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효과 봤지만, 아직은 스타일 고집 안 해

운용역 가운데엔 스트레스 등 갖가지 이유로 자신의 성격이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랜드마크투신운용 최승용(38) 주식운용팀장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는 투신권에 들어온 뒤 성격이 보다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그 까닭은 이렇다. 증권사의 투자분석부에서 일할 때는 ‘말과 글’이 주요한 업무도구였지만, 실적으로 보여 줘야하는 운용업계에선 판단력과 깊이 있는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성격이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굉장히 활달했던 성격도 차츰 진중한 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성격을 바꾼 데는 고객도 한 몫했다. 증권사에서도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등 결코 속편하지 않은 일을 했지만, 투자신탁 쪽은 이보다 더 까다롭다고 얘기한다. 대우증권에서 산업과 시황 분석, 주식운용 등으로 만10년을 채우고, 삼성투신에서 3년을 보냈지만 여전히 고객이란 존재는 그에게 부담스런 존재다.

“투자신탁 쪽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 불특정 다수들의 의지를 조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우선은 스스로의 아집을 경계해야 합니다.”

최 팀장은 랜드마크 투신이 출범하던 시기인 지난 해 6월 이 곳으로 직장을 옮겨 주식운용팀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에 있다. 랜드마크 주식운용팀 매니저들은 애널리스트같은 펀드매니저를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개별 산업이나 거시경제 등을 5개의 섹터로 나눠 각자가 하나씩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팀이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애널리스트’라는 표현은 사양한다. 분석이란 것도 고객의 수익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섹터 담당자의 독단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담당 섹터도 1년마다 바꿀 계획이다. 구성원 한 사람의 능력을 인정해주기 시작하면, 포트폴리오가 한 사람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팀장은 팀이 출범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별로 보여준 게 없다고 겸손을 떤다. 또 운용의 특징으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올해들어 주식운용팀은 발군의 성과를 발휘했다. 특히 최근에 닷컴주 등에 투자해 두드러진 수익을 올렸다. 종목선정효과덕분에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다.

최 팀장은 지난 해 하반기 시장전망을 어둡게 보고 종목 탐구에 치중했다고 말한다. 아울러 지난 10월엔 미국 나스닥이 의미있는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인터넷주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분석한 뒤 이런 종목들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뒤 재미를 봤다. 하지만 정작 그는 국내 진출한 외국사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종목실렉팅을 랜드마크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데 주저한다.

팀 성격상 종목실렉팅 쪽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말을 아낀다. 아직은 조직을 좀더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섹터 담당도 한 사람 늘리고, 운용 툴 정비에도 힘을 쏟아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최 팀장은 자신의 운용스타일이 기업가치를 보고 종목에 투자해 포트폴리오에 묵혀두는 쪽보다는 시장모멘텀이나 경제지표 등에 치중하는 시장지향적 스타일에 가깝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외관상 보이는 종목 선정에서의 성과, 과거에 자신이 운용했던 보다 다이나믹한 스타일 등은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사실 현재로선 한 두 가지 운용스타일에 얽매일 생각도 별로 없다. 이미 특징이 드러난 몇몇 운용사와 같은 대접도 원치 않는다. 우선은 바텀업 플레이든 뭐든 현실적 요구에 적응해 나갈 생각이다.

최 팀장은 투신업계에 발을 담근 뒤 성격이 나빠진(?) 탓인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애를 쓰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운동을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