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현물 다이내믹하게 운용
“최근 지수가 850까지 조정을 보일 때 고객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900을 넘고 나니 또 좀 썰렁하네요.”
LG투신운용 지영석(36) 팀장은 고객들의 눈치가 빨라졌다고 말한다.
인덱스 펀드는 지수를 복제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대세 상승장에서는
조정을 보일 때 들어가는 게 유리한데, 고객들도 이제 이런 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 팀장은 사실 지금 지수대에서 인덱스 펀드에 신규로 가입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장이 좋다고는 하지만 지수가 얼마까지 오를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좀더 기다려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과거의 사례로 봐도 한국 증시는 지수가 900을 넘어서면
1000까지는 갈 수 있는 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 팀장이 운용하는 ‘LG인덱스플러스알파’는 층화추출법에 의해 주식
포트폴리오를 짠다. 층화추출법은 업종별 대표종목들을 위주로 종목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포트폴리오에 집어넣는 방법이다.
지 팀장은 인덱스펀드 매니저 가운데 가장 다양한 전법을 쓰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주식시장이 안 좋으면 종목편입 비율을 80%까지
줄이는 식으로 대응한다. 아울러 선물과 현물 포트폴리오를 연계한 스왑
거래로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기도 한다. 즉 장이 좋을 때는 포트폴리오에
종목들을 꽉 채워놓았다가 장이 하락 기미를 보여 선물이 저평가되면
선물을 매수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지 팀장은 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자산배분을 통해 5.5%, 스왑 거래를
통해 2.5%의 지수대비 초과수익을 냈다. 지난해 8월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마이너스 0.6~0.7포인트까지 벌어져, 다른 인덱스 펀드 매니저들은
매도차익 거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 팀장은 베이시스가
두배쯤 더 벌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가 다들 실탄이 떨어지자
그때 들어가 큰 재미를 봤다고 한다. 인덱스 펀드 하는 사람들의 물량이
뻔해 보였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쓸 수 있었다. 여하간 지 팀장은 인덱스
펀드 매니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다이내믹한 인핸스트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 팀장은 투자자들이 인덱스 펀드에 접근할 때는 투자계획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가족사의 과거 얘기 한대목을 꺼내든다.
99년 말 증시가 네자릿수 지수대를 향해 돌진하고 있을 때 그의 장모는
인덱스 펀드에 20%, 국공채형에 80%의 자금을 투자했다. 사위가 운용하는
인덱스 펀드는 이후 지수가 고꾸라지면서 별로 재미를 못봤지만 채권형은
가입 후 금리가 떨어져 짭짤한 수익을 올려주었다.
투자자들은 이런 식으로 자산운용 계획에 맞춰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장모의 입장에서는 사위가 못 미더워 보였을지 모르지만, 사실
사위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자산배분을 통해 전체적인 수익면에서는
이득을 봤으니 사위의 조언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지 팀장은 철저한 시장추종형이다. 특히 그는 주식시장은 가장 유능한
펀드매니저보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명령과 자신의
원칙에 충실하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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