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음식이라도 소금으로 간을 해야 제 맛

아무리 값 비싼 재료로 만든 요리라고 해도 혀에서 일단 간이 제대로 됐는지 시험을 받는다.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귀한 음식이라 해도 차마 식도로 넘어가지 못하고 내뱉어지게 된다. SK투신의 상품기획팀장 김승길 팀장(42)이 바로 그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올해 2월 미래에셋이 세종투신을 인수하면서 “맵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맵스의 목표는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 AI) 전문 운용사로 거듭나는 것. SK투신은 오는 8월에 맵스자산운용에 합병될 예정이다.

이로써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 맵스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캐피탈 이렇게 6개 계열사를 갖춘 금융전문 그룹의 틀을 갖췄다.

맵스자산운용의 투자팀은 부동산투자팀, 헷지펀드팀, PEF(Private Equity Fund)팀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한 팀을 더한다면 상품기획팀을 빼 놓을 수가 없다.

대안투자는 국내의 투자분야에서는 생소한 문화다. 그것이 전통적인 투자 문화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뒷 노력들이 있게 마련이다.

맵스자산의 3개 운용팀은 그 분야에서는 내노라 하는 막강 맨 파워로 구성됐다. 그러나 여의도 입맛(?)에는 다소 어둡다. 그래서 전문 브레인의 역량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 해 여의도의 식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간을 잘 맞춰야 한다.

간을 맛추는 역할이 SK투신의 김승길 상품기획팀장(42)이 하는 일이다. 김팀장은 한국투신에서 운용 경험과 조사분석 경험이 있다. 그 후 SK투신으로 오면서 설립준비부터 맡은 SK투신의 터줏대감이다.

이러한 탄탄한 배경 때문에 누구보다도 운용을 잘 이해하고 운용팀과 시장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대안투자는 전문성이 짙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펀드매니저에게서 직접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이 법규를 잘 충족하면서도 매력적인 상품이 되도록 하기까지는 머천다이저(Merchandiser)의 코디네이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부동산 맵스 프론티어1호를 내 놓을 때는 여간 신경이 쓰인 게 아니었다. 이 펀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식으로 자금조달을 했기 때문에 대출할 때 대출금이상의 담보를 잡는다거나 등 기존의 펀드에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부분도 하나 하나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놓치고 지나간 법적인 제약 사항은 없는가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피곤이 젖어 있는 모습에서 그 동안 맵스자산운용이 첫 상품을 내놓기까지의 산고를 읽을 수 있었다.

첫 산고를 겪으면서 탄생한 첫 작품인 맵스프론티어 부동산펀드1호는 출시한 지 사흘 만에 모집금액인 450억을 다 채울 정도로 투자자들의 인기몰이에 성공을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펀드의 주인공은 분명 펀드 매니저다. 그러나 고급 속에 감춰진 소금의 역할을 하는 김팀장에게도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지만 은은한 촛불을 밝혀주고 싶다.

<정승혜>(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