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멀티플레이어로 일하는 일꾼들이 살아남는 구조다. 멀티플레이어면서 한 우물만을 파는 장인정신으로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펀드매니저도 예외는 아니다.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수많은 업종과 종목을 분석하고 노하우가 쌓여야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각도에서 기업을 분석하기 위한 다방면의 전문성이 크게 작용한다.

주식운용 17년 경력의 임정재 매니저는 주식시장에서는 멀티플레이어지만 IT분야에는 장인정신으로 진검을 품고 있다. 1995년 현대종합금융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현 트러스톤운용의 황성택 대표이사의 도움으로 펀드 매니저 길을 걷게 됐다. 2002년 미래에셋운용으로 옮겨 IT섹터에 대한 리서치와 ‘인디펜던스2호’펀드 등의 공모펀드 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최초 개방형 뮤추얼펀드를 만들고, ‘미래에셋 신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함께한 것이다.

주식시장에 노하우를 쌓은 임 매니저는 2006년 신한BNPP로 옮겨와 진검을 빼 들었다. 전문분야로 생각하고 있는 IT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신한BNPP프레스티지코리아테크’펀드를 운용하게 된 것이다. 임 매니저가 오랫동안 분석해왔던 분야지만 펀드 운용은 순탄치 않았다. 테마 내에서 성적은 양호했지만 IT업종이 시장에서 소외돼 코스피를 밑도는 성과가 2년가량 이어진 것이다.

또한 IT업종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독주를 운용규제로 따라가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SH운용과의 합병 및 조직개편으로 담당펀드가 변화됐지만 2012년 6월부터 이 펀드를 다시 운용하게 됐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벤치마크 및 투자전략도 바꿨다. 삼성전자의 투자제약을 벤치마크에 반영하기 위해 실링(종목별 상한 비중)방식의 WMI500정보기술지수를 사용했다. 과거 다소 높게 가져갔던 IT업종에 대한 투자비중도 100%로 변경, 진정한 테크펀드로 진검을 빼 들었다. 

임 매니저의 전공 분야에 투자하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았다. 특히 IT업종에 중소형주가 많아 수급이 꼬이는 등 기업가치와 관계없이 주가가 움직이거나 적은 풀 내에서 저평가 종목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장에서 IT섹터가 소외되는 등 매니저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테마펀드매니저로 테마 내에서 이기겠다는 의지와 IT업종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도 보였다. 임 매니저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고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여기서 가장 돋보이는 산업이 IT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글로벌 탑티어(Top Tier)로 인정받고 있는 핸드폰, 반도체, LCD 등의 수혜가 기대되구요” 라고 했다. 

임정재 매니저의 운용철학은 회사의 철학인 ‘원칙에 충실하자’, ‘가치투자(저평가주 투자)’, ‘리스크관리’, ‘시스템어프로치’와 기본적으로 함께 하지만 이중에서도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하는 철학으로 꼽았다. 운용과 리서치인력이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참신한 종목 발굴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지만, 시장에 애널리스트가 많아진 지금은 시장에서 보는 관점과 본인의 관점 차이에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한다고 전했다. 시장이 발달하며 컨센서스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의견 차별이 종목의 수익률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해당 분야에 시장보다 전문적이지 못하다면 찾기 힘든 대목이다. 

실제 투자에서는 핸드폰, 반도체, LCD의 업황이 같이 움직이기도 하고, 달리 움직이기도 해 각 업황간의 차이를 관찰하고 생산라인을 확인하면서 중소형 부품업체 보유를 통해 주가 상승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리서치팀과 운용팀에서 IT를 담당하는 홍윤표차장과의 의견조율이 긴밀하게 작용한다.  

다시 운용을 시작한지 1년을 갓 넘긴 상황에서 ‘신한BNPP코리아테크’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6월 10일 기준으로 1년 수익률은 13.1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4.81% 상승에 그친 코스피에 비해서 매우 우수한 성적이다. 핸드폰산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관련 부품업체의 강세가 주요했지만 관련테마지수인 KRX IT 보다도 2.02%포인트 높은 성과다. 다시 운용을 시작한 지금으로서는 만족스러운 성과다.

주식운용은 무에서 유를 창출해 가는 과정이다. 가격이 없는 재화의 가격을 결정하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인 IT섹터에서 시장선도자로서의 임정재 매니저를 기대해본다.

< 제로인 매니저리서치팀 류승미 www.FundDoctor.co.kr >

임정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팀장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현대종합금융
- 미래에셋 리서치센터
- 미래에셋자산운용
-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성장형운용팀
- 現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