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파도에 강하다.. 주식 경험 채권에 접목

 누가봐도 모범생같은 인상의 표현용 팀장(34. 알파자산 채권운용팀장)은 '채권매니저의 느긋함(?)'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바빴던 사람이다. 표 팀장은 94년 초 동양투신에 입사해 95년 초부터 주식을 운용했다. 그러기를 2년 남짓, IMF 외환위기를 앞두고 그는 채권팀으로 덜컹 발령이 났다.

하지만 그는 과거보다 훨씬 변동성이 커진 채권시장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고 말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몸에 배여서일까? 표 팀장은 자신감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주식매니저 경험을 십분 활용한 전환사채(CB) 투자로 놀라운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IMF 위기 직후 종합지수가 300 아래로 추락한 뒤, 상승반전을 모색할 때 그는 전환사채 100억원 어치를 매수해 투자금액의 배가 넘는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당시는 주식시장이 폭등하면서 '잘 고른 전환사채 한 종목이 열 주식 안 부럽던' 시절이었다. 표 팀장은 "그 당시엔 변동성이 커서 먹을 게 많았다"고 말한다. 그 만큼 시장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 뒤 그는 이 곳으로 오기 전까지 동양투신과 유리자산에서 덩치 큰 비과세펀드를 운용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울러 전환사채 투자를 통한 재미는 계속됐다. 표 팀장은 1년 전에도 CB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적이 있다. IMF 사태 이후 상승장에서 맛본 재미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SK글로벌 전환사채에 투자해 두세 달만에 8%의 수익을 얻었다.

즉 발빠른 장세 대응이 장기인 듯 한데 표 팀장은 막상 자신의 스타일에서 특징을 찾아낼 만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크레딧 베팅이나 듀레이션 베팅, 금리 선물 활용 등에 대해 남들 하는 만큼 하는 게 자신의 운용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장세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표 팀장은 현물 듀레이션을 좀 길게 가져가고, 금리 선물을 헤지 해 수익률을 좀더 높이고 싶지만 최근엔 선물 활용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과거엔 금리선물이 2~3일 동안 동일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트렌드 자체가 없어서 선물로 대응하는 게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요즘 선물시장은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같아요. 그래서 하루에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철저히 손절매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합니다."

표 팀장에겐 어려운 일이 하나 더 있다. 올해 8월부터 전직장 동료들과 새롭게 만든 운용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운용상의 어려움도 많다. 우선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들은 고객들이 요구하는 수익을 내서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한데 쉽지는 않다.

또 수탁고를 늘여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 대해선 공감할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지금같은 장에서 고객들이 제시하는 수익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운용하는 펀드 규모가 작다보니 현물 딜링이 여의치 않고 어차피 선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표 팀장은 자신의 원칙을 떠올린다. '우선 고객 자금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운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대수익이 높은 고객이라면 과감하게 리스크를 짊어지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은행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를 원하는 고객이라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놓고, 제한적인 차익거래로만 대응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여간 직접 운용할 때는 늘상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정책과 시장 참여자들의 동태를 파악해 운용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대부분의 채권 매니저들이 경제의 펀드멘털, 시장의 수급, 미국 시장 등을 눈여겨 보지만, 표 팀장은 특히 정부의 정책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예컨대 채권시장은 경험적으로 볼 때 한국은행의 금리 코멘트에 따라 등락을 보였기 때문에 정부의 시각을 빨리 따라 잡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뒤 시장 참여자들의 금리관을 파악해야 한다. 시장 상황에 대한 매니저들의 암묵적 합의가 채권시장의 수급에 미칠 영향 등을 곰곰이 다져본다.

표 팀장은 현재 운용하는 펀드의 규모가 좀더 커지면 목표수익은 낮추고 단기채 위주의 안정적인 운용을 할 계획이다. 물론 전환사채와 교환사채 등 주식관련 사채도 장 상황과 돈을 맡긴 고객의 욕구 등을 파악해 펀드 내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표 팀장은 당분간 채권시장이 박스권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래저래 어려운 장이다. 하지만 이미 어려운 장에서 뭔가를 보여줬던 경험은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표 팀장은 오늘도 아침 미팅을 통해 듀레이션 조정에 중점을 둘 지, 트레이딩으로 대응해야 하는 장인지 판단하고 전장으로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