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흐름·정부정책 중시

대신투신운용 표종삼(38) 주식운용팀 차장은 눈에 번쩍 뜨이는 종목에 액센트를 주는 펀드매니저다. 예컨대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을 포트폴리오에 전진배치시켜 놓은 상태에서 ‘바로 이거다’ 싶은 종목이 나타나면 포트폴리오의 3~4위까지 비중을 늘린다. 찬스가 오면 과감하게 승부를 거는 것이다.

“저한테 주식을 가르쳐주신 분이 항상 쥐새끼를 잡으려 하지 말고, 코끼리를 잡으라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저는 거의 쥐만 잡고 있습니다.” 그는 코끼리를 잡기 위해 새로 발굴한 종목의 편입 비중을 과감하게 늘린다. 물론 쥐만 잡는다는 것은 과도한 겸손이다.

코끼리라고 하기엔 좀 뭣하지만 ‘멧돼지’ 정도는 됐던 종목들이 롯데삼강이나 롯데제과, 현대백화점, 제일모직, 삼성정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멧돼지를 발견해서 포트폴리오에 일단 ‘가둬놓으면’ 여간해서는 잘 팔지 않는다. 확실히 이익이 늘어날 종목이라면 지속적으로 보유한다는 얘기다. 물론 손절매에 대한 원칙도 철저해서 떨어질 때는 과감하게 팔아치운다고 한다.

헌대 그가 말하는 ‘찬스’는 어느날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 같은 게 아니다. 그는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급격히 호전되는 기업들을 주시한다. 예컨대 자기자본이익률이 10% 미만에서 10~15% 정도로 늘어나는 업체들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표 차장은 국내 경제가 선진국형으로 옮아간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업종대표주들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일등기업들이 포트폴리오의 근간을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전제품 중에 국내산 냉장고는 외국산에 별로 뒤지지 않습니다. 국내 유통쪽도 외국의 거대한 유통업체와 싸워서 이겨냈죠. 이런 업체들은 분명 매력이 있습니다.”

좋든 싫든 선진형 경제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전통 제조업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표 차장은 일본의 경우 지수가 장기간 빠질 때도 생명공학 관련주들은 주가가 올랐다면서 이는 선진국의 소비 패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언젠가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3개월 단위로 시장을 예측하고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는 일에도 신경을 쓴다. 예컨대 지난해 9·11 테러 이전에는 금융주, 연말에는 유통과 식음료쪽에 비중을 둬서 재미를 봤다. 최근엔 삼성전자나 SK텔레콤에 더욱 무게를 둔다. 외국에서 순차적으로 국내신용등급을 올릴 테고, 결국 올해나 내년은 구조조정의 결실을 따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종목들이 더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장예측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그는 거시경제 흐름이나 정부정책도 중시한다. 예컨대 최근 정부가 최근 카드의 무분별한 사용등에 대해 조치를 걸 만하다고 생각하면, 백화점 업종에 대한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대응한다.

표 차장은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개별 펀드매니저와 궁합이 잘 맞는 장이 있다고 보고 때문이다. 아울러 영업점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주식투자란 결국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자만하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주식 생각을 되도록 적게 하고 애들과 놀거나 오락영화를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조용한 새벽녘에는 새로운 전투를 준비한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