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회복국면을 보이면서 주가가 많이 회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위기를 탈출한 국가로 평가 받을 정도로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그에 다라 주가도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의 여파로 주식형 펀드의 환매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13조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2009년 들어 펀드의 환매규모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주가가 1,500선을 돌파한 지난 9월에는 펀드 환매액이 3조원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이러한 펀드 환매의 형태를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보인다. 첫 번째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국내 주식형 펀드 위주로 환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원금 회복이나 수익률 상승이 해외 주식형 펀드보다 빨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해외투자 지역인 중국의 경우 상해종합지수가 아직도 2007년 말 최고점 대비 50% 정도 하락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주가가 상승해야 환매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적립식 펀드투자 환매액이 전체 환매액 중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8월을 기준으로 적립식 판매 잔액은 전월 대비 1조 6,730억원 감소한 75조 2,910억원을 기록했다. 8월의 경우 전체 환매 자금 22조 5,000억원 중에서 적립식 투자에서 환매된 금액이 1조 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적립식 투자의 환매가 거의 70%에 이를 정도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펀드 환매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투자자들의 투자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자금은 직접투자나 간접투자의 구분 없이 장기간 투자 되어야 한다. 이때 장기라고 하는 기간은 경기 사이클이 최소 단위인 5년 이상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10년 이상이 되어야 장기간 투자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1년 전후의 투자 기간을 선호하며, 적립식 투자도 3년 정도가 장기 투자라고 생각한다. 장기 투자에 익숙하기 못한 투자 문화가 이러한 환매 사태를 불러오는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매우 취약하고, 투자의 후행성이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까지의 주가 상승기에 펀드 투자자금은 주가지수 1,600선 이상에서 가장 많이 유입되었다. 주가가 정점에 거의 근접해서야 비로소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곧 이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원금 회복을 기다리면서 의도하지 않은 장기 투자에 들어간다. 그리고 1-2년 정도의 하락기를 인내하고 나서 주가가 상승해 원금이 회복되면 수익을 맛 볼 기회는 포기한 채 환매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악순환은 주가 하락기에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매수했다가, 주가 상승기에 과대 평가된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가치 투자의 기본적인 원칙을 철저히 외면한 투자다. 아직 한국의 투자자들의 투자 경험이 적고, 투자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매우 취약하며, 가치투자의 자세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셋째, 제도적인 문제점이 요인이다. 외국의 경우 펀드의 대량 환매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펀드투자자들의 50% 이상이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 같은 연금제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이 정해진 나이 이전에 중도환매를 하게 되면 많은 세금이 추징되며, 연금 투자가 의무화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다시 펀드에 가입할 수 밖에 없다. 미국 투자자들의 95%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를 구입했다고 답할 정도로 펀드는 은퇴자금과 깊이 연계되어 있다. 또한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계속해서 연금 적립을 유지했으며, 단지 3%의 근로자만이 적립을 중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펀드는 연금제도와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투자의 수단으로 변질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진정한 펀드의 투자효과를 맛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투자자가 최초에 투자했던 목적과 투자기간에 맞추어 펀드를 환매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처음 펀드에 가입할 때 의미없이 정한 만기가 도래했다고 해서 펀드를 환매한다거나 단순히 주가 상승이나 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환매하는 것, 또는 원금회복에 대한 안도감 때문에 환매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심사 숙고해 보아야 한다. 펀드 투자는 본래 자신이 가진 재무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펀드 가입 전에 투자 목적과 기간을 신중히 검토한 후에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에 더해 환매할 때 역시 처음 설정한 투자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아직 이루어야 할 꿈이 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는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머니트리 재무설계사 이 정 훈

AFPK/공인재무 설계사
다음 카페 "재무설계로 푸는 부자의 꿈"
(//cafe.daum.net/Moneytree) 운영자
한경비지니스 칼럼니스트
월간골프 칼럼니스트
서울시복지재단 & 한국FP협회
파이낸셜플래닝 전문강사 및 상담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