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야망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분야에서 속칭 ‘잘 나가길’ 원하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서나 업무에 종사하면서 남들보다 톡톡 튀고 싶어 하기도 한다.

80년대 후반 20대의 많은 증권회사 신입직원들은 증권업계의 얼굴마담격인 주식을 원(怨) 없이 주무르거나, 국제부에서처럼 당시에는 특권처럼 여겨졌던 해외 출장 등 보여 지는 일들을 통해 빛을 발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반면에 국가 경제의 거대한 흐름을 담당하면서도 한 집안의 맏형처럼 소리 없이 움직이는 채권분야는 대중적으로 그렇게 튀지도, 그렇다고 대외적인 인지도도 높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당시에는 오히려 채권분야를 선택한다는 것이 특별해 보이기까지 했다.

따라서 채권 전문가가 되기로 작심하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채권전문가가 되고 만 많은 전문가들을 보면 각기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있는 것 같다.

1987 년 대우증권에 입사했던 한 신입사원 역시 다른 채권전문가처럼 채권에 대한 관심은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다름 아닌 신입사원 연수시절 채권 관련 서적 머리말에 있는 "Gentlemen trade bonds"라는 말이 그에게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 당사자는 현재 하나알리안츠 채권운용담당 상무인 정은수 매니저다.

“ ’신사들은 채권상품들을 거래한다’ 라는 말은 채권상품과 신사의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채권투자는 주식처럼 개별기업의 정보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닌 거시경제의 균형점인 이자율을 다루는 일입니다. 또한 채권은 미래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는 주식과 달리 이미 채권투자로부터 미래에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게임의 법칙(Rule)이 미리 잘 정의되어있고 경제 균형에 더 근접하고 있다는 점이 저에게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

다시말해 ‘신사는 채권에 투자한다’는 말은 채권에서 보장한 일정 수익률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의 투자대상이다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또 다른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즉, 채권투자는 주식투자만큼 동적이지는 않지만 게임의 법칙(Rule)이 미리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마치 난해한 문제를 하나하나 풀면서 거대한 미로를 뚫고, 급기야는 목표한 대가를 얻는 과정이 신사의 행동거지와 같다는 것이다.

가격은 균형이다. 균형을 이루는데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의 거시경제 균형점인 이자율은 그 나라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으로 자본 유출입이 가능한 시장에서의 이자율은 더욱 그러하다. 자본개방이 된 시점에서 해외요인은 고정된 값이 아닌 실시간으로 변하는 변수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로 인해 채권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요인만을 알아서는 안된다. 해외요인 뿐만 아니라 그 요인과 국내시장의 연결 메커니즘(Mechanism)에 대해 이해하여야 한다.

정은수 매니저는 대우증권 다니던 중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이론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런던정경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하였다. 재무학을 전공하던 중 국제금융 특히 국제금융과 관련된 파생상품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유학후 대우증권에서 해외유가증권 영업시절에 고객사인 Cargil사의 헤지펀드인 FMG에서 아시아채권 Trader자리로 이동하여 환율연계채권등의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금리수준에 대한 예측에 의한 매매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금리를 언제나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략을 통해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고 투자리스크를 적절히 분산 관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은수 매니저는 Cargil사에서 해외금융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 Allianz생명에서 장기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이후 알리안츠 생명 운용부분이 분사하면서 현재의 하나알리안츠로 와서 채권운용프로세스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 국내는 아직 운용관련해서 Trading과 Investment의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5년의 중장기 펀드에서는 Investment의 정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펀드별 고객의 Needs에 맞는 벤치마크대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운용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합니다. 자금잉여국가로 접어들수록 장기투자위주의 시장으로 점차 재편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합리적 일수록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반면 끊임없이 매니저는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초과수익을 위해서는 가치평가에 기반을 둔 투자를 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가치에 대한 인식과 가치평가에 기반한 투자가 중요하다.

“ 가치는 위험과 수익의 양쪽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식할 수 있고 계산이 가능한 리스크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대가치(Relative Value)를 판단하여 투자해야 합니다. 즉 시장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에 투자해야 합니다.”

자본시장 개방이 확대되고 채권시장이 합리적인 시장으로 변할수록 장기운용중심의 시장이 빨리 찾아 올 것이다. 이 때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시장에서 사전에 알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펀드매니저는 위험대비 상대가치가 높은 초과수익달성 방안에 대한 노하우 축적이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정은수 매니저는 강조한다.

<김양진> (www.funddoct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