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은 넓고 크게, 운용은 기민하게

부리부리한 눈과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의 이용림 팀장(39, 대신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첫 인상에서부터 강인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 팀장은 젊은 증권맨 시절부터 능력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했던' 사람이다.

 대신증권 대리로 지점생활을 하던 시절, 수익률과 수수료 약정 부문에서 사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대리 초년병 시절에 뭔가를 보여준 뒤, 그는 큰물을 찾아 본사 지원을 했고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저가 됐다. 이왕 증권판에 들어온 이상  펀드매니저로 멋지게 꽃을 피워보겠다는 의욕을 숨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산 운용 경력이 8년이나 쌓인 주식운용팀장이라는 위치에 섰다.
 이 팀장은 자신이 '시야가 넓으면서 선이 굵은 펀드매니저'이길 바란다. 국내경제나 세계경제의 동향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어야 매매에 힘이 더해지는 스타일이다. 여기에 주식을 발굴할 때는 누구 못지않게 꼼꼼한 성격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성향을 이렇게 표현한다.

" 종목 발굴하는 데는 사실 별로 재주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눈치는 빠른 편이죠."

 이 팀장은 이른바 '탑 다운' 방식에 의해 주식을 사고파는 매니저다.  거시경제 지표와 시장상황을 매치시켜 주식투자 비중을 조정한다. 지금이 베타계수가 높은 종목을 편입할 때인지 살펴보기도 하고, 수출주와 내수주 중 어디다 중점을 둬야할지 등에 대해서도 판단한다.

 이 팀장이 생각하는 시장분위기는 정부의 정책 방향, 국내총생산(GDP) 등의 거시경제 지표,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 등에 의해 결정된다. 또 화학주와 같이 산업별, 계절별 경기 사이클이 비교적 뚜렷한 종목들은 '사이클 투자'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국내 사정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투자를 그르치기 일쑤다.

 예컨대 올해 10월부터 미국 나스닥이나 다우의 주가가 반등하고 있는데, 실제로 첨단기술 제품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돼서 신규수요가 일어날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결국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 즉 큰 그림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 이익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매출 쪽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산업에서 매출이 일어날지, 그런 뒤 그 매출은 어느 기업으로 집중될 지 분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팀장은 이처럼 큰 그림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느긋하게 장세에 대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장 분위기를 봐서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거나 '모멘텀 투자'의 기회를 포착하는 일도 즐겨한다.

 그가 운용하는 '다이나믹혼합주식1000호'는 10월초 주가가 빠졌을 때 '다이나믹하게' 주식을 사들였다.  70%를 밑돌던 주식 편입비는 이후 꾸준히 늘어나 80%를 넘겼고, 11월 들어서는 펀드의 최고 편입한도인 85%에 도달했다.

 그 결과 7월에 설정된 이 펀드의 수익률 그래프는 최근 종합지수 그래프와 간격을 더욱 벌였다.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포착, 기민하게 대응한 게 주효했던 것이다. 물론 베타계수가 큰 종목의 비중을 늘려간 것도 시장의 입맛에 맞았다.

 종목을 고르는 일엔 자신이 없다고 점잔을 피우지만, 상당히 까다롭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탐방을 가도 최고경영자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섣불리 주식에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의 장래는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 괜찮아서 사놓은 종목이 오르지 않을 때는 재방문을 간다. 그 과정에서 확신이 생겨 추가로 주식을 더 사는 경우는 있지만 주식이 워낙 굼떠 펀드매니저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종목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한다.

 이 팀장은 국내에서도 디지털과 관련,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80년대의 일본, 90년대의 미국에서 많은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1위하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같은 제품은 뭔가 일을 내 줄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언젠가 큰일을 내 줄 것 같은 종목들은 늘상 관심의 대상이다. 대신 중국이 쫓아오는 부품 산업 쪽의 투자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명색이 팀장인 만큼, 팀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팀원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주고 있는데 그 방법이 좀 독특하다. 매니저 별로 각각 성장형 펀드, 안성형 펀드 등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팀원 가운데 공격적인 성향의 매니저는 성장형 펀드를 관리하고, 안정적인 운용에 자신이 있는 매니저는 안정형 펀드를 관리하는 식이다. 맡긴 사람이나 기관의 성향에 따라 돈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펀드의 종류별로 실무담당자가 있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 성장형에 맡긴 돈은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에 관심이 있는 자금인 반면 안정형에 들어온 돈은 원금을 안 깨먹는데 더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니저도 성향이 달라서 초과수익을 내는데 익숙한 스타일이 있는가하면, 안정적 운용이 체질에 맞는 스타일도 있죠. 그래서 자금의 성격과 매니저의 성격을 매치시키는 게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팀장은 이런 시스템이 고객의 욕구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회의를 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각자의 포트폴리오를 다른 팀원이 보면서 위험성 등을 지적해 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들을 조율하는 것은 이 팀장의 몫이다.

 그는  현재의 장세가 길게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년 초까지 주식비율을 늘리는 게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가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1/4분기에는 주식 투자비율을 줄여나갈 생각이다. 내수주는 앞으로 더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 올해 들어 시장이 저평가됐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는 바람에 많은 매니저들이 '밸류에이션의 혼란'을 겪었다. 그래서 올 한해는 힘든 장으로 기억되겠지만, 이 팀장은 담담하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