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투자신탁운용 김자혁(48) 상무는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단연 터주대감으로 꼽힌다. 13년간 펀드매니저 생활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온 것으로 유명하다. 하락장세에선 적게 잃고 상승장에서는 고수익을 안겨주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김 상무는 따로 숨겨놓은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 철저히 펀더멘털에 기초해서 가치투자를 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부지런해야 한다. 김 상무는 요즘도 매주 빠지지 않고 기업탐방을 다니고, 산더미처럼 쌓인 보고서나 자료를 읽어 제친다.

비너스 단기주식01호는 펀드 설정 후 3개월이 지나면 수수료를 내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 고객들의 성향 때문에 단기라는 말이 붙었지만 김 상무는 철저히 기업을 분석한 후 종목을 편입했다. 그러면서 길게 끌어왔다. 다만 그는 자기가 잘 모르는 회사의 주식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편입 종목은 다른 펀드매니저들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또 한 종목에 토끼몰이식으로 몰아넣지는 않지만 종목마다 ‘악센트를 준다.’ 편입 비중을 달리한다는 말이다. 그는 종목을 자주 사고팔지 않는다. 일반적인 국내 펀드매니저들과 비교하면 매매회전율이 반밖에 안 된다고 설명한다. 철저하게 종목 선정을 했으니 옮겨타기를 할 필요도 적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92년 국내 증시가 외국에 개방되고 IMF 사태 이후 경제체질 자체가 바뀌는 등 국내 증권시장은 두 차례에 걸쳐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거래소는 최근 몇년 사이에 많이 선진화됐다고 여긴다. 다만 코스닥은 아직 불합리하다고 느끼기에, 7% 미만으로만 투자한다.

그는 기관투자가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거래소 투자분위기는 몇년 사이에 확 바뀌었지만 아직도 기관들이 쭈뼛쭈뼛하면서 들어오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기관의 최고경영자들 가운데 저금리 시대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주식시장을 경원시하는 경우도 많다.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관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상무는 최소한 펀드매니저 생활을 3~5년씩 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매니저들은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15년간 지수가 500에서 1000 사이에서 움직였고, 지수는 지난 10년 평균 710을 기록했지만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은 꾸준히 수익을 내왔다는 것이다. 외국에는 애널리스트 등의 경험을 쌓은 뒤 40대 때부터 펀드매니저를 하는 경우가 많고, 60~70대 펀드매니저들도 많다. 그는 한국의 워렌 버펫을 꿈꾸는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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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