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통한 상대가치 매매로 승부

“듀레이션 베팅과 딜링은 자제합니다. 대신 상대가치 분석을 통해 추가이익을 내죠.”

서준식(33) 매니저가 고수익을 올린 비결은 교체매매에 있었다. 다른 매니저들과 다른 점이다. 금리의 오르내림 자체보다는 비슷한 성질의 채권들 가운데 저평가된 것을 찾는 것이다. 즉 상대적 가치를 비교해 매매 타이밍을 잡는다.

그는 1년6개월짜리 통안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는 펀드 얘기를 꺼냈다. 최근 1년10개월짜리와 비교했을 때 1년6개월물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었다. 시스템을 들여다보던 중 둘 사이에 금리가 52bp나 벌어져 있어서 교체매매를 했다.

1주일 뒤인 4월29일 42bp 정도로 금리차가 좁혀지고, 이번에는 1년10개월물이 고평가됐다. 그래서 다시 1년10개월짜리를 팔고, 1년6개월물로 다시 교체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10bp 이상의 이득을 남겼다고 한다.

즉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 것을 중시한다. 예컨대 A라는 채권의 가격이 100원이고, B라는 채권이 200원이라면 A가 200원 갈 때 B는 400원을 가야 한다. 하지만 300원밖에 안 갔다면 저평가 메리트가 있는 셈이다. 서 매니저는 시스템을 통한 종목들의 평가를 토대로 한 상대가치매매(relative value trading)로 승부를 건다.

‘삼성멤버스06채권E3호’에는 AA급 이상의 회사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AAA급의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많이 들어 있다. 그는 ABS 채권쪽이 특히 짜릿하다고 한다. AAA급의 ABS 채권은 신용에서는 우수하지만, 단지 ABS라는 이유만으로 많이들 꺼리는 편이다.

같은 금리라면 신용등급이 높은 쪽이 매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AAA급 ABS 채권쪽의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이런 ABS 채권들은 금리면에서는 AA-나 A+급 채권과 비슷하기 때문에 투자 메리트가 높다고 판단한다. 서 매니저는 지난해 2분기부터 ABS를 적극적으로 편입하기 시작해 재미를 봤다.

서 매니저는 통안채와 AAA급 ABS 채권을 특히 좋아한다. 통안채는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저평가 메리트가 포착될 때 교체매매를 하기도 좋다. AAA급 ABS 채권은 안정성이 뛰어나 메리트가 크지만 시장에서는 저평가돼 있다.

현재 20개 가까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서 매니저는 지난해 설정규모 500억 이상의 시가 중기채권형 순위에서 5위권 내에 3개를 진입시키기도 했다. 서 매니저가 운용하는 비과세펀드는 설정일 이후 매년 8% 중반대의 연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로는 대단한 수익이지만 그에게는 6개월, 1년 기준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수치로 나타나는 수익률 자체보다 펀드 가입시점이 다른 고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수익을 내줬다는 사실이 더 자랑스럽습니다.” 즉 2개월 전에 가입한 고객이나 4개월 전에 가입한 고객 모두에게 안정된 수익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서 매니저에게는 직업의 피곤함도 묻어난다. 자다가도 미국 금리를 체크해야 하는 이 일이 과연 행복한가 하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고객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만큼 짜릿한 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오늘도 시스템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을 찾는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