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총, 금속활자, 금속활판, 기계식 계산기. 아무런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것들은 모두 세계 10대 발명품이다. 이 중 나침반은 10대 순위 중에서도 1위다. 인류를 대항해시대로 이끈 나침반이 그만큼 엄청난 발견이라는 뜻이다.

펀드에도 나침반이 되고자 하는 펀드가 있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펀드’라고 소개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네비게이터펀드는 시장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 관점에서 추세적으로 이익이 개선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해 꾸준히 시장대비 초과 성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박현준 코어운용부문장이 운용을 맡고 있다. 박현준 부문장을 만나 성과의 비결을 물어 보았다.

“최근에 워낙 시장이 안 좋다 보니까 스타일 펀드들이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네비게이터펀드는 그런 펀드는 아니에요. 대형주에 투자하죠. 삼성전자, 현대차,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펀드라고 말하면 그런 것들도 되냐? 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런 시장이었던 것 같아요.”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펀드가 투자하는 종목수가 적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좋은 것은 아무래도 종목 피킹을 잘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라고 묻자, “종목 피킹이 당연히 제일 중요하죠. 그러나 종목수가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최근에 대형주 없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종목수가 그렇게 보이는 데, 대형주 중에서 충분히 분산을 해 왔다고 보거든요. 보통 대형주 위주로 40~50개 종목에 투자를 하는 데 시장 상황 자체가 중소형주에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매력적인 종목이 제한적이더라고요. 쏠림이 심하고 비싸고. 반대로 대형주는 주가가 낮아서 편안한 수준으로 보여 포트폴리오가 대형주로 가 있는데 보통은 중소형주도 일정수준 가져갑니다.”라고 답했다.

펀드는 통상적으로 40~45개 종목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35개 내외로 보통 때보다 5~10개 정도 줄어든 상태고, 중소형주 없이 대형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라서 종목수가 적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또, 지금의 시장 상황이 오히려 종목을 선별적으로 잘 골라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중소형주를 포함해 50~100개 종목을 가져간다고 해서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종목 피킹의 노하우에 대해서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기 보다 결국에는 실적 전망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누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보느냐? 그런 것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실전 전망을 하는 부분은 저희 나름의 노하우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좀 더 장기적으로 보는 관점 같아요.”라고 했다.

펀드를 운용해 오며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 일까요? 라는 질문에, “요즘이 좋은 것 같아요. 작년에도 성과가 좋았는데 작년에는 성과가 좋았던 펀드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고, 올해는 시장도 좀 나아졌고 작년보다 못했던 펀드도 많죠. 잘했던 펀드들도 상반기에 좋았다가 하반기에 많이 안 좋아졌는데, 저희는 꾸준히 좋았죠. 작년, 재작년 노력한 것들이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봐요.” 라고 답했다.

“덧붙여 이야기 하자면, 저희 내부적으로 내년 시장을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비관론이 많은 데 저희는 시장이 좀 업사이드될 수 있다고 봐요. 시장도 좋아지면 저희처럼 대형주로 운용하는 펀드들이 성과내기가 더 좋아지는 환경이라고 보거든요. 저희가 바라는 타이밍이 왔다고 보는 거죠. 앞으로 잘하면 더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라는 말도 추가했다.

성과가 안 좋아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는 지 물었다.

“스트레스 받죠. 그런데 매일 매일의 성과 때문에 라거나 시장이 이상해서 힘들다거나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자기 포트폴리오나 전략에 확신이 있으면 며칠, 몇 달 성과가 안 좋아도 사실 그렇게 불안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은 빠지지만 이게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까요. 오히려 빠지면 더 살 수 있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취하면 되거든요.”라며, “저 같은 경우, 가장 힘들 때는 수익이 안 좋을 때가 아니에요. 어떻게 할 지 모를 때에요.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 모를 때에요.”라고 했다.

시장에 대해 편안하고 생각이 뚜렷할 때는 지금 당장 안 좋아도 불편하거나 하지 않다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면 자기가 노력해서 생각을 뚜렷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고 했다. 성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자기생각이 틀릴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은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냥 받아 들이고 한 단계 승화시키는 것이지,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고 했다.

힘들지만 천직인 것 같다고 하자, “사실 힘들죠. 그런데 우리 일이라는 게 힘든 만큼 고객에게 돌려주는 거니까. 그래서 늘 미안하죠. 지금 성과가 좋다고는 하지만 매니저 입장에서는 항상 미안하거든요. 저 종목 좋았는데 조금 더 샀으면 더 수익이 났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벗어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사명감을 갖고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고객들 돈에 대한 일이고, 내가 좀 더 잘하면 밸류를 만들어 주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비게이터펀드는 박현준 코어운용부문장이 10년 가까이 펀드매니저 변경 없이 운용하고 있다. 이에대해 “개인적으로도 좋아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네비게이터펀드를 필두로 펀드들이 성과를 내며 팀별로 책임매니저 형태로 가져가고 있어요. 장점도 있고 반대로 단점도 있죠. 사실 요즘 어떻게 운용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르는 펀드들도 태반인데, 매니저가 지정되어 어떻게 운용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펀드 IR을 통해 투자자에게 알리고 매니저를 노출해 왔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떳떳한 것 같아요.”라는 말과 함께, 뻔한 이야기 같지만 사명과 포부, 목표를 가지고 진지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흔히들 투자자들에게 펀드는 장기투자가 원칙이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들은 3년 이내에 매니저 변경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한 명의 매니저가 장기간 펀드를 운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원칙을 고수하면 신뢰를 얻는다.”

원칙을 고수하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박현준 부문장. 오늘도 그는 장기투자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부문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졸업

- 1999.04 ~ 2003.03 KB자산운용 채권운용팀

- 2003.09 ~ 2006.10 KB자산운용 주식운용팀

- 2006.10 ~ 2008.12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

- 2009.01 ~ 2015.04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4팀장

- 2015.04 ~ 現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