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굳이 운용 스타일을 얘기하자면 나는 잡식성이다.”

SK투신운용 장동헌(40) 본부장의 투자 스타일이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엔 지금처럼 장이 뜨면 경기민감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지만, 지금은 내수관련주라도 좋은 종목이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편입한다.

내수관련주도 언제든지 성장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신세계 같은 주식이 이렇게 시세가 날 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큰 흐름은 따라간다. 지난해 4분기 이후엔 전기전자과 같은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상당히 높여놓은 편이라고 귀띔한다.

예컨대 D램쪽 비중은 조금 줄였지만 여전히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PCB(인쇄회로기판)나 디지털TV, 컴퓨터 부품 관련 종목들을 많이 샀다. 그는 무조건 싼 주식을 편입하는 게 아니라, 유망한 특정 산업군을 중시한다. 그런 뒤 그중에서 매력적인 종목들을 골라내는 것이다. 증권주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내수관련 종목 가운데에는 음식료와 유통, 미디어 관련 종목들로 포트폴리오의 바닥을 다져놓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장 본부장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팀 운용에 따른 성과라고 강조하다. 즉 집단 운용 체제의 효율성을 강변하는 셈이다. 팀 운용은 의사결정 과정이 더딜 수도 있는 반면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SK투신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이 모델 포트폴리오가 실전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현재 지수대비 25%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조직구성은 장 본부장 밑에 리서치팀과 운용팀이 있다. 리서치팀에는 이코노미스트를 포함해 6명이 있고, 운용팀에는 지원요원까지 합쳐서 5명이 근무한다. 장 본부장은 이 조직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제가 태평양 주식을 사라, 팔아라 그런 얘기는 안 합니다. 대신 자산배분 비율 조정이나 특정산업의 투자매력 등을 판단하는 의사결정에 관여하죠.”

자신의 역할을 조정자로 보는 것이다. 특정 산업군에 대해서는 담당 애널리스트가 의견을 낸다. 운용매니저 역시 장 본부장이 편입비율 등을 얘기해주면 자율적으로 운용하다고 한다. 따라서 말 그대로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물려 돌아가야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굴러가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이런 체제가 익숙지 않아서 실수도 많고 갈등도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팀 운용 체제의 장점들을 뽑아냈다고 말한다. 장 본부장은 대형투신사에서 이름을 날렸던 스타 출신 매니저다. 하지만 지금은 팀 운용을 조율하는 조타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