금융주 반등장세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이런 엄 팀장의 투자 스타일은 '바텀업(개별 기업가치에 집중)' 방식을 선호하는 다른 펀드매니저와 달리 '탑다운(거시경제 전망에 따라 종목을 판단)'을 중요시하는 그의 투자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로서의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금도 키움운용에서 거시경제 분석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현재 키움운용은 섹터 매니저 체제로 펀드매니저들이 리서치와 운용을 병행하는 시스템인데, 펀드 편입 종목의 기본이 되는 모델포트폴리오(MP)는 각 섹터 매니저들이 비중과 종목을 제안해 만들어지고, 회의를 통해 합의해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최근 키움승부펀드의 포트폴리오 편입 종목을 40여개까지 늘린 것은 올해 상반기에는 시장이 부진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엄 팀장은 "전반적으로 시장이 힘들 경우에는 시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인덱스처럼 펀드를 운용하려고 한다"며 "현재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시장중립적으로 운용중이며 다시 모멘텀이 살아날 경우 본래의 업종집중 투자전략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증시는 상저하고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봅니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부양책이 올해 시장을 지배할 만한 큰 이슈인데, 상반기에는 유럽 국채만기가 집중돼 있어 시장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며,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기부양 역시 현재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악재는 완화되고 호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증시 반등의 변곡점이 나타난다면 최근 IT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 좋았던 중국 관련주인 화학이나 철강 등의 소재업종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팀장은 기본적으로 대형주를 선호한다고 했다. 개별 종목보다는 업종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다. 현재 키움 승부펀드의 운용규모는 300억원 남짓으로 소형급에 속하지만, 앞으로 덩치가 커지더라도 투자전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직 펀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최근 펀드 환매 러시 속에서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봅니다. 지금처럼 성과를 유지해나가면서 펀드가 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