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원칙 지키면서 시장의 흐름 읽기"

인터뷰를 위해서 두 번째 만났을 때에 받은 인상도 첫 번째와 다름 없이 시원시원하고 솔직했다. 외모도 시원시원한 호남형이다. 성과가 나빴어도 이런 저런 부연 설명 없이 인정할 건 인정한다. 잘했다고 해도 장황하게 자랑을 늘어 놓지도 않는다.

“제가 맡았던 펀드는 스왑(Swap), FRN(Floating Rate Note) 펀드 같이 스킴이 들어가거나 유행에 따르는 펀드는 없고, 순수 채권 시가형이기 때문에 성과가 좋을 때는 같이 좋고, 나쁠 때는 같이 나쁩니다.

유매니저는 현재 단기시가형 펀드인 LG뉴시그마 시리즈 1,2,3호와 중장기 시가형 펀드인 LG비과세국공채 1,2,3,4호 등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LG뉴시그마03채권 3호와 시리즈와 LG비과세국공채3호는 제로인의 1년 종합등급에서 1등급에 랭크 되어 있다. 이 외에도 평가 기간인 1년 이상 운용된 시가형 펀드들은 모두 2등급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평가대로 성과가 좋을 때는 같이 좋고 나쁜 때는 같이 나쁘지만, 전반적인 운용 성적은 “우수”하다.

그렇다고 아픈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강세장을 예상했었는데, 8월~10월 금리가 상승을 했다. 뉴시그마 시리즈에 투자한 거액의 개인 투자자 한 명이 비가 오는 월요일, 장이 시작하기 전에 찾아와서 거세게 항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장 전망을 말해주고 잘 설득하고 돌려보냈는데, 그 투자자는 지금까지 자금을 빼지 않고 그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유매니저는 LG증권에서 6년간 채권 상품을 운용했고, LG투신에서는 2년 됐다. 증권사에서 상품을 운용하던 때와 투신사 매니저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증권사에서는 가격의 방향성을 쫓았다면 지금은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 그 만큼 투자 원칙도 명확해야 한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 원칙은 유동성이죠,,,FRN 등이 시장의 유행으로 자리 잡아도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 음,,,그러니까 현선 차익거래나 스프레드 매도 중 유동성이 높은 쪽으로 투자를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전략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지만 희망과 전망을 구별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트렌드를 거스르지 않는다면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투자 철학과 전략에 대한 분명한 주관을 갖되 냉철한 판단력으로 시장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잘 지킨 덕분에 다행히도 SK글로벌이나 카드채 사태를 비껴갔다. 지금운용하고 있는 펀드 중 40% 정도가 공모 추가형 리테일 펀드이기 때문인지 유동성 부분에 많이 치중한다. 그래서 불운(?)은 피해갔지만, 이런 행운 속에서도 자아 비판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카드채 사태를 피해간 건 다행이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즉, 펀드매니저로서 여러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채권종류, 즉 자산 배분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점이 부족한 편이라고 단점을 짚고 넘어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매니저는 8년 전 ‘95년 LG증권에 입사했다. 교육을 받던 중 채권에 관심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을 때 순수한 ‘관심’ 만으로 손을 번쩍 든 것이 눈에 뜨여 채권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때 강사 눈에는 유매니저가 유독 적극적으로 보였다고 했다. 그 강사의 감각이 맞았는지 그는 매니저 일을 ‘너~무’ 좋아한다.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르게 반응하는 시장 앞에서 항상 긴장해야 하는 그 ‘맛’이 기가 막힌다고 한다. 대학 때의 꿈은 주식 매니저였지만, 채권 매니저가 된 것이 더 좋다고 하니 천직이기는 한 것 같다.

LG증권에서 6년간 상품을 운용한 뒤 ‘02년 LG투신으로 자리를 옮겨 투신사 매니저로서 운용 경력은 2년 됐다. 매니저 직업이 천직이듯 LG투신과 궁합도 잘 맞는다. LG투신이 공격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채권부분에서 공격적이라는 평을 많이 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몸담고 그 안에서 보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보수적인 편입니다. 특히 크레딧 리스크에 대해서는 적용하고 있는 EDP모델, ROE Dupont Model, 재무건전성 지수 모델 등을 사용하여 업계 최고 수준으로 관리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크레딧 부분의 보수적인 색깔에 비해서는 듀레이션 쪽으로는 조금 공격적이라고 생각하지만요,,,제 스타일하고는 잘 맞습니다.”

유매니저의 전략 또한 LG투신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듀레이션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편이다. “유동성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듀레이션을 조절합니다. 길게 가져가므로 공격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크레딧 배팅은 되도록 자제해서 1년에 한 번 정도만 합니다.” 매니저들이 공격적이어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무기가 크레딧과 듀레이션 전략이라고 한다면, 유매니저는 후자를 잘 사용하는 무사다. 펀드의 투자 목적과 위험 수준에 따라 수익을 내는 것이 매니저의 임무라면 공격적인 무기 하나 이상은 자유롭게 구사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LG투신은 또한 매니저들에게 재량권을 많이 허용하는 편이다. 월별 및 2주마다 있는 자산 운용 전략 회의에서 타겟듀레이션 및 국채/공사채/회사채의 섹터별 비중을 결정한 후 펀드 특성 및 시장 특성에 따라서 개별 매니저가 규모에 따라 상하 20~30% 범위 내에서 조절권을 갖는다.

그는 앞으로의 금리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는 올 연말 ~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공채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프레드 폭도 좁아질 만큼 좁아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장기 펀드에 가입하라고 추천을 한다. “경기 회복이나 단기 금리 등은 실세 금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요. 현재 우리는 환율 전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구요,,,환율 시장 및 주식시장의 등락이 채권금리에는 더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일드커브나 ‘00년 하반기 경제와 금리 상황이 많이 비슷하다고 한다. ‘95년도 하반기의 일본과도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현재는 장기 펀드 가입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3개월, 6개월 등의 시가 단기 펀드 보다는 1년 이상의 장기 채권형 가입이 리스크 대비 리턴이 훨씬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시중자금 성격상 장기 펀드가 많이 런칭 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나간 결과 장기 펀드가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매니저의 성격은 한마디로 말해서 ‘다혈질’이다. 본인을 포함해 주변 친구들, 심지어 브로커들 까지도 그를 “깨스”라고 부른다. 군대에서 성질이 못된 상사에게는 ‘독’자를 빼서 ‘깨스’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매매할 때는 까다롭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이다. 성격이 보통은 넘고 주관이 확실한 그도 지칠 때가 있다. “무엇보다 전망이 힘들고 단기 대응만 하게 되는 점이 매니저들을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최근처럼 경기 에 대한 논쟁 등이 붙을 때는 고객마다 생각하는 점이 다르고, 운용자들도 견해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운용 자체 보다는 생각 때문에 지치게 되는 거죠,,,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지치잖아요?”

손 한 번 번쩍 잘 든 덕분에 천직을 얻었고, 그 후 8년이 지났다. 8년이면 중견 매니저는 넘어 섰고, 실력으로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텐데도 투신사 경력은 짧은 편이라고 하면서 아직도 배우는 과정이라고 우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잘 알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겸손함과 배포라면 충분히 기대를 걸만한 매니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매니저를 발굴했다는 생각에 억수 같은 비를 맞고 여의도 반을 가로질러 찾아간 '비용'은 충분히 거둔 것 같아 흐뭇했다. 증권 애널리스트가 좋은 종목을 발굴했을 때도 이런 느낌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