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으로 얽매인 사나이,,,고객과 리스크 교감 중요

큰 조직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 있다. 더구나 그 조직 내에 마음 맞는 동료가 있으면 같이 딴 살림을 차리고 싶어진다. 무엇보다 큰 조직은 맘껏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엔 너무 '좁아' 보인다. 이런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험을 해야 한다. 델타투자자문 박상현(36) 이사는 이런 범주에 드는 사람이었다.

박 이사는 95년부터 대형 증권사에서 파생상품을 운용하다가 지난 2000년 회사를 떠났다. 전직장 동료들과 함께 파생상품에 강한 자문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조금만 더 버티면 일반 직장인이 무시 못할 성과급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우선 동료들과 자신들의 둥지에서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박 이사는 파생상품 전문 매니저다. 델타투자자문의 운용자산 가운데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이 정도면 파생상품 운용 전문회사라고 할 만하지만, 그는 농인지 진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얘길 던진다.

"파생외에 나머지도 있지만, 조만간 이런 상품들도 파생과 엮을 생각입니다. 앞으로 100%를 만들어야죠."

사실 델타투자자문은 자문사 가운데 상품 구성이 다양한 편이다. 주식 현물부터 시작해서 채권까지 골고루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특징은 파생상품 운용에 있고, 따라서 모든 상품들에 파생기법을 응용한다면 플러스 알파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이사는 현재 옵션 헤지(hedge) 거래를 주로 한다. 현물지수의 변동성을 기초로 계산된 이론가격보다 고평가된 옵션을 팔고, 동시에 저평가된 옵션을 매수해서 플러스 알파를 노리는 전략이다. 즉 지수의 방향성에 관계없이 옵션 가격의 변동성을 활용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요즘은 '커버드 콜(Covered call)'을 좀더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 커버드 콜은 주식이나 선물을 매수하고, 동시에 콜 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으로 시세의 움직임이 적을 때 유효한 전략이다. 옵션의 대표적인 기본 전략인 커브드 콜은 지난 해 펀드에도 선을 보였다.

그런데 박 이사는 콜 옵션 매도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좀더 국내 시장에 적합한 전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밖에도 DSF(Delta Structured Fund)나 인덱스 플러스 알파 펀드, 차익거래 펀드 등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원래 '전공'은 차익거래였다.

"사실 96년부터 지난해까지 차익거래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파생상품 운용을 골고루 한다기 보다는 차익거래를 통해 몸에 밴 위험관리 기법을 조금 더 응용한 것 뿐입니다. "

즉 옵션 거래는 위험관리 능력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명함이 갈리는데, 박 이사는 이 부분에 대해 누구못지 않게 자신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펀드에 돈을 맡기는 고객 역시 위험에 참여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사실 고객도 무조건 안전하다는 얘기에 만족할 게 아니라 충분히 위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지수 500이 무너져도 450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운용역과 교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 얘기는 투자자문사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큰 운용사의 경우 불특정 일반 대중의 자금을 받고 규모 확충에 치중하는 면이 크지만, 자문사는 고객과 직접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지만, 보람도 못지 않게 크다.

박 이사는 여전히 차익거래를 통해 금리 플러스 1~2%, 옵션을 통해 10~12%에 이르는 연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같은 수익을 위해 그의 핸드폰은 식사시간에도 주가지수를 체크해주고, 그 자신은 좋아하는 술과도 거리를 두게 됐다. 하지만 옵션 만기일 저녁처럼 쌓였던 긴장이 풀리는 날엔 폭음으로 시름을 달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