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채권 발굴에 주력할 것”

“지금부터 앞으로 1년까지 채권시장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도한 배팅을 자제하고 저평가된 채권을 찾는 방법 등을 통해 추가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한국투신운용 박정환(38) 팀장은 시장이 지표채나 우량채권 위주로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먹을 것도 부족하고, 현물거래도 영 시원찮다. 대신 선물을 통한 시장 대응만이 원활한 편이다.

박 팀장은 일드커브(수익률곡선)를 그려나가다가 그래프상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은 만기 1년 반에서 2년짜리들의 수익률이 제법 난다고 말한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도 이런 채권들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채권운용을 할 때 자본이득과 이자수익을 4:6 정도로 가져간다. 개인적으로는 기업신용 분석이 중요한 크레디트배팅을 좋아하는 편이다. 수익이 날 듯한 싼 회사채에 투자해서 운용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BBB급 회사채에서 문제가 종종 발생되기 때문에 크레디트배팅을 지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채권 펀드들은 변동금리부채권(FRN)을 선호하고 있다. 또 금리상승이라는 대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퓨전 펀드들이 등장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안정적인 국고채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국고채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한몫 한다.

박 팀장은 “신용도분석이 뒷받침되면 BBB급 이상의 우량채권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 운용할 수 있는 회사채가 한정돼 있고, 리서치 활동도 힘이 부쳐 안타깝다.

박 팀장이 운용하는 자산의 규모는 1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 살아 있는 펀드가 대략 30개 정도 된다. 박 팀장은 이런 펀드들을 운용할 때 자산을 분리해서 운용하려고 노력한다. 즉 채권매매를 하는 딜링 포지션과 채권과 펀드의 만기 등을 조절하는 매칭포지션을 엄격히 분리한다는 얘기다.

박 팀장이 채권판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10년이 지났다. 그는 앞으로 일선에서 시장을 대응하는 게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밀려나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만 변동이 심했던 채권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는 이력이 붙었다.

채권시가 평가제가 도입돼 혼란을 겪었고, IMF사태라는 초유의 위기도 몸소 체험했다. IMF사태라는 시대적 혼란기에 새벽 2시에 퇴근, 아침 7~8시 출근이라는 생활시간표를 강요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고 느낀다.

박 팀장은 채권수익률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한다. 형식적으로야 구조적으로 짜여진 수익률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게 의미가 없다. “고객의 요구가 너무 많아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고객들에겐 예시수익률을 달성해줘야 하고, 회사의 몫도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4·5월 달에는 거래가 죽어 있어 수익 자체를 낼 길이 없어 답답했다고 한다. 그는 시장과 고객, 펀드매니저의 주관 등 3박자가 어우러진 상태에서 운용을 하기를 바란다. 시장과 고객에 쫓기다보면 뜻대로 하기 힘들다는 경험 때문이다. 박 팀장은 매니저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오브 매니저’(Manager of manager)를 꿈꾼다. 물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소주 2~3병이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장태민 기자 QuePasa@thinkmone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