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하반기에 들어선지도 한 달이 넘었다. 지금쯤은 올해 투자 시장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하루 건너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교차하면서 투자자들도 지친 기색이다. 이런 현상은 증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전반이 비슷한 모습이다.화끈하게 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매수가 살아날 만큼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유럽을 보면 투자자산을 모두 팔아서 현금으로 보유하고 싶고, 미국을 보면 현금 50%, 주식 50% 보유로 생각이 바뀐다. 그러다가 아시아 시장을 보면 그래도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할 것 같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동시에 나온다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5년 내 최저 임금 100%인상 소식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또 재정적자를 감소시키겠다는 선언은 재정정책의 축소에 의한 경기둔화라는 악재를 의미하지만, 건전재정의로의 회귀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소식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악재와 호재가 동시 출현 하다 보니 시장은 방향성을 잃고 민감하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나 시장이 아직도 불안하고 예민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조차 우왕좌왕 하는 이때에 일반 투자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항상 강조하는 투자 원칙을 반드시 세우고 그 원칙에 철저히 따라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투자 원칙들을 살펴보자.

첫째, 모든 자산은 안전하지 않다. 현금이라 할지라도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회 수익률이 높은데 현금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기회를 잘 살펴서 반드시 특정 자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단지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있어서 가장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둘째, 어떤 자산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 자산의 역사적 가격대로 판단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5개의 자산, 즉 부동산, 채권, 주식, 원자재, 금 이 그 자산의 가격 사이클 중 어느 지점에 있느냐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채권, 금의 가격은 각각 역사상 최고점이거나 그 부근이다. 원자재는 최근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승여력이 있다. 하지만 원자재 투자에 있어서 진정한 문제는 가격대가 아니라 투자방법이다. 대부분의 원자재 투자는 선물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것이 투자를 선뜻 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에 비해 주식은 20년 평균 가격 대비 30-40% 싸게 거래되고 있다. 당연히 역사적으로 최고점 근처에 있는 자산에서 그렇지 않은 자산으로의 이동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셋째, 배당이나 이자가 없어서 재투자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자산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자산이 되기 힘들다. 부동산이나 금 혹은 원자재를 소유한다고 해서 배당이 나오지는 않는다. 시세 차익만이 있을 뿐이다. 반면에 주식과 채권은 배당과 이자가 존재한다. 재투자 즉 복리 효과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상상보다 큰 격차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성장 가치가 없는 자산은 투기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투자의 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 앞서 언급한 아파트, 원자재, 금은 성장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자산들 뒤에는 투자보다는 투기라는 단어가 더 많이 뒤따라온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의 투자 대상이 되는 기업은 잘하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성장한다. 주식을 보유한다는 것은 그 기업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이상의 네 가지 원칙에 따라 투자해야 할 자산을 정했다면 그에 더해 매우 중요한 원칙 한가지를 추가해야 한다. 바로 장기투자이다. 합리적으로 투자자산을 선정했더라도 시환에 연동된 단기적인 투자 방식을 고수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묻지마 투자와 손실에 대한 조급증, 원금회복 때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환매 사례 등 단기 투자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어떤 투자자산에 투자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맛볼 수 없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장기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기 투자와 달리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과 동행하며 그 과실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2000년 초 332조원 이었던 코스피의 시가총액이 2010년 초에 848조원으로 2.5배 이상 성장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꾸준히 장기 투자 했다면 이 과실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최근 한 외국의 전문가는 올해 시장을 대약진을 위한 전초전이라고 이야기 했다. 1970년 이래 미국에서 발생한 이번과 유사한 세 번의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시장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위기 직후 11개월 정도 지속되는 반등장, 이후 1년 가까운 조정장, 그런 다음 5-6년에 걸친 대상승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의 시장과 매우 유사한 모양이다. 물론 과거의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합리적인 장기 투자를 실천한다면 분명히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공인 재무 설계사 이 정 훈
 
  AFPK/공인재무 설계사
  다음 카페 "재무설계로 푸는 부자의 꿈"
  (//cafe.daum.net/Moneytree) 운영자
  한경비지니스 칼럼니스트
  월간골프 칼럼니스트
  서울시복지재단 & 한국FP협회
  파이낸셜플래닝 전문강사 및 상담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