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선정보다 자산배분을 우선시

종합주가지수 943에서 설정된 펀드의 2년간 누적수익률이 40%에 이른다? 지금 지수가 800 고지 근처에서 맴도는 상황이라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펀드의 규모는 2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무겁다. 하지만 절묘한 자산배분은 이런 수익을 가능하게 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오종문(39) 상무가 운용하는 ‘마이다스스페셜 자산배분형’은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운용에서 250억원에 이르는 수익이 났다. 오 상무는 “자산배분을 우선시했고, 종목 선정은 그 다음에 생각했다”고 말한다.

사실 펀드의 덩치 때문에라도 선물이나 옵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펀드 규모가 크다 보니 종목 하나하나 교체하면서 급변하는 장세에 대처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또 주식이야 장이 빠지면 별다른 도리가 없지만, 선물은 하락장에서도 먹을 수 있고 옵션은 박스권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보다 운신의 폭이 넓었던 것이다.

오 상무는 주식 편입비율을 적게는 10% 안쪽까지 가져갔다가 많게는 85%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공격적이다. 보통 60~85% 사이로 가져갔다고 한다. 파생상품과 주식으로 이익을 내고, 채권이나 유동성자산은 수익률 방어가 필요할 때 펀드 안으로 끌어들였다.

남들이 볼 때는 공격적이지만 그는 결코 무모하게 펀드를 운용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몇백억원씩 한번에 사고팔기도 하지만 펀드 규모가 큰데다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상무는 늘상 역발상 전략을 염두에 둔다. 예컨대 지난해 지수가 500까지 떨어져 과매도 구간이라고 판단될 때는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하지 않았다. 즉 남들이 두려워할 때, 너도나도 손절매에 나설 때, 온갖 악담이 증시를 뒤숭숭하게 만들 때 날쌘 제비처럼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 장세 예측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 상무는 장에 대한 예측보다는 장세 대응력을 더 중시한다. 그래서 그는 먼 장래를 내다보기보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유연하게 장에 순응한다고 한다.

종목 가운데에서는 현대차나 신세계 등과 같은 대형주와 은행주가 수익을 내는 데 효자노릇을 했다. 또 지난해 600선 근처에서 주식을 대거 매집한 전략도 들어맞았다. 하지만 절대 특정종목에 집착하지 않는다. 시세가 깨지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우량 종목을 발굴해 1년 이상 묻어두는 ‘종목 발굴형’ 펀드매니저들과는 다르다.

오 상무는 공인회계사 경험과 8년여에 걸쳐 은행에서 배운 신탁과 금융공학, 위험관리 경력이 펀드매니저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덕분에 파생상품에 자신이 있지만, 안정적으로 목표수익률을 정해 운용하는 기관 펀드이니 만큼 증거금 이상으로 베팅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지는 않는다. 장세를 막론하고, 수익과 안정 둘 다 쫓는다는 말이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