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가 심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조직 운영과 자산운용 전략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내세우며 자산운용업계의 인수합병(M&A), 분사 등이 활발히 진행 중이고 금융그룹의 자산운용 인수도 잇따르고 있다.

2015년 7월 BNK금융지주는 GS자산운용을 인수하고 BNK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민연금 출신 손석근 대표이사를 수장으로 임명하고, 박의현 주식운용본부장, 김춘배 채권운용본부장을 영입해 조직을 재정비, 수익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워낙에 부진했던 성과라 아직은 빛을 보지 못하고 묻혀있지만 차곡차곡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고 있는 박의현 주식운용본부장을 만나 그 동안의 일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금융연구원에서 통계 패키지를 돌려 시뮬레이션하고 경제를 전망하는 일을 했었어요. 보통 매니저들이 애널리스트로서 기업분석을 하고 바텀업으로 시작한 데 반해 저는 매크로를 먼저 한 거죠. 큰 그림을 먼저보고 느낌을 갖고 기업을 본다는 것이 약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해도의 차이, 관점의 차이일 뿐 만나는 부분은 비슷한 것 같다며, 시작은 그렇게 했지만 매크로를 보고 산업분석을 하는 것 자체도 바텀업으로 봐야 하고, 기업분석을 바텀업으로 한다고 하는 것도 산업분석을 통하지 않고는 결국 바텀업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바텀업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샀는데 이게 6개월 동안 성과를 못 내다가 12개월이 되어 시장수익률을 아웃퍼펌했다면 버텀업으로 종목을 잘 고른 것이 맞는가? 하는 거죠. 왜냐하면 저평가된 종목들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저평가되었을 테고 그러면 해소되는 원인이 다 달라야 하니까요. 저평가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잘 짰다면 특정 구간에서 성과가 안 좋을 수는 있지만 6개월, 12개월되면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3개월, 6개월 뒤에 오를 것 같은 종목을 고른다는 것인지 묻자, “아니요. 종목을 고를 때는 다양한 의미로 저평가된 종목을 선택하는데 문제는 그 종목들이 언제 반등할지 모른다는 거에요. 그런 종목들로 펀드를 구성하면 이번 달에 오르는 종목이 생길 수도 있고 1년 뒤에 나올 수도 있죠. 그 시점은 특정할 수 없지만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이상하다는 이야기에요. 가치투자처럼 하지만 스타일투자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저는 꾸준히 성과를 내는 펀드 운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는 거에요.”라고 답했다.

누구나 꾸준히 성과를 쌓고 싶어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구간 구간 성과가 부진할 수 있는 데 그 평가 구간이 짧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좁은 밴드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가니 변동성이 커지고 수익이 나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3개월 뒤에 좋아질 종목을 골라서 펀드를 구성하면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기까지 그 이상이 걸리겠죠. 그럼, 펀드가 3개월 뒤에 좋아지려면 1개월 뒤에 좋아질 종목을 사야 하는 거에요. 빨리 성과를 내려면 매일 좋아질 종목을 사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다는 것은 모두 인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어려우니 빨리 개선시켜보라고 하기도 하죠. 이건 매니저에게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매니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면에서 BNK자산운용은 좀 더 자유롭게 버텨볼 수 있고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이 펀드 성과에 플러스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금융지주 계열사다 보니 장래 안정성이나 비즈니스를 하기에 편하다는 점, 새로 세팅되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의욕이 강하다는 점, 그래서 좋아질 여지가 많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지금은 트랙레코드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처음에 왔을 때에는 BNK자산운용의 대표 공모펀드인 골드스코프펀드의 성과가 바닥이라 힘들었죠. 누구의 잘못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회사가 흔들리면 매니저들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더욱 노력해서 나아져야죠.”라며 허허 웃었다.

골드스코프펀드의 성과는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2014년 90위, 2015년 82위로 동일유형내 하위권에 머물던 성과는 2016년 8월 현재 24위까지 올랐다.

“기업을 보고 리서치를 하는 데 있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정확히 일치하는 종목을 고르는지 시장상황에 흔들리며 보는지, 그 조그만 차이가 성과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생각을 철저하게 대입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거죠. 대부분 주식을 살 때 보면 싸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적정 가격에 사거든요. 더 싸게 사려면 남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야 가능한 운용이 되는 거구요. 그렇지 않으면 비슷한 가격에 살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라며, 때문에 탐방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탐방을 하면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여러 기업을 보면서 비교 분석이 가능해 진다고 했다.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미리 미리 밸류에이션을 맞춰 놓으며 준비하고 있다가 탐방을 통해 저평가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기회를 얻기도 한다고. BNK자산운용은 있는 정보나 노출된 정보를 잘 가공하고 프로젝션해서 새로운 밸류에이션을 도출해 내는 것을 잘하는 하우스라고 생각한다며 회사 자랑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시장에서 어떤 매니저로 인정받고 싶은지 묻자, “롱텀하게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죠. 운용이라는 것이 긴 호흡을 갖고 길게 가야 하는데, 다행히 BNK자산운용은 과거로부터 조금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고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요.”라고 했다.

꾸준히 이익을 내고 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고 투자도 열심히 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는 박의현 본부장. 매니저는 투자 원칙을 가지고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재차 강조하며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는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박의현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 1998.08~2000.02 한국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

- 2000.02~2006.02 마이다스자산운용 주식운용팀

- 2006.02~2008.06 국민연금관리공단 주식운용팀

- 2008.06~2012.04 코스모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

- 2012.05~2014.12 동양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

- 2015.01~2015.09 스팍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

- 2015.10 ~ 現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