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와 시스템 궁합 조절이 핵심”

“사실 시스템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에는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특히 매매신호가 시장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철저히 시스템의 신호에 따라야 합니다.”

LG투신운용 황문선(35) 매니저는 참을성이 많은 편이다. 요즘처럼 장이 심하게 출렁일 때는 매매신호가 제때에 안 나오는 경우도 많고, 매매신호가 나와도 영 미덥지 못한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 펀드매니저들은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황 매니저는 다행히 시스템 펀드와 자신의 성격이 맞다고 얘기한다. 상품을 새로 만들고 시스템을 운용하는 일 외에도, 마케팅을 하고 팀 구성원과 손발을 맞추는 일도 흥미롭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스템도 시장상황에 따라 장단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시스템 펀드의 성과가 꾸준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최근 장이 지수 700까지 빠질 때는 빨리 매도신호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크게 재미를 봤죠. 하지만 700을 기점으로 재차 상승할 때는 매수신호가 적시에 나오지 않아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세이프플러스알파 펀드’는 최근 지수가 800에서부터 700까지 떨어질 때 풋옵션을 매수해 재미를 봤다. 하지만 다시 장이 뜰 때는 콜 매수신호가 제때에 나오지 않았다. 여하튼 이 펀드는 손실이 무한히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옵션‘매도’ 기능을 시스템에서 ‘거세’해 놓은 게 특징이다.

황 매니저 등 3명의 매니저로 구성된 LG의 운용 3팀은 MACD나 RSI 등과 같은 기술적 지표를 합성해 시스템을 짠다. 다만 황 매니저는 추세추종형 지표들은 국내처럼 심한 지수변동을 동반한 조정장이 많은 시장에는 약하기 때문에 주의한다고 말한다. 즉, 장과 시스템의 궁합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는 시스템을 수정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황 매니저는 94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증권에서 파생상품을 다뤘다. 국내에 선물시장이 들어선 뒤 줄곧 파생상품 브로커, 회사 고유자산 운용업무 등을 담당했다.

증권사에 있을 때는 장이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저 일을 시작하면서 시장상황이 곧 현실이 돼버렸다. 하루에 12시간 가까운 시간을 회사에 머물지만, 잠들기 전이나 눈을 뜬 아침시간엔 꼭 미국시장을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 비교적 늦깍이로 펀드매니저에 입문했지만, 황 매니저는 이 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무성격이 꼼꼼함을 요구하다 보니 피로를 풀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그는 시간이 나면 달리기나 수영 등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장태민 기자(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