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론 인덱스펀드가 가장 매력적”
박용명(34) 팀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화가 하나 있다. 지난해 지수가
500대 초반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한 할아버지가 그를 찾아왔다. 당시는
지수의 바닥이 어딘지 모두가 겁먹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박 팀장에게 2억원을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도 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판에 인덱스펀드에 말이다.
박 팀장은 긴가민가하면서 할아버지에게 불안하지 않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걸작이었다. “3년 안에 한번은 700까지 가지 않겠어요?” 말
그대로 3년에 한번 가기만 한다면, 그 때 돈을 찾아도 40%는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팀장은 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했다. 혹시나 지수가 빠져
홧병이라도 나면 큰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7억원 가운데 2억원을
맡기겠다는 할아버지를 ‘꼬드겨’ 1억원만 맡기라고 충고했다.
이 얘기는 국내처럼 증시의 성장가능성이 높은 나라에서 인덱스펀드가
가진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복제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지수의 상승과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장이 빠질 때는 매력이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 봐서 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하면 메리트는
어떤 펀드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운용에
따라 수익률이 많이 달라진다. 하지만 인덱스펀드는 시스템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이 좋다면 모든 주식형펀드의 수익률과 대비해서 상위권에
드는 것은 당연하다. 터무니없이 지수를 복제하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사실 미국에서도 인덱스 형태가 아닌 주식형펀드 가운데 지수 상승률을
이기는 펀드는 10% 안쪽입니다. 따라서 힘들게 잘나가는 주식형펀드를
고르는 것보다 인덱스펀드 쪽으로 투자하는 게 낫습니다.”
박 팀장은 인덱스펀드의 단점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지수가 빠지면
맥을 못추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자산배분을 잘 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대책없이 빠지는 장에서 인덱스펀드 매니저들이
위험을 헤지해 주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개인들은 자산배분을
하는 차원에서 채권 쪽에 얼마를 투자하듯이 인덱스 펀드에도 자금을
맡길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 또 장이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면, 인덱스펀드는
어떤 간접투자 상품보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유리인덱스200주식펀드’는 국내의 인덱스펀드 가운데 최상위권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인덱스펀드의 전체적인 맥락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50종목을
따라가는 식이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과 차익거래 등에 따라서
수익이 달라지는 것이다.
박 팀장은 “200개의 종목 가운데 40개, 50개 정도에 이르는 제약조건식을
통과하는 종목들을 편입한다”고 말한다. 지수 움직임을 반영하면서도
조건식에 따라서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그는 200개
가운데 80~100개의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그는 지수 상승률보다 3% 정도 더 이익을 내면 운용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빠질 때는 지수가 하락한 것보다 4~5% 정도 덜 빠졌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수상승률보다 수익이 훨씬 더 난다면 그건 말그대로
인덱스펀드가 아닌 것이다. 즉 지수상승률 대비 몇 10%씩 초과수익을
내는 펀드들과는 개념이 다른 것이다.
박 팀장은 장기적으로 국내증시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매달
월급의 10만원씩 떼서 인덱스 펀드에 넣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10년
후에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있다고 말한다.
계산기를 두드려서 결과를 알려주지만 중요한 건 그 결과치가 아니다.
한국증시의 성장성이 높다는 데 동의만 해준다면 그의 주장이 확실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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