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면 그 결과가 좋을까? 마음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투자 때문에 본업의 성과가 떨어지고 가정생활의 활력을 빼앗긴다면 그 투자에 대한 목적과 효율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몇년 전 친한 친구가 주식투자에 홀랑 빠졌다. 처음에는 경험도 없고 겁도 나서 2백만원만 투자했는데 그게 사고를 쳤다. 두달만에 47% 수익을 내버린 것이다. 베팅 좋아하는 한국인 정서를 그대로 물려받은 이 친구, 수익을 실현하고 신규자금 1,000만원과 함께 새로운 종목에 도전했다. 여기저기서 입수한 1급 정보와 영적인 자신의 분석력을 믿고 다시 한번 베팅했다.

결과는 2연타, 승률 100%, 이제 1,000만원은 돈도 아니다. 적금을 깨서 2,000만원을 추가로 투입시켰다. 이때쯤 대부분 문제가 발생한다. 이 친구도 세번째 몰아친 한방이 컸다. 그 동안의 수익을 다 날리고 원금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하면서 배우자 몰래 예금담보대출 받아 넣고, 퇴직금 중간정산 받아 넣어, 수익은 찔끔, 손실은 크게 보는 악순환을 2년 여간 되풀이 하면서 급기야 신용카드 11개로 현금서비스 받아 돌려막기 쇼를 하기 시작했다.

은행이자 정도의 수익은 고사하고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에 적금 물리고, 연 10% 이자의 현금서비스를 밑천으로 운용하는 초단기 투기성 급급 매매는 더욱 수익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경제적 손실은 둘째치고 일상생활과 본업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심지어 인터넷에 떠도는 재야의 고수를 찾아가 무작정 만나달라고 사정한 경우도 있고 한강에 뛰어들 생각도 했다니, 본업이 뒷전으로 밀려난 건 당연했다.

이쯤되면 이 친구의 정신적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그 상황이 이해됬지만, 그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사고의 초점이 주식투자 손실에 집중되어 다른 조건들은 무시되었던 것이다. 사실 투자손실은 금액으로 1억원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큰 금액이었지만 목숨 걸 정도는 아니었다.

그 친구는 맞벌이 부부로 얼추 계산해도 연 1억 정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으며 가진 재산도 적지 않았다. 전체 자산대비 손실비율은 20% 정도로 연간 근로소득이 많고 나이도 젊어 재무상황을 재정비 한다면 손실복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어떤 설득으로도 통하지 않았던 그 친구는 ‘사고의 초점을 전환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빠르다’ 라는 말에 필이 꽂혔는지, 아니면 본인이 처한 상황에 지쳤는지 배우자에게 이실직고 하고 모든 경제권을 이양하였다. 그 후로 그의 찌들은 표정은 밝아지고 광택까지 났다. 어만데 돈이 안 들어서 그런지 대형차도 장만하고 큰집도 마련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찌들었던 그가 너무나 여유로워 보이고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안정되어 보였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 등 역동적인 투자 또는 투기를 할 경우에는 시야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고의 초점이 한군데로 집중되는 것이다. 직접투자를 하는 경우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사고의 초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 전체자산 또는 소득을 포함하여 수익비중을 계산하자. 전체자산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주식투자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은 아주 무시해도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따지면 주식투자에 몰입하는 시간을 주 소득활동에 투입하거나 다른 투자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이 주식투자분의 손실을 만회하거나 더 큰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사고를 전환하면 전체자산의 증식에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주식투자의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주가의 심한 변동에도 부화뇌동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장기투자 할 수 있어 조급한 투자에 비해 결과도 좋아진다.


CFP 홍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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