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수익으로 승부하는 미남 매니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있다. 시장상황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얻고, 손실을 한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 손실을 한정하기 위해선 운용역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안 건드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게만 한다면 펀드매니저라는 명함이 온전할 리 없다.

약속을 못 지켰을 때 고객 앞에서 주가지수 등락률을 들먹이며 면피를 하려고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더 큰 걱정거리는 맡긴 돈이 온전히 펀드에 머물러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유리스투자자문 김일훈(37) 상무는 절대수익률을 자신하는 사람이다. 물론 절대수익률에 대한 '명분'은 운용사 자금유치 전략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고, 돈을 맡기는 쪽에서 운용역을 구슬리거나 강요해서 얻어낸 결과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상무처럼 성공과 실패 여하를 떠나 절대수익률에 대한 자신을 갖고 있는 매니저나 운용사들도 있다.

김 상무는 절대수익률을 위해 경기에 대한 예측, 칼같은 손절매 등을 중시한다. 우선 모멘텀 지수(Indicator)로 주식시장과의 연계성을 추적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여섯 가지 지표를 가지고 주식시장의 등락과의 상관관계를 검증했다. 경기선행지수와 채권 이자율 스프레드, 기관 펀드 플로우, 외국인 펀드 플로우, 통화증가율, 통관기준 무역수지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이 지표를 이용해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한 뒤 투자자산의 배분에 응용한다. 이 여섯 가지 지표를 가공해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면 주식시장이 올라가고, 부정적이라고 판단이 들면 주식시장이 하락했다고 말한다.

"2000년 7월부터 이 작업을 해왔는데, 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시장이 상승할 확률은 75% 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판단이 들었을 때 시장은 여지없이 하향세로 돌아섰죠."

그는 모멘텀 지표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의 베타 값을 조정하거나 선물로 헤지(hedge)를 건다. 선물은 주로 헤지(hedge)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절대수익률 전략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상승장에서 욕심을 버린다는 원칙도 잊지 않는다. 주가가 올라갈 때는 시장의 70% 만 따라가고, 어떤 경우든 펀드 수익률은 4% 이상 안 깨지게 하는 게 주요 골격이다.

유리스는 자산배분형 펀드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물론 돈을 맡긴 기관과 공감을 얻어 이 같은 운용 방침을 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종목선정에 치중하는 펀드는 양상이 다르다.

개별 펀드 운용시 의사결정의 방향을 잡는 김 상무는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 플러스인 회사를 높게 친다. 이런 회사들 중에 배당성향이 크고, IR 정확도가 높은 업체들, 경쟁상대가 비교적 많지 않은 업체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김 상무는 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지점영업을 하며 증권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 뒤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 운용역 등으로 명함을 교체하며 캐리어를 쌓아 나갔다. 그는 2000년 7월부터 유리스(舊 밸런스)투자자문의 운용역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김 상무의 주식에 대한 생각은 좀 남다르다.

"사실 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재미를 본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 패가망신했기 때문이죠."

그는 친구들에게 주식투자를 권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시장은 짧은 기간 상승곡선을 그린 뒤 곧잘 긴 하락장세로 빠져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들은 내부정보를 꿰차고 있는 대주주와의 경쟁에서 여간해선 이기기 힘들다. 그 자신은 주식이 밥줄이니까 손을 놓을 수 없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김 상무는 헌칠한 키와 탤런트 뺨치는 외모 덕분에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끄는 편이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일할 때는 아줌마 부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자금을 맡긴 기관고객과 기업탐방 가서 만나는 사람이 주류이기 때문에 과거의 인기 따위를 떠올릴 겨를이 없다.

그는 밥을 자주 사는 '단순한 기술'로 팀워크를 다지고, 매주 한 차례 농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