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있다. 우리는 코끼리의 긴 코에 관심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은 코끼리의 코만을 뚫어지게 관찰하곤 한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 코끼리의 생활양식이나 환경변화에 반응하는 방식 등을 통해 코가 길어진 원인, 코와 귀, 코와 다른 기관과의 관계 등 좀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코끼리를 코가 긴 동물로만 인식하는 사람은 환경변화가 코끼리에게 주는 영향 등에 대해 알기 힘드나, 좀 더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코끼리의 생태변화 및 적응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채권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채권시장은 변화하는 유기체다. 유기체는 내부의 구성 요소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변화 요인 등 많은 인과관계를 형성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유기체적 특징을 지닌 채권시장에서 금리수준에만 관심을 가지고 운용함에 따라 투자수익이 극과 극을 나타내는 펀드매니저들이 있다.

반면 채권시장의 본질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조사 분석하고 연구 한 후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하에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있다.

신생 자산운용회사인 기은SG운용의 유치영 본부장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채권매니저는 시장을 매매하지 말고 본질(운용Process)을 매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금리수준 중심의 시장만을 보고 운용해 주기적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된 점이 자산운용산업을 멍들게 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향후 장기 펀드 중심의 운용시장에서는 시장을 매매하지 말고 위험관리된 운용프로세스에 의한 운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렇듯 채권운용의 나아갈 바를 역설하는 유치영 본부장은 사실 펀드매니저로써 채권매니저가 첫 단추는 아니었다. 펀드매니저로써는 다소 늦었던 90년대 중반 현대투신(현 푸르덴셜)의 전신인 국민투신 투자공학팀에서 처음 운용을 시작했다.
주로 주가지수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에 골몰하던 중 보험전략 상품인  PI(Portfolio Insurance) 펀드를 운용하면서 채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채권매니저로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선회하게 된 데는 어쩌면 원님 덕에 나팔 분 격이기도 했다.

현대가 국민투신을 인수하면서 쉽사리 돈벌이가 되지 않던(?) 투자공학팀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유치영 본부장은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잖아도 채권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채권에 대해 기초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과감히 채권운용팀을 지원한 것이다.

펀드매니저는 항상 초과수익을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초과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시장은 합리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일시적으로 불균형으로부터 이탈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균형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힘이 언제나 작용하고 있다. 균형에서 이탈된 비합리적인 가격은 언제나 회귀한다. 이는 저평가 종목의 분석이 선행되어야만 장기적으로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펀드의 경우 과정이 어찌되었든 만기시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관심이 많았다. 반면 장기 자금이 늘어날수록 수익자들은 결과만이 아닌 운용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즉,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펀드를 원하는 것이다. 운용 기간내에 수익률 등락이 큰 경우 안심하고 장기간 자금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간 안정적인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격분석이 아니라 가치분석에 의해 투자해야 합니다. 즉, 수익만이 아닌 위험도 같이 고려하여 위험대비 수익이 우수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금리수준 중심의 분석뿐만 아니라 채권종류별, 만기별 섹터단위로 위험과 수익 조합을 분석해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를 관리해야 합니다."

펀드 수익률은 대표 채권 하나의 수익률이 아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다. 즉, 만기별 채권종류별 조합에 따라 동일한 펀드 듀레이션과 동일한 채권종류라도 펀드 수익률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정적인 펀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종목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

"전체 금리와 만기별 채권종류별 섹터수익률은 상관관계가 1에 가깝지만 각 섹터간의 상관관계는 1에 가깝지 않습니다. 조합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수익성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로 인해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수익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장 트랜드(Trend) 인식하에서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노출도에 관한 밴드(Band)를 정하고 이자소득(Carry)과 자본이득(Capital gain)을 고려하여 합리적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펀드매니저는 운용의 주체이나 고객(수익자)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펀드매니저는 수익자의 필요사항(Needs)을 항상 염두에 두고 소신에 따라 운용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또한 소신에 따른 운용과정에 대해 수익자에게 수익자의 Needs에 부합되는 지와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펀드매니저는 의사나 웨이터가 하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절차(운용과정)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다는 점, 고객의 Needs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직업이라는 점, 고객 만족을 위해 고객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매니저는 자신이 행한 운용과정에 대한 소신과 소신을 뒷받침할 만한 설명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채권운용은 자금시장의 변천에 따라 변화한다. 과거 자금의 시대에서 듀레이션과 신용분석의 시대로 변했듯이 앞으로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관리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수익률 변동성을 줄인 상태에서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유치영 본부장은 강조한다.

늦었다고 느꼈을 때야말로 가장 이르다고 했다. 유치영 본부장에게 있어 채권펀드매니저, 아니 펀드매니저로써 늦게 출발했다는 인식이 다른 누구보다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민과 탐구 정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 어떤 내용으로 기은SG운용의 채권펀드에 고스란히 녹아날 수 있는 가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보다는 앞으로 기은SG운용의 운용프로세스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김양진>(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