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작년 2007년과 올 2008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변화무쌍 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눈에 보이는 수익률의 급등락이나 자금의 유출입뿐만이 아니다. 엄청난 인력의 변화들이 운용사를 휩쓸고 지나갔으며 이러한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 운용사의 경우 간판만 과거 그대로지 인력이나 조직은 완전히 새롭게 개편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진운용은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올 1월, 간판까지도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모회사였던 서울증권이 유진투자증권으로 바뀌면서 자회사인 운용회사도 서울운용에서 유진운용으로 변모한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라고 했던가. 거의 모든 인력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식운용의 강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작년 7월 권호진 대표가 부임하면서 예견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권호진 대표는 국민투신, 템플턴, 세이에셋, 신한BNPP의 운용본부장을 거치며 속칭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더욱이 거쳐 온 회사가 나름대로 특징을 보이는 회사이고, 개인적으로도 가치주라는 운용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다고 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가 대표이사인 회사들에서는 그렇지 않은 회사들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회사가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다른 회사보다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운용의 색깔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색깔이 유진운용의 인력 구성에서도 투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 투영의 결과물은 김상환 주식운용본부장에게서 찾을 수 있다. 권호진 대표와 김상환 본부장의 인연은 신한BNPP에서 비롯된다. 권호진 대표가 세이에셋에서 신한BNPP CIO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상환 본부장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이 때 의기투합해서 운용했던 펀드가 프레스티지고배당주식이다. 사실 수익률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2005년 이후 주식시장은 배당주 펀드에게 적합한 밥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운용에 대한 두 사람의 고집은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시기였다. 자신의 운용스타일과 색깔을 지켜나가는 고집이 가감 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상환 본부장이 2006년 10월 신한BNPP를 떠나 1년 남짓 코스모투자자문에 적(籍)을 두는 동안 두 사람을 위한 또 하나의 자리가 준비되고 있었다. 유진운용(당시에는 서울운용)으로 옮기게 된 권호진 대표가 남다르게 뜻을 두고 있던 김상환 본부장을 설득해 같이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자신의 뜻을 펼치길 원했던 김상환 본부장에게 있어서도 결코 나쁜 제의는 아니었다. 미래에셋자산, 신한BNPP, 코스모투자자문을 거치면서 자신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던 그에게 운용본부장이라는 직책은 무거우면서도 쉽게 찾아오지 않을 기회였기 때문이다.

사실 김상환 본부장에게 주식운용본부장이라는 책무가 주어진 것은 그에게 있어서나 운용업계에 있어서도 다소 충격적이다. 나이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72년생인 그는, 올 해로 37살이다. 아마도 현재 국내 자산운용업계 내에서 가장 나이 어린 주식운용본부장일 것이다.
적어도 권호진 대표와 김상환 본부장의 운용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운용사에 이렇듯 젊은 주식운용본부장의 조합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상환 본부장은 권호진 대표의 그늘 밑에 숨기를 원하지 않는 듯 보인다. 먼저 현재의 인력을 구성 하는 데에 있어 김상환 본부장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운용에 대한 독립성이다. 운용이라는 것은 겨울과 봄 사이의 시장이라는 살얼음판을 건너는 것과 같다. 항상 집중 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책임지지 않을 먼발치 주변에서 훈수를 둔다면 신경은 분산되고 집중은 흐트러지고 말 것이다. 특히 과거 경험이나 연륜으로 보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의 훈수라면 더 더욱이나 그렇다. 하지만 김상환 본부장은 운용의 핵심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이렇듯 인력 운영과 펀드 운용에 대한 독립성이 확보된 이상 성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젠 김상환 본부장에게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새 술과 새 부대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설렁탕이나 곰탕처럼 진하게 우려 나온 사골의 깊은 국물 맛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맹물에 국수를 담근 것처럼 말이다. 유진운용의 주식운용팀 구성원들은 거의 모두 2007년10월 이후 올 1월 사이에 꾸려졌다. 어떻게 보면 현재는 상견례가 막 끝나고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회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 여기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일 지, 자신의 능력은 어떤 형태로 검증받을 지 등 서로간의 생각이 충분히 공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으로만 모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구성된 인력 중에서 그 자신과 2006년 서울운용에 들어 온 송명준 과장을 제외하면 모두 자산운용업계 출신들이 아니다. 비판적인 관점에서는 조직의 모습이 몸보다 의욕이 앞선다고 볼 수도 있다.

김상환 본부장도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일면 수긍하지만 일면 반문하기도 한다. 운용 철학이나 운용의 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와 경험만으로 버티는 것은 오히려 깊은 상처를 반창고로 치료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는 완전히 도려내고 완전히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낮추고 기초부터 하나씩 배워나가는 자세가 오히려 어줍지 않은 경험으로 능력 있는 체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현재의 인력들은 나름대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다. 김한성 차장이나 최보근 과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김상환 본부장이 늘 눈여겨봤던 인물들이었다. 회계사 출신들도 새로운 조직의 일원으로 소속됐다. 회계사 출신들은 주식 자체에 대한 센스는 다소 낮지만 기업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이 회계사 출신이기 때문에 그러한 속성을 더욱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마치 신출내기 몇 명이 모인 조직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각자 비장의 무기를 가진 인력들로 구성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기업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주 성향의 운용스타일에서는 말이다.

어쩌면 작년 12월말에 출시된 유진점프업주식은 향후 유진운용이 나아갈 포트폴리오의 성격과 운용스타일을 적절히 대변해 주고 있다. 유진점프업주식은 향후 기업실적이 턴어라운드 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을 쫓기 보다는 재무구조나 실적 등이 개선되는 기업을 철저히 분석해 보유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철저한 기업분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운용의 방향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때가 묻지 않은 현재 인력들의 강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운용조직이 만들어진 후 처음 내 놓은 상품으로서 유진점프업주식이 갖는 의미는 크다.
김상환 본부장의 어깨도 부담감으로 무겁다고 한다. 비록 현재 운용규모는 200억 남짓하지만, 펀드가 갖는 의미는 그 이상의 규모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이제 유진운용은 새로운 술과 새로운 부대로 첫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초석이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유진운용은 2～3년 후의 유진운용보다 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대내외적인 우려가 있는 가운데, 과연 유진운용이 많은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술에는 장사 없듯이, 손실을 버티고 나갈 투자도 없다. 결국 앞으로의 성패도 운용의 성패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김상환 본부장에게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인생의 말미에서만 적용되는 격언이 아니라, 어쩌면 인생의 새로운 출발에서도 적용되는 격언일지도 모르겠다.

(제로인 펀드 투자자문 이재순 조사분석팀 이사 www.FundDoctor.co.kr, www.Zeroinia.co.kr)

김상환 유진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서울대 경영학 석사(CFA)
- 안건회계법인
- 미래에셋자산운용
- 신한BNPP투신
- 코스모투자자문
07.10 ～ 현재 유진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