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펀드 30개,,,머릿속에서 맴맴

 
동원투신 신동국(36) 매니저(주식운용1팀 시스템운용 파트장)의 이력서엔 유독 두 단어가 눈에 띤다. 과학과 금융공학(파생상품)이라는 단어다. 그는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과학기술대학(과기대)에서 수학했다. 그 곳에서 금융공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원래 꿈은 수학자였지만, 어느새 파생상품의 매력에 흠뻑 취해버렸다.

사회에 진출한 뒤부터는 줄곧 금융공학, 차익거래, 시스템 등의 낱말들이 이력서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신 매니저는 93년부터 경제연구소, 생명보험회사, 선물회사, 자문사 등에서 파생상품과 관련된 금융업무를 담당했다. 무슨 표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에겐 '학교는 과학, 직장은 파생'인 셈이다.

신 매니저는 국내에서 파생상품과 관련한 정통 교육을 받은 1세대에 속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파생상품을 응용한 펀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파생을 활용한 펀드들 중 최근엔 채권금리 플러스 알파를 노려 7~9%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펀드가 많지만, 그는 연 12%의 수익구조까지 가능한 시장중립형 펀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공학적으로 설계된 펀드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부 펀드는 시장성이 없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하고, 또 어떤 펀드는 매매비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펀드의 배타적 판매권까지 얻었지만, 판매단계에서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하지만 신 매니저의 뇌리엔 파생관련 펀드들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상품을 생각하고 있다. 먼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10% 전후의 연 수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마켓 뉴트럴(시장중립)형, 두 번재로 인덱스 플러스 알파 등 지수관련 상품, 세 번째로는 니치마켓 상품, 스트럭처드 펀드, 장외상품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맞춤형(Customized) 펀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빨 수준'(이론적으로만 의미있는)의 펀드가 대부분이다. 이 부분은 그도 잘 알고 있다.

"아직 시장에선 파생을 활용한 펀드들이 설득력을 얻기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20~30개 정도의 펀드를 개발해 놨습니다. 재밌는 펀드들이 굉장히 많지만, 일단 이번에 내놓은 Choice-Up스프레드 시스템 펀드가 성공한다면 좀 더 다양한 펀드들에게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

신 매니저는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즉 개념을 정립하는 데는 이론이 도움이 되지만, 실제 운용에 들어가면 이론상의 수익률 플러스 알파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니저의 성향과 경험 등이 실제 성과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그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만 하고, 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것은 바빠서 이기도 했지만, 학위증서보다는 현장의 박진감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2001년 9.11테러와 지난 해 연초 장은 그에게 '도움'이 됐다. 신 매니저는 9.11 테러 당시에 옵션 10월물을 매도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봤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시뮬레이션과 가상 운용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큰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본 뒤 시스템을 열심히 돌려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지난 해 설날 기억도 떨쳐버릴 수 없다. 옵션 만기일 전에 5일을 쉬었던 2월14은 주가가 폭등했던 때였다. 당시 그는 손끝이 짜릿짜릿해 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큰 경험들을 통해 그는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느낀다.

신 매니저는 강의도 많이 한다. 증권사, 선물회사, 은행들을 상대로 어려운 파생상품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강의 경험은 스스로 공부하는 장이 된다는 점 외에도 고객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파생상품을 활용한 펀드로 고객의 자금을 끌어오는 것은 일반 펀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하지만 강의에서 쌓인 경험을 토대로 고객에게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설득력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늘상 헤지(hedge)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금융 분야에서 일을 하는 만큼 '헤지 차원'에서 아내는 교사로 골랐다. 금융 쪽이 돈은 좀 벌지만 정년은 짧은 반면, 교사는 돈은 많이 못 벌어도 정년은 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익률 게임에서만 헤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정의 안정을 위해서도 헤지 전략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헤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술과 담배, 커피는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