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이 이겨라!!'

LS운용의 전신은 ‘델타투자자문’이다. 2000년 설립되었던 델타투자자문은, 운용업계의 마이너리그라 할 수 있는 투자자문사 사이에서 운용자산이 1조원을 넘는 규모로 투자자문업계 3위에 속했던, 소위 거물급 투자자문사로 통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명성을 등에 업고, 공모시장 진출을 위해 ‘LS자산운용’으로의 변신을 꾀하게 되었다. 지난 07년 3월 LS그룹의 지주회사격인 LS전선에 전격 인수돼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자산운용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델타’란 사명에서 짐작했겠지만, LS운용의 자문사 시절은 파생상품 운용 전문회사로 불릴 만큼 파생상품에 주력했었다. 당시 델타투자자문의 운용자산 가운데 파생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르렀다. 특히 추종지수에서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에 관해 입지를 다져온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이들이 LS자산운용의 이름으로 처음 내걸었던 주식형 공모펀드는 ‘LS장수기업포커스주식’ 펀드였다. 이 펀드는 오래된 기업일수록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꾸준한 수익성을 보인다는 전제하에 국내 기업 중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중 30년 이상의 장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가진 일반주식형 펀드다. 이는 사실 인덱스 펀드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구)델타자문’의 첫 번째 펀드로서는 다소 의아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펀드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의문은 금세 풀린다. 이 펀드는 어느 주식형 펀드들에 비교해서도 위험수준이 월등히 낮다. 펀드 위험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표준편차는 일반주식형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배당펀드의 유형평균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시장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베타 역시 두드러지게 작다. 펀드에 편입된 업종 비중과 종목들 역시 타 펀드들과는 사뭇 다르다. 투자기간은 길지 않지만 그동안 쌓아올린 수익률도 꾸준히 양호한 흐름을 이어오는 중이다.

이처럼 LS자산운용은 이 펀드를 통해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과를 추구하겠다’는 그들의 철학과, 그에 대한 굳은 신뢰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즉, ‘LS장수기업포커스주식’은 ‘델타자문’을 통해 쌓은 그들의 철학과 실력을 응집해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일반 주식형펀드에 접목시킨 형태인 것이다.

조직 부분에서도 이 같은 성향이 잘 드러난다. 인덱스 펀드팀이 구색맞추기처럼 주식운용팀의 한부분에 소속되어있는 다른 운용사들과는 다르다. LS운용은 AI팀의 수장이 AI팀과 액티브운용팀을 동시에 관리한다. 즉, 이는 그만큼 인덱스펀드와 일반주식을 운용하는데 있어 운용의 방향성이나 무게감을 달리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 진다.

그리고 그 조직의 구심점에는 바로 LS운용 AI본부장인 심재환 본부장이 있다. 그는 LG증권 리서치 시절부터 다져온 업계경력에, 운용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이 더해진 매니저다.
LG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시절, 사내 인덱스펀드 매니저 공모를 통해 펀드매니저로 전향한 김본부장은 이때부터 LG증권의 운용팀에서 경력을 다져갔다. 이후 푸르덴셜운용으로 옮겨와 모진 풍파 속에서 인덱스 관련펀드 등 2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그는 펀드매니저로서 두둑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그즈음 날아온 델타자문의 러브콜은 심본부장처럼 인덱스와 파생 등에 경력이 풍부한 ‘적재(適材)’를 델타자문 같은 ‘적소(適所)’로 이끌어 주었고, 이후 그는 ‘델타’투자자문에서 'LS자산운용‘으로의 선회를 순조롭게 이어준 일등 공신이 되었다. 

현재 시장에는 60개가 넘는 운용사들이 존재하지만, 하우스의 색깔이 분명하거나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운용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이다. 특히 펀드매니저의 이동, 운용철학 및 프로세스의 잦은 변경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해 펀드의 성과와 스타일이 일관성을 가지기 힘든 것이 운용업계의 현실이다.
반면 LS운용은 판매사의 입김에 시달리거나, 시장의 트렌드에 충실하기 위해 새로운 펀드를 만드는 일에 안간힘을 쏟지 않는다. ‘토끼와 거북이’란 우화 속 거북이처럼 이런저런 유혹들에도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자기 갈 길만 묵묵히 가겠다고 한다.

사람이나 회사나 외부적인 요인들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S운용은 확신에 찬 목소리이다. 이는 바로 자문사 시절의 성공과 경험을 통해 쌓이고 다져진 운용철학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조직 내에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LS그룹이 금융사업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LS산전의 자회사이라는 부분이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우리의 부모님들처럼 말이다.

다만 그들이 추구하는 운용철학으로는 단기간 눈에 띄는 성과를 드러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남는다. Give&Take, 높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특출난 수익을 얻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장기적인 성과로 인정받는 것이 정답이긴 하지만, 시장도 투자자도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LS운용이 더 이상 자문사가 아니라 운용사인 이상 불특정다수인 일반 대중의 자금을 받아 규모 확충에도 신경써야하는 공모 운용사의 입장으로서, ‘반짝’이는 펀드성과는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임에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제로인 펀드 투자자문 조사분석팀 공승희대리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심재환 이사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 MBA, Indiana University
- LG증권 금융공학팀, 선물옵션팀
- 푸르덴셜자산운용 주식운용팀
현재 L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