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기 골퍼로서 꾸준한 플레이 펼치는 것이 목표

골프에서 기준 타수보다 한 타수 많은 것을 보우기(Bogey)라고 한다. 라운드로 치자면 기준 타수인 72타(18홀* 평균 4타)보다 홀 당 1타씩 많으므로 총 90타(= 72 + 18)를 치는 것이다. 골프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언뜻 보우기가 기준타수보다 타수가 많기 때문에 실력이 시원치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보우기 수준의 골퍼면 상당한 실력파다. 실제로 골프 용어를 따와 펀드업계에서는 ‘벤치마크 포트폴리오’를 ‘보우기 포트폴리오’라고 부른다.

실제로도 채권 운용에서 벤치마크 정도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운용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김종은 팀장은 ‘보우기’ 매니저가 되고 싶어한다. 버디(기준타수보다 1타수 적게 치는 것)에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한 홀 한 홀 꾸준히 보우기 타수를 차곡차곡 쌓아 한 라운드에 대한 총평을 받겠다고 한다.

보우기 성과를 목표로 하는 대표적인 유형이 인덱스 펀드다. 농협 CA에서는 4조 가량의 수탁고 중 20% 가량이 인덱스 펀드 자금이다.
순수형은 아니고, 액티브 운용을 덧붙이는 ‘인핸스트 인덱스 펀드(Enhanced Index Fund)’다(농협CA의 인덱스 펀드는 매경과 한국채권평가(KBP)가 공동으로 만든 매경CABP120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 이 중 약 20개 종목으로 펀드를 구성하고 한 달에 한번씩 리밸런싱을 한다).

국내 시장에서 채권형 인덱스 펀드는 희귀 유형에 속한다. 과거에 몇몇 운용사에서 시도를 했지만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졌다. 채권형은 주식형에 비해서 목표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액티브 운용을 하는 채권형에만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농협 CA가 인덱스 펀드를 시도한 것은 과감하게 ‘튀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막상 농협CA가 채권형 인덱스 펀드를 만들려고 했을 때 투자가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원래는 순수 인덱스 형을 하고 싶었지만, 투자가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인덱스 + 알파의 수익률을 내는 인핸스트 인덱스 펀드를 출범시키게 됐죠. 인덱스펀드는 장기적으로는 액티브 펀드보다 성과가 좋고, 비용도 상당히 절감됩니다.”

액티브 펀드는 아무래도 초과 수익률(excess return, abnormal return)을 거두기 위해서 무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처럼 금리가 4%인 상황에서는 약 50bp가량의 보수를 떼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4%를 맞춰주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제시 수익률을 맞추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다 보면 펀드 운용보다는 딜링 등의 모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인덱스 펀드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투자자들도 비교적 만족하는 O.K.

또한 김팀장은 3개월짜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장기 운용을 고집한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 골프 경기 중 한 두 개의 홀에서 버디를 날렸다고 자만할 수 없다.

한 라운드를 완전히 돌고 나서야 보우기 골퍼가 빛을 발할 수 있듯 펀드도 장기적으로 운용이 되어야만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금리 상승기에 설정된 펀드가 성과가 좋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와중에서 제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 매니저들은 과도한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

그러나, 무리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 기간을 장기적으로 잡는다면 추세가 완전히 꺾이는 역전 상황은 언제라도 펼쳐질 수 있다. 그래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는 장기 투자자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 김종은 팀장의 ‘장기 투자 논리’다.

“그래서 농협CA는 6개월 이상만 설정하려고 합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3개월로 짧게 가고 싶어합니다. 일단 3개월 (운용)해 보고 괜찮~으면 연장(롤링오버, Rolling over)을 해 주죠. 실제로 MMF에 1년 이상 맡기는 투자자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짧게 가는 투자자들을 설득해서 아예 처음부터 장기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또 매니저 모임에 나가서도 우리부터가 3개월짜리는 설정하지 말자고 설득합니다.”

올 3월에 출범한 농협 CA는 농협중앙회(60%)와 프랑스의 농협인 크레디 아그리콜(Agricole: ‘농업’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의 자회사 크레디 아그리콜 에셋 매니지먼트(40%)의 합작사다.

농협CA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유럽계 피가 섞여있는 터라 어느 공식 문서에도 나와있지 않는 ‘한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은 CP를 포함해서 10% 이상 투자하지 않는다’는 유럽식 ‘불문율’까지도 지키는 그런 회사다.

운이 좋게도 설립 시기도 SK 사태를 비껴갔다. 앞으로도 하늘이 도울 수 있도록 ‘스스로 돕는 일’도 절대로 늦추지 않는다. ‘클린 에셋’을 회사 방침으로 내걸고,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수익률보다 앞 강령에 세운다.

또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운용사 중의 하나다. 모델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는 매경CABP120지수의 종목이라도 회사 방침에 맞지 않으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신생회사로서 리스크관리에 철저하고 투자자들이 의심 할 짓은 아예 하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운용사로 각인 되겠다는 의지다.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는 알바트로스나 홀인원에만 매혹되는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보우기 운용의 은근 막강 실력을 보여 줄 때다.<정승혜>(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