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대표적인 공격수,,,마음껏 운용하고파

그는 많은 재량권을 원한다. 흔히 잘 짜여졌다고 평가받는 시스템은 때론 그에게 짐이 된다. 이른바 견고한 ‘팀 어프로우치(team approach, 팀중심 운용)'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그는 좀더 자유롭고 싶었다.

“사실 국내 운용사들은 너도나도 팀제를 정착한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국내운용사들의 팀제란 게 실은 본고장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편협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아이투신 은효상(38) 주식운용팀장은 “미국 운용사에서도 우리가 말하는 팀제란 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 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매니저는 매니저로서 할 일이 따로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외국에서도 종목 매매 등과 관련한 최종결정은 매니저의 몫이지만, 국내에선 오히려 팀 어프로우치가 매니저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가 느끼는 상황이해에 동감을 표시하든 말든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는 얘기다. 올해 2월 주식형 설정규모가 일천한 아이투신의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자신의 재량껏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운용의 ‘헤게모니’를 쥐고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고 싶었다.

은 팀장은 자리를 옮긴 뒤 기존의 인덱스펀드 성격이 강했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손질했다. 투자 가능한 종목군을 의미하는 바잉풀(buying pool)의 종목도 80개에서 150개로 늘렸다. 편입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게 아니라 편입해선 안 되는 종목을 제외하는 이른바 네거티브형 종목풀로 투자가능 종목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는 아주 유연한 운용체제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손절매(stop loss) 부분에 대해서도 경제 트렌드가 상향이면, 특별히 종목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증권판의 대표적인 공격수답게 장이 상승트렌드로 판단될 때는 되도록 자산배분을 자제하고 주식고편입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트렌드가 하강할 때는 과감히 주식을 내다판다.

그는 장이 안 좋은데, 주식을 ‘만땅’으로 채우고 있는 펀드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사실 고객들 가운데엔 장이 안 좋은데 주식편입비가 90%를 넘는 펀드를 두고 흥분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같은 펀드들 중엔 시장 상황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신념에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은 팀장은 이런 식으로 대처하고 싶지 않다.

어쩌면 고객에게 펀드의 철학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고객과 함께 가고 싶은 것이다. 물론 고객들의 요구에 많이 시달려서 그런 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유연한 시장 대처와 관련한 자신의 고집도 이런 판단에 한 몫 했을 법하다.

그는 종목을 발굴할 때 산업의 모멘텀을 우선적으로 본다. 종목이 자체적으로 아무리 좋아도 산업자체가 나쁘면 소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종목발굴을 위해 탐방한 업체에 대해선 생산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한다.

"탐방한 업체에 대해선 3개월에 한 번은 업데이트를 하고, 탐방시에는 CEO인터뷰와 공장의 생산라인을 확인하는 일 등을 빼놓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방으로 출장을 가면, 12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은 팀장은 올해 3월 초 펀드내 주식내 편입비를 60%대까지 줄였다가 이후엔 주식을 90% 이상 고편입하는 등 자산배분도 적극적으로 했다. 다행히 시장이 이런 전략에 호응해줘서, 그는 자신이 팀장으로 온 뒤 현재 시점까지 최고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 마케팅에도 신경을 많이 쓰지만, 자신이 할 일이 많아지고 재량권이 크진 건 기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은 팀장은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다. 팀원들과 쉴새 없이 떠들고, 회의를 하고 종목을 편입한다. 그리고 한 주가 마무리될 쯤이면, 간혹 폭음도 즐기는 기분파다. 하지만 휴일에는 아들과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자상한 아빠이기도 하다.

장태민 amigo@zeroin.co.kr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