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적 감각으로 확,,,,그러나 다치지 않게 살살,,,

그 만큼 동물적 감각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일까? 김팀장이 갖고 있는 실적추정모델을 보여주면서 “전 단순하게 추정을 해요.” 멋적은 표정을 지었지만 엑셀 쉬트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셀(cell)수가 많다고 좋은 모델은 결코 아니다. 결국 오를 종목을 골라 내는 능력이 핵심이다.

‘가치주는 살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워낙 작은 종목들이 많아서 드러나지 않게 살살 거둬들이는 겁니다. 살살~~. 굳이 영어로 고쳐서 말하자면 “Softly” 하다는 뜻인데 공을 들여 발굴한 만큼 수익을 낼 때도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성어다. 한투운용에서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들은 크게 일반 주식형 펀드, 즉 시장 섹터 비중을 감안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것과 시장과는 무관하게 가치종목만으로 편입한 펀드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거꾸로’펀드다. 처음부터 시장에 대한 시각과 발상 자체를 ‘거꾸로’ 가져 가자는 의도로 설정된 펀드다.

거꾸로라는 말이 자칫하면 시장과 거꾸로 가도록 구조를 짠 Reverse ELS 펀드의 일종처럼 착각하게 하기도 한다. 이 펀드가 생긴 초기에 각 지점에서는 “시장은 오르는데 거꾸로 가면 무슨 수익을 내겠냐?”고 묻는 투자자에게 대답을 해주느라 곤혹스러운 적도 많았다고 한다.

한투운용의 다른 주식형 펀드는 애널리스트과 전략팀에서 구성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갖고 매니저가 실제 포트폴리오(Active Portfolio)를 구성해 운용한다. 그러나 거꾸로 펀드는 상당히 자유로운 운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펀드는 모델포트폴리오가 없다. 종목 비중을 결정할 때도 시장 비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치주 종목으로 선정된 종목 중에는 중소형주가 많기 때문이다. 주식 내 4%정도 채워 넣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 조절을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발굴해 온 종목을 큰 제약 없이 싣고 간다. 다분히 애널리스트의 입김이 세고 그 만큼 애정이 어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펀드 운용 과정을 살펴보자. 애널리스트들은 수시로 엑셀 쉬트에서 종목들의 저평가 여부를 두들겨 보고, 각자가 갖고 있는 정보력을 총 동원한다. 그리고 동물적 감각으로 냄새를 맡아 후보 사냥물 명단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사냥(기업방문)에 나선다. 그리고 각자 사냥해 온 것들을 수요일 마다 있는 ‘거꾸로’ 회의에서 쏟아 놓는다. 회사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모델이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하는 ‘언어’는 비교적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

김팀장이 맡고 있는 업종은 화학, 광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그렇지만 리서치팀장이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모든 팀원들의 업종을 다 살펴봐 줘야 한다.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냥물을 포획할 수 있는 시야가 넓다는 얘기다.

새끼 사자가 먹을 것을 물고 왔다. 큰 앞발로 먹이를 이리 저리 점검해 보는 아빠 사자. 그런데 그 것은 이미 썩어 버려서 먹을 수가 없다. 아빠 사자는 어린 사자를 타이른다. “아기사자야, 이런 건 먹으면 안돼. 자, 아빠가 가져온 이 고기를 보렴. 바로 이런 걸 사냥해야 하는 거란다.”  
아빠 사자를 하려면 자기 먹이 사냥만 할 줄만 알아서는 안 된다. 아기 사자들에게 사냥을 가르치고, 먹을 것, 못 먹을 것을 식별하는 능력도 길러줘야 한다. 아빠사자 노릇을 제대로 하려니 정말 힘들다.

‘어떤 종목이 좋다더라!’ 벌써 이런 소문이 돈다면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남이 쳐다 보지도 않을 때,,,바로 그 때가 적기다. 한마디로 가장 먼저 가격 메리트 냄새를 찾아내는 것이다. 동물적 감각이라고 해서 감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엑셀 쉬트를 무던히도 두들겨 대고, 관심 있게 종목을 관찰하고, 펀더멘털에 어떤 변화가 없는지 늘상 킁킁거리며 종목들의 냄새를 맡아본다. 은근슬쩍 '하품을 하는 척' 하면서 큰 입에 종목들을 쓸어 담는 부지런을 떨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바이사이드(Buy Side)는 셀사이드(Sell Side)보다 커버하는 종목이 더 많다고 한다. 다만 셀사이드처럼 상품화되는 리포트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기서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김팀장은 발굴한 종목 중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밝힐 수 없는 한 식음료 종목을 예로 들었다.

“제가 6개월을 공을 들인 종목이 있습니다. 한 때 조류독감때문에 주가가 확 빠졌던 이 종목은 다음 분기에 다시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이 종목이 들고 있는 모 홈쇼핑 지분도 매력적이었죠. 한마디로 수익성(PER)과 자산가치(PBR) 모두 매력적인 종목이었습니다. 이런 종목이 턱도 없이 저평가 돼 있었던 거죠. 그런데 주가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6개월을 기다렸죠.”

6개월을 공을 들인 후에 비로서 사들이기 시작한 이 종목이 대박을 내고 있다. 사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먹을 것을 보자마자 달려드는 사자는 자기보다 발 빠른 영양을 만나면 오히려 쫓기만 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이 ‘동물의 왕국’에서도 가끔 보인다. 그래서 사냥물의 상태를 잘 살펴내고 기다리는 끈기도 필요하다.

거꾸로 펀드는 가치주 펀드지만 상승장에서도 예외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 달 동안 12%가 넘는 수익률을 거두면서 성장형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주식시장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연말 강세를 이어가 새해 첫 달에만 거의 25%에 근접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그런데 거꾸로 펀드는 이미 다른 사자들이 냄새를 맡기 훨씬 전부터 코스닥 시장에 관심을 가져왔다. 즉, 남이 처다 보지도 안 볼 때 코스닥 시장이 바닥에 지하실이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굴삭기로 바닥을 파고 있을 때부터 공을 들인 결과다.

게다가 이 펀드의 운용특성상 가장 큰 장점인 자유로운 종목선택의 원칙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래서 코스닥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었고 작년 11월말 현재 코스닥 비중이 20% 정도나 된다. 성장형 펀드 중에서 코스닥 비중이 가장 높은 펀드 중의 하나다.

거꾸로 펀드는 이형복 CIO가 운용했었던 것을 최근 한투운용이 ‘스타일’운용으로 색깔 있는 체제로 정비하면서 애널리스트 출신인 구용덕 매니저가 맡게 됐다. 물론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것은 변함이 없다. 애널리스트 출신인 배매니저가 맡게 되면서 바쁜(?) CIO보다는 펀드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고 애널리스트들과 토론도 더 활발해졌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