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세팅의 위력, 성과로 증명

생각처럼 운용자금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기업 가치를 분석하고, 조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펀드 운용에 신경을 쏟았다. 주식형 펀드 전체의 덩치가 작아서 잘 보이진 않지만(?), 최근 1년 수익만은 대외적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다. 동부투신은 2002년 말까지 조직을 전면 정비한 뒤 변신했다.

동부투신은 3월 22일 현재 설정규모가 300억원을 넘는 25개의 공모성장형 운용사 가운데 최근 6개월 수익률에서 2위에 해당하는 결과를 나타냈고, 1년, 1년6개월 누적수익률에서도 각각 3위에 해당하는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설정액은 3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규모는 작지만 조직을 개편하기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성과의 차이는 개별종목 때문입니다. 최근까지 주식 비중을 풀(full)로 가져가고 개별 종목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동부투신 장재원 주식운용팀장(37)은 성과의 비결을 운용 조직의 정착과 종목 발굴에서 찾는다. 특히 애널리스트 중심 체제의 조직이 만들어낸 시너지에 무게를 둔다.

그동안 사실 많은 운용사들이 분석팀과 운용팀을 분리했다가 합치기도 하면서 변신에 변신을 꾀했다. 운용사 내에 전문 분석팀을 두는 게 운용의 효율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동부투신은 나름대로 독특한 목소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동부투신의 주식관련 조직을 보면 분석팀에 애널리스트를 7명이나 뒀고, 운용팀은 장 팀장을 포함한 3명으로 꾸려가고 있다.

장 팀장 스스로도 애널리스트 목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 자신도 2002년도엔 운용에서 발을 빼고 업종을 맡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역할을 했다. 동부투신은 조직 세팅을 끝냈다고 판단한 2002년말부터 썩 괜찮은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모닝미팅 등을 통해 운용팀과 분석팀 간의 의견교환이 이뤄진다.

어찌됐든 펀드매니저란 명함을 가진 이들은 큰 구슬이든 작은 구슬이든 굴려서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시장에 대해 겸손해하는 법을 배워야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 분담과 업무 협조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요즘엔 혼자서 시장 움직임도 예측하고, 괜찮은 종목을 골라 고수익을 내는 예전같은 스타매니저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동부투신 내에선 펀드매니저가 맘에 드는 종목이 있다고 순전히 자신의 판단에 의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일은 없습니다. 종목을 선정하는 일은 애널리스트의 몫이죠. 운용상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포트폴리오내의 업종 비중을 시장과 비슷하게 가져 간다는 점입니다.”

특정 운용사나 펀드의 경우 시장대응, 즉 마켓 타이밍은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오로지 괜찮은 종목을 골라서 초과수익을 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동부투신 역시 이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들은 섹터(산업)에 대해서도 그 섹터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만큼 편입하려는 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아무도 시장은 못 맞춘다는 얘길하곤 합니다만, 저희는 이 얘기를 아무도 섹터를 못 맞춘다는 개념으로 확대시켰습니다.”

포트폴리오내 산업비중을 시장과 같이 맞추고, 또 주식도 성장형 펀드의 편입한도까지 꽉 채워 운용을 한다면 아마도 인덱스 펀드가 연상될 것이다. 하지만 인덱스 펀드같은 패스브 펀드와는 확연히 다르다. 즉 섹터는 중립포지션에 놓지만, 종목에 두는 무게를 달리한다.

이를테면 화학이나 철강같은 소재관련 산업의 경우 경기 사이클 상으로 예측이 다소 쉽다도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주식시장의 특정 업종지수가 반드시 그런 식으로 움직일 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유틸리티 산업을 포트폴리오 바닥에 깔아놓는다면, 장이 망가질 때 타격을 덜 입을 수 있는 장점도 고려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펀드인 'NEW-COMERS 주식형 펀드'는 바텀업 투자를 지향하는 상품이다.

자문사에서 분석, 운용업무를 했던 장 팀장은 2000년 초 주식시장이 꼭지를 찍을 때 쯤 동부투신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그 해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그의 욕구도 상처를 입은 듯했다. 그래도 구슬을 굴려야 하는 법이고, 그는 어느새 정비된 팀의 운용 방향타를 잡게 됐다.

장 팀장은 새벽 5시 40분에 집을 나서 6시1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고 말한다. 그런 뒤 근처 스포츠센터에 가서 수영을 한다. 취미나 놀이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관리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조직과 개인을 불문하고 일단 몸 상태를 제대로 정비한 후에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장태민 amigo@zeroin.co.kr>(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