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김경배

경력

1986.2월 : 서울대학교 경역학과 졸업
1989.8월 : 한국투자신탁 입사
1991.5 ~ 1993.4(1년 11개월) : 채권운용부(채권운용역)
1994.1 ~ 1994.6(5개월)        : 조사부(증권조사분석 업무)
1994.6 ~ 현재(6년)             : 주식운용팀(펀드 운용역)
                                        현재 주식운용2팀장

특기사항

▷스파트 펀드 최단기 결산 : 초일류 Spot25호
(4일 경과 13.15% 달성)
▷'99년 스파트 펀드 54개 2.671억 조기결산
▷'98년 투신협회발표 안정성장형 펀드 1위(개인연금 1호 40.84%)

"휴우." 오후 3시께, 주식시장의 종료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담배를 찾아 문다. '오늘도 선방했구나' 하는 마음으로.

모든 신경을 시황과 주문단말기에 집중시켜야 하는 펀드매니저 생활이 올해로 6년째지만 주식이 거래되는 매순간 긴장하는 것은 베테랑이라 해도 다르지 않다. 더구나 주변에서 말하는 '잘 나가는 펀드매저'인 그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부 성장 2팀 김경배 팀장.
현재 그는 8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60여개의 펀드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달 동안 그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 수익률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중 절반인 30개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이 10%를 넘었다. 같은기간 KOSPI200지수가 12.61% 상승했고 종합주가지수가 12.21%, 코스닥지수가 5.35%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부시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이렇듯 뛰어난 성과를 낸 것에 대해 그는 "글쎄요" 하며 겸연쩍어 한다. 펀더맨털을 중시하며 장기 보유하는 편이라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70%정도를 30개 종목으로 구성한 기본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시장변화에 탄력적 매매가 가능한 10개 내외의 전략적 종목을 발굴하여 투자한 것이 운좋게 작용했다고 털어놨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장세 예측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5월 중순 주가지수가 700에서 650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털어왔던 다른 매니저들과는 달리 오히려 운용자산의 약 5%에 해당하는 40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펀드별로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의 95%까지 주식투자비중을 확대시켰다.

이때 매수한 대부분 종목들이 6월 들어 50%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금융주, 4~ 5월중 투신권의 환매집중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과매도 됐던 우량 개별종목 및 M&A와 관련된 테마주와 일부 우량 코스닥 종목들이었다. 특히 M&A관련주는 M&A가능성 그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기존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안정지분을 확보해야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리라는 점을 간파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그의 판단이 언제나 옳았던 것 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올해 초가 김경배 팀장이 펀드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가장 힘든 기간이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그가 운용하는 펀드들은 주변의 펀드에 비해 평균 7~ 9%정도 수익률이 높았다.

11월말 들어 IT바람이 거세게 불며 선두권에 섰던 김팀장의 지위는 흔들렸다. 벌려놓은 것이 많아 쉽게 포지션을 정리하지 못했다. 성적은 중간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도 김팀장은 "당시처럼 시장흐름이 급변한 것은 처음이었다" "운용을 도저히 못하겠더라"며 몸서리친다. 시장의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자 올해 1월 후반 IT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수익률은 다시 회복세를 탔다. 이미 상당폭 상승한 거래소 종목보단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 코스닥 종목을 매수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지난해 말처럼 수익률이 떨어질 때 펀드매니저는 이중으로 괴롭다.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에 대한 걱정 뿐 아니라 자신을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원성도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다. 김팀장은 십분 이해하면서도 그렇다고 운용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운용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직접 응하지 않는다. 대신 E메일 등을 통해 문의해 오는 투자자들의 요구나 의문에 대해서는 성의껏 답변한다.

김팀장은 "투자자들의 질문이나 항의가 많을 때는 시장의 변곡점일 때가 많습니다. 800포인트가 깨질 것으로 보느냐, 지지할 것으로 보느냐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류를 이룹니다"면서 "돌이켜보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많을 때가 곧 바닥이더군요"라고 시황으로 해석한다.

김팀장이 운용하는 펀드의 성격은 주식편입비중이 높은 성장형이다.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않은 곳 없듯이 펀드에 대해 관심은 차이가 없고 대부분 펀드의 포트폴리오도 비슷하다. . 다만 목표수익률을 조기 달성해야하는 스폿펀드의 경우 몇몇 종목에 한정해 공격적으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할 뿐이다.

그는 파생상품 거래를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긴다. 그렇다고 아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편입 한도의 10%정도만을 선물에 투자, 주가 하락에 대비하곤 한다. 그러나 펀드설정초기 주가지수를 따라잡기 위해 스펙(투기적 거래)을 거는 일은 거의 없다. 매사에 신중을 기하는 그의 생활태도가 자산운용 과정에서도 드러나는 듯 하다.

지난 1,2월 그가 운용하는 펀드수익률에 크게 기여했던 코스닥 주식 보유비율은 한 때 20%에서 현재는 약 5%내외로 낮춘 상태.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번 매수하면 최소 6개월은 보유한다는 그의 운용패턴을 볼 때 코스닥 시장이 상당기간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듯 하다.

그는 높은 수익률을 내는데 나만이 아는 특별한 종목은 애당초 없다고 한다. 전략종목이란 어느 정도의 펀더맨털이 뒷바침 되면서 주가 과도하게 빠진 종목들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업가치가 우량한 종목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추세선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될 때 편입시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김팀장은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주식관련 간접투자상품의 대규모 만기가 일단락돼 수급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있다. 채권매수기반 확충에 따른 금융불안 해소, 상장기업의 반기실적 호조, IMT-2000사업자 선정,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과 M&A에 대한 제도적 허용 등의 굵직굵직한 재료들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적대적 M&A에 대한 제도적 허용은 주식형 사모펀드 가입자 증가 등의 주식수요기반 확충을 통해 증시의 활력소가 될 뿐 아니라 자발적인 기업구조조정의 완결을 이끌어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수에 대한 접근은 단기적으로 800선 미만에서는 매수, 850선 전후에서는 매도우위를 반복할 예정이다. 핵심 블루칩과 낙폭과대 옐로우칩 종목군 및 적대적 M&A관련 종목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이들 종목에 대한 매수규모를 확대해 나갈 전략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메디슨 한글과컴퓨터 KTB등은 당분간 처분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최근 운용사와 판매사로 분리되면서 투신사들이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전략회의 등을 신설하고 있는데 대해 그는 취지는 좋지만 펀드매니저들의 권한과 책임을 감소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워크를 높이면서도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특성을 살려주는 시스템이 펀드매니저나 회사측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펀드매니저들이 보다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장기펀드 비중을 높이고 잦은 인사나 이직 등으로 펀드 담당자들이 교체하는 일도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김팀장은 강조한다.

기자와 한 시간쯤 인터뷰를 마치고 김 팀장은 아직도 밀린 일이 있다고 일어선다. 그날 시장에 대한 정리회의를 해야 하며 저녁 7시에는 모처럼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한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내일을 위해서도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7시 반까지 출근해 30분 동안 전체 회의를 하고 또 20분 동안 팀내 회의를 거친 후 그날 매매할 종목이나 환매신청 여부를 챙겨 매매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edaily 김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