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보다 안정적 수익에 초점”

 

“대박을 터뜨리는 것보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게 우선입니다.”

한일투신운용 우경정(42) 상무는 올해로 투신업계에 14년째 몸담고 있는 베테랑 매니저다. 연륜이 말해주듯 그에겐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욕심은 없다. 대신 꾸준한 수익이 중요하다. 우 상무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운용을 강조한다.

예컨대 기관이나 개인이 맡긴 자금들마다 원하는 수익이 있다. 따라서 설령 주식형펀드가 지수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수익을 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는 3개월, 6개월간의 단기적 수익률보다 펀드 설정 뒤의 수익이나 매니저가 운용하는 전체 펀드의 수익 등 좀더 큰 그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 상무는 업계 안에서의 수익률 경쟁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런 점은 그가 종목을 고를 때도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의 승부를 생각한다면 좋아 보이는 종목에 쉽게 손이 간다. 하지만 이런 종목들은 위험 또한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는 리스크를 많이 지면서 고수익을 올리는 펀드매니저와는 거리가 멀다.

우 상무는 “좋아 보이는 종목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절대 베팅의 감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특정종목을 특별히 선호하는 법도 없다. 내수주와 수출주 등 주식을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접근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 상무는 업체의 이익을 중시한다. 이익이야말로 무엇보다 든든한 주가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성 때문에 주가가 올라가는 주식들에는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우 상무가 운용하는 ‘안정플러스혼합A-1호’ 포트폴리오의 근간은 대형우량주들이다. 주식비중 가운데 삼성전자가 17%, 현대모비스와 삼성전기, LG전자가 각각 6%를 차지한다. 이밖에 한전이나 국민은행 같은 우량주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이다.

채권쪽은 국고채와 통안채가 주류를 이룬다. 채권운용은 매매차익을 먹는 딜링보다는 이자수익에 비중을 맞춘 ‘바이앤홀드’ 전략에 무게를 둔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기가 짧은 채권을 중심으로 듀레이션을 맞추는 전략을 기본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봐가면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한다.

올해 초 장이 좋을 때는 이 펀드의 주식 편입한도까지 주식을 채웠다가 장이 빠질 때 편입비를 20%까지 줄였다. 지금은 2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우 상무는 향후 장세에 대해서는 지극히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장세전망 얘기를 꺼내면 안 맞기 때문에 얘기를 안 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랠리’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활황장세는 미국 시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짧은 시간에 이런 랠리가 올 것 같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즉 미국 시장이 단기낙폭 과대에 따라 반등을 할 수는 있겠지만 상승 랠리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다시 그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익증가율이 큰 종목에 집중한다.

우 상무는 펀드매니저 업계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애널리스트 시장처럼 시장에 꾸준히 믿음을 줄 수 있는 인력 인프라가 구축되길 바란다. 스타가 아닌 듬직한 살림꾼 같은 매니저들이 많아지는 게 고객들에게 유리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