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형 운용사인 키움자산운용은 중대형 자산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합병해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재탄생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출범 이후 간판 펀드로 키움장기코어밸류펀드를 내 놓았고, 펀드의 양호한 성과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 버전의 키움글로벌코어밸류펀드도 출시했다. 두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며 펀드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박원정 매니저를 만나보았다.

효율적 시장가설의 모태가 되는 이론들이 연구되었던 시카고대학에서 금융수학을 전공하며 교수를 꿈꾸던 그는 “시장의 쏠림 현상보다 먼저 종목을 선점하는 것은 한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지속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쏠림 현상에서 소외된 주식들 중에서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는 것에 대해 고민의 여지가 없었어요. 소위 말하는 가치투자죠. 거기에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투자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학교를 나왔죠.”라며 매니저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렇게 교수의 꿈을 접고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상하이 상품선물 트레이딩 회사였다. 하지만 상품이라는 것이 가치대비 가격이 얼마나 형성되었는지 알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더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식운용 쪽 일을 해야겠구나.”하고.

이번에는 국내 자산운용사인 한화투신운용에 입사했다.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운용한 것은 아니지만 인덱스 퀀트 펀드 운용도 하게 되었고, 퀀트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펀드들을 운용하며 경험을 쌓았다.

“계량적인 수학적 스킬이 있으면 투자하는 데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량적인 분석과 정성적인 분석을 적절히 하는 거잖아요. 제가 원하는 것이 이 가운데 있는 거에요.”

그런 그에게 기회를 준 곳이 우리자산운용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펀드가 장기코어밸류펀드다.

“요즘 알파고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최근에 어느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암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암의 패턴을 통해서 정확도를 높이는 거죠. 그런데 이런 것을 통해서 혜택을 받는 것은 의사에요. 1차적으로 컴퓨터가 판단을 하니 의사가 좀 더 중요한 사안에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거죠.” 라며, “마찬가지로 탐방 베이스의 수익원을 찾는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종목에 하루면 100 종목은 100일 걸리잖아요. 이런 논리에서는 리서치 인원을 강조하게 되죠. 그러나 한계가 있기 마련이에요. 글로벌을 위해 수십 명을 고용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결국 나아갈 방향으로 정량적 분석이라는 것이 반복됩니다.” 라며 암을 진단하듯 가진단을 하고 집중해야 할 종목을 선별해 본진단을 매니저가 하는 것. 이것이 박원정 매니저가 이야기하는 정성적 부분이라고 했다.

“가격이 싸고 재무적으로 부채가 적고 안정적인가 하는 것은 정량적으로 판단이 되지만, 이 회사가 장기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재무적으로 나오지 않는 거잖아요. 가령 돈이 많은 기업은 특정 지표를 통해 알 수 있지만 그 돈이 기업의 성장에 쓰여지는 투자로 이어지는 지, 얼마나 어떻게 투자해서 산업 트렌드에 맞춰 매출의 증대를 이끌고 있는지,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기업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라며 정성적 분석을 강조했다.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재투자하는 기업을 발굴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해 장기 투자하는 것. 이런 잠재적 장기성장성은 가격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먼 미래의 일 일수도 있기 때문에 가시적인 실적이 나오거나 실적개선 리포트가 나올 때 주가에 빠른 속도로 반영된다. 즉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실적보고서를 근거로 투자하면 리스크는 적어 보이나 좋은 가격에 살 확률은 적다.

박원정 매니저는 잠재적 장기성장성을 기업의 우수한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에서 찾고 있다. 기업의 재투자 방향.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가격에 성장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고, 둘째 현금흐름이 좋고 재무구조가 우수한 기업이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있어 위험이 다른 기업에 비해 크지 않죠. 그리고 셋째 성장성이 반영되지 않은 좋은 가격에 매수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올라가거나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또 잠재적으로 장기성장성을 가진 종목들은 주도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게 재평가된 기업들이 2014년 화장품, 2015년 제약주였어요.”라며, 그런 종목들을 남들보다 먼저 보유했던 것이 안정적인 성과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잠재적 장기성장성을 보기에 아무래도 길게 볼 수 밖에 없고 쉽지 않다.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었다.

“원칙 있는 매매를 하는 거에요. 당연한 말이죠. 어려울 때 펀드가 취할 수 있는 운용 철학을 견고하게 만들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결정을 해야 할 때 어떤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펀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두는 거죠. 너무 제한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힘든 순간에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소위 말하는 원칙 있는 투자가 이거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죠.”라며 운용의 묘를 살려가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것이 흔들림 없이 꾸준히 운용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했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 기업 탐방보다는 세미나 참석을 많이 한다는 그는 자신을 저성장에 최적화된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그가 운용을 해 온 7년 동안은 저성장이 계속 되었고 앞으로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성장시대에 맞는 전략을 사용하면 좀 더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 성장성 있는 종목을 찾아 좋은 가격에 사서 보유하면 그게 바로 저성장시대에 수익을 방어하며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박원정 매니저. 그렇게 그는 장기적으로 보유했을 때 괜찮은 주식을 찾기 위해 극단적 쏠림 현상의 반대편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었다.
 

박원정 키움투자자산운용 알파운용팀

- 시카고대 금융수학 석사 졸업

- 2009.06~2009.12 Delta Exchange Shanghai

- 2009.12~2013.11 한화자산운용 전략운용팀

- 2013.11 ~ 現 키움투자자산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