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의 투자철학

괴테(1749~1832)의 명작 ‘파우스트(Faust)’의 주인공 파우스트는 쾌락을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시대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쾌락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의 가치평가는 논외로 하자.

현대 시대에도 파우스트는 존재한다. 때로는 무엇을 너무 갈망하면 영혼까지 팔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무엇을 얻고 싶었기에 영혼까지 팔려고 할까? 그리고 내가 판 영혼은 무엇인가?

서준식 매니저(35)는 지난 4월 1일 한국투신 시가2팀의 팀장이 됐다. 이 한국투신운용은 매니저에게 재량권을 비교적 크게 허용하는 곳이다. 그는 운용사의 관점에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이 곳이 좋다.

채권매니저마다 밸류 애드(Value add)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서매니저의 방법은 저평가 자산 발굴을 통한 상대 가치 매매다. 적극적인 파생상품 활용도 빼 놓을 수 없다.

상대가치 매매방법은 섹터별, 종목별 간 상대적로 저평가 된 것을 사고 고평가 된 것은 파는 방법이다. 따라서 항상 그 차이를 발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시장이 약세건 강세건 종목간 섹터간 가격 차이는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도 쉴 틈 없이 최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저평가 종목을 찾는다.

그의 특징중의 하나는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파생상품과 현물시장 간에도 가격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헷지 전략으로는 스왑을 이용한다.

그는 이런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방향성에 대한 동물적 감각을 갖고 있지도 않고, 시장이 불리해지는 것을 포착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다만 항상 그 상대가치 찾는 데 열중하죠. 모니터화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집에 가서도요,,,,”

그는 스스로를 발 느린 매니저라고 비하(?)하지만 상대가치가 발견되면 시장의 효율성에 그 기회가 눌려버리기 전에 발 빠르게 교체 매매를 해야 한다. 여간한 매사기 없이는 안 되는 손놀림이다.

상대적 가격 차이는 그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지만 수시로 그 변화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어지간한 극성을 부리지 않으면 안 된다.

투자자에게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려 주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말 그대로 ‘피 마르는’ 작업이다.
그런 극성으로 거둔 수확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대표 펀드인 부자아빠 마스터 단기, 중기, 장기 A-1 시리즈는 1년 수익률이 업계 상위권 수준이다. 그러나 이 펀드들이 이 만큼의 실적을 내기까지는 남모르는 시련이 있었다.

서매니저는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펀드들의 수익률이 단기적으로는 부침이 심한 편이다. 주간, 혹은 월간 수익률 집계를 낼 때 1위~꼴지를 오가기도 했다. 그 때마다 각종 기관의 분석 자료에 변동성이 심한 펀드, 카드채 편입비로 신용위험 노출이 큰 펀드 등의 이름으로 거론됐다.

작년 SK글로벌과 카드채 사태 때는 정말 힘들었다. 투자자들에게 편지로 상황 설명을 하고 조금 더 인내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 때마다 투자자들을 끊임 없이 설득해서 신뢰를 심어 줬고 그의 설득은 사탕발림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수익률로 나타났다. 힘든 한 해였지만 결국 업계에서 뒤지지 않는 성과를 냈고 그 때까지 기다려준 투자자들이 너무 고맙다.

그는 단기적으로 부침이 심하다는 것을 그의 단점이라고 꼬집어 말한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더 주면 회복할 수 있는 ‘단점 극복 장치’ 또한 마련해 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실적이 그것을 입증해 준다.

서매니저는 두 딸의 아빠다. 막내는 한 참 예쁠 두 살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예쁜 천사다.

그러나 '펀드에 영혼을 팔아버린' 그는 다시는 못 올 이 천국을 마음 놓고 누리지 못한다. 집에 가서도 그래프가 떠오르고 자다가도 미국 금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이에게만큼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천국의 철학을 심어주는 영락 없는 아빠다.

펀드에 영혼을 팔아버린 파우스트의 투자 철학은 이렇다.

  -   펀드의 성격과 목표를 철저히 이해한다.
  -   금리전망에 근거한 듀레이션 베팅, 단기 차익을 위한 단기 딜링을 최소화 한다.
  -   저평가 자산 발굴을 통한 Relative Value Trading으로 펀드의 가치를 꾸준하게 높인다.
  -   다음은 펀드의 성과를 감소시킨다.
        ■       절대 금리가 높은 것이 저평가된 자산이라는 생각
        ■       금방 취득한 정보가 빠른 정보일 것이라는 생각
        ■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급격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생각.

<정승혜>(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