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

과거에는 스타 매니저를 배출했던 많은 운용사들이 최근 몇 년 전부터 개별매니저 어프로치보다는 팀어프로치로 방향을 바꿨다.

팀어프로치는 개인의 의사결정상의 오류를 줄이고 시장 상황의 변동에 흔들려 비합리적 사고에서 나오는 오류를 줄이고, 개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 감내도를 팀이 함께 감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시장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힘을 발휘하자는 것이 골자다.

팀을 구성해서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조직이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팀운용이라고 못 박은 이상 펀드 운용 결과도 합의를 거쳐 나온 그 무엇일 것이다.

“결정되면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천병규 팀장(38)에게 국민투신의 팀 운용의 특성을 물었더니 1초도 되기 전에 나온 답이다. 팀운용을 지향한다 해도 매니저별로 재량권을 비교적 많이 주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국민투신은 절대적으로 후자다.

스타 매니저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승부를 내는 매니저는 이 조직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대신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어느 조직 보다 개인 매니저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다.

애널리스트는 아니지만 매니저가 그 기능도 같이 한다.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강력한 명령을 따라야 하는 대신 위원회에서의 토론 과정은 무지막지하게 치열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매니저별로 내놓은 의견은 성과 평가에도 연결된다. 그리고, 일단 결정이 되면 설령 자기의 뜻에 맞지 않아도 따라야 한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것이다. 그리고 여태까지 국민투신이 건재해 온 이유는 장기 운용을 지향한 데 있었다고 한다.

국민투신이 지금과 같은 운용스타일을 갖추게 된 것은 2000년 1월 ING Insurance International이 20%의 지분을 참여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팀장은 안 맞는 옷을 내 몸에 맞게 입는 과정이었다고 회고한다. 큰 옷을 내 길이에 맞게 잘라 내기 보다는 멋있게 접어 입는 쪽 이었다고 할까,,,

ING의 투자원칙 중 가장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것은 투자기간(Time Horizon) 이었다. MMF(Money Market Fund, 단기시장자금펀드)도 1년이고, 중기는 5년, 10년은 되야 장기 펀드로 인정을 받는다. 6개월만 되도 중장기 펀드 대접을 해 주는 국내의 투자 문화는 그 쪽에서는 ‘이해는 하면서도 수긍은 안 되는,,,’상황이었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같은 장기 펀드를 운용할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운용 원칙 에서만큼은 그 냄새가 배어나온다. 운용 전략은 장기적인 스트래터지(Strategy)와 단기적인 택티컬(Tactical) 조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민투신은 택티컬한 조정은 삼가고 1년 이상의 장기적인 뷰(View)를 갖고 운용을 한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깨지는’ 경우에는 조직의 인내(리스크 감내도)로 견뎌낸다. 그리고 제시 수익률의 관행도 없앴다. 초기에는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내부의 반발도 거셌지만 이제는 돈을 맡기는 기관들도 받아들인다.

제시수익률은 목표 수익률로 ‘제시’된 것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꼭 맞춰줘야만 했던 왜곡된 관행이다. 어떻게 보면 국내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했는데도 건재하는 것을 보면 흔들리지 않고 추진해 온 조직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팀장도 그 동안 어려워도 잘 견뎌준 팀원들에게 고마워한다.

천팀장은 같은 해 8월에 LG증권에서 상품을 운용 하다가 당시 주은 투신(국민투신의 구상호)으로 합류했다. 전직의 이유는 종합적인 자산관리(에셋매니지먼트, Asset Management)를 하고 싶어서다. 최근 랩어카운트를 통한 자산관리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예측은 맞아떨어진 듯 하다.

두 아들 중 한명은 채권매니저를 시킬 의향이 있다고 하는 한다. 둘 다는 싫단다. 위험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 이라나,,,,아이 키우는 것을 ‘자식 농사’라고 한다. 자녀 관리도 엄연한 ‘자산관리’임에 틀림 없다.

<정승혜>(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