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면 그 결과가 좋을까? ‘불편한 투자Ⅰ’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자로 인해 본업의 성과가 떨어지고 생활의 활력을 빼앗길 정도라면 그 투자에 대한 목적과 효율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지인 중에 100억대 자산을 소유하신 분이 있다. 서울 중심가에 빌딩, 경기도 땅 등 부동산과 함께 주식으로 30억 정도 직접투자를 한다. 50대 후반으로 은퇴 후 혼자 살고 있어 소요되는 비용도 그리 많지 않다. 이 정도면 보통사람들은 “걱정 없이 넉넉하게 잘살겠다”고 생각할거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의 욕망에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부족하게 생각하거나 더 많은 것을 바란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였던 로버트 프랭크가 미국 상류사회의 백만장자들을 인터뷰한 ‘리치스탄’에 백만장자들은 다른 부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수시로 좌절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이 소유한 자산규모에 상관없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보다 최소 두 배는 더 가져야 안전하다고 느낀다. 이미 부자인 그들은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 결코 가질 수 없는 마음의 평정을 기다리며 계속해서 기회를 좇아 다닌다고 한다.

이 분도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여행 말고는 달리 취미가 없어서인지 역동적이고 매일 베팅할 수 있는 주식투자에 몰입되어 있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올려주고 있고 지루하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재미는 없다. 신경 쓰이는 건 주식투자뿐이다.

언제나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주식투자는 이제 한시도 관심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요즘엔 IT인프라가 좋아져서 언제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주가변동에 신경을 끊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집중할 수 있고, 더 많이 신경 쓸 수 있다. 심지어 유일한 취미생활인 여행 중에도 국내든 해외든 수시로 주가를 체크하여 가격이 떨어지면 팔지 못해 속상하고, 오르면 사지 못해 속상하니 여행이 즐거운지 여행지의 특별요리가 맛있는지 모른다. 게다가 지병까지 있어 이러한 과민반응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 나이도 젊지 않고 혼자 사는데 건강이 쇠약해져 오래 살지 못 한다면 그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옆에서 지켜보면 참 안타깝다. 그 수준의 자산을 소유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애써 과도한 신경을 쓰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분은 취미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소규모의 사업을 하는 등 소일거리를 찾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다. 봉사활동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늘리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면 사회활동을 확대하거나 연장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쉽지 않다면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기존의 행태를 바꾸는 것이 좋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에 따라 초, 분, 시 단위로 변동하는 주가에 신경 쓰지 말고 기업에 관심을 갖자, 투자하는 기업 또는 투자할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주가에 신경 쓸 시간에 기업과 사회변화를 연구해서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을 기업만 선별하여 투자해 나가자. 그러면 수시로 주가를 체크할 일도 없고 주가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투자가 지루하고 따분해서 매일 매시간의 베팅이 그리우면 전체 주식투자금액 중 없어도 될 정도만 수시 트레이딩에 투입하자. 주식투자자산 중 과민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금액만 투입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분의 경우 10%, 한 3억이면 충분할 것 같다. 10억에서 20억 손해 보는 때도 있으니 이 정도면 없어도 그만이고 운 좋아서 연타를 날리는 경우 전체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투자실력과 투자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고 재미도 충족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계속 남아있게 되면서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투자결과도 좋아질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주가 변동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CFP 홍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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