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 엘런 그린스펀은 2000년대를 5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유동성장세라고 말 한 적이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시작된 유동성은 전세계 자산시장에 유래 없는 자산시장의 호황을 불러왔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산시장의 성장은 자산의 소유자에게는 부자가 될 좋은 기회였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이런 현상이 사람들을 재테크에 대해 열광하게 만들었다. 자산시장이 성장하면서 마냥 열심히 일하고 저축 밖에 모르던 사람들은 가진 돈으로 집 한 채 마련하기도 버거운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너도 나도 부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까 안달했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집 한 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뜨리면서 부자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언제까지나 오를 것만 같았던 아파트가격이 하락하고 이제는 대출을 어떻게 상환해야 할 지 고민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자신이 얼마만큼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을 자초한 것이다.

자산가치의 하락이 가계재정을 위기로 몰고 있다. 재산을 불리기 위해 자신을 소득을 고려하지 않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규모가 자신의 소득을 초과한 것은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를 따지지 않고 이익은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가 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는 좋은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재테크가 오로지 수익률을 올리는데 급급해서 투자에 따른 적절한 위험관리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당사자도 대출해주는 은행에서도 알지 못했다. 투자의 문제가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목표자체가 되는 경우에는 투자성공이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재무설계는 철저하게 재무목표설정을 통해 소득과 지출을 관리해 나가는 방법이다. 목표가 정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평생에 걸친 지출의 규모를 설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가와 잠정적인 수익률이 고려된 재무목표가 설정되면 현재의 소득에서 얼마를 소비하고 얼마를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신이 어느 수준에서 만족할 지 주체적으로 정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으로 이해되기 쉽다. 하지만 자산관리의 목표는 전체 소득을 전체지출과 잘 조화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소득은 지출에 비해 매우 제한된 시간에 발생하는 반면 지출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략 30세 부터 50세 까지 벌어들인 소득은 다 소비되지 않고 자산을 형성한다. 이러한 자산은 결과적으로 80세 혹은 90세 이후 까지 이르는 장기간의 소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애소득을 생애지출과 균형을 이루는 것, 이것이 재무설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처럼 우리가 매월 발생하는 소득을 투자하는 가장 전략적인 목표는 중요한 재무목표들 간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동차를 너무 일찍 구입하거나, 주택을 너무 크게 구입하거나, 아이들에 대한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인해 은퇴가 지장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재무목표가 동시에 고려되는 방법으로 우리는 재무목표 달성 가능성을 지금 보다 월등히 높일 수 있다. 재무목표가 수립하게 되면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필수적인 재무목표에 우선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원하는 것 중에서 순위가 밀리는 투자를 배제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이에 따른 지출이 은퇴 등 다른 재무목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재무목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은 충분한 투자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충분한 투자기간을 통해 목적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복리의 효과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투자금액과 합리적인 위험수준의 투자를 가능하게 해준다. 60세에 은퇴하려는 25세의 젊은이가 은퇴자금 5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월 22만원 정도(수익률 8%기준)필요하지만 45세라면 144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소득을 분배할 때 우선순위가 높고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재무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서 투자계획이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구입하고 나서야 교육비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은퇴준비를 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기적으로 가장 늦은 재무목표에 충분한 자금을 준비할 수 없게 된다. 40대 가장의 가장 큰 고민이 “아이들 교육이야 어떻게 해보겠지만..나의 은퇴는 자신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사람이 일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이는 기간은 인생 전체의 기간을 고려할 때 매우 한시적이다. 또한 현재 소득이 있더라도 미래의 소득은 잠재적인 소득일 뿐이다. 또한 탄력성이 낮아서 소득을 늘리고 싶다고 쉽게 늘리는 것은 매우 힘들다. 반면 지출은 평생에 걸쳐 확정적으로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소득이 있든 없든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지출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위험하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절제된 소비를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것은 모든 재무설계의 기본이다. 소비를 통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고통스러운 일이다. 돈에 관련된 문제를 사람들은 보다 쉬운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무시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돈 문제로 고전하고 부자가 되지 못한다. 지금 미룬 숙제를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지금 참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더 많이 참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자를 동경한다. 더군다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자로 산다는 것은 삶의 다른 가치를 압도한다. 최근 20대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의하면 잘생긴 남자와 돈 많은 남자 중에서 대다수가 돈 많은 남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가 있어야 부자인 지 대답하지 못한다. “한 10억은 돼야 부자가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그럼 9억 정도는 부자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면 또 그건 그렇다고 한다.

재무설계를 통해 부자가 된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재무적으로 자신의 중요한 목표에 적절한 투자가 선행되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현금흐름이 확보된 사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예기치 않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해서 재무적인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잘 계획된 재무적 포트폴리오는 돈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들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현재의 소득과 미래의 지출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게 해준다.

만약 이러한 목표설정 없이 단순히 부를 증가시키는데 집중하면 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라도 행복한 삶을 담보해주지 못할 것이다. 또한 돈 버는 일이 마치 결승점이 없이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 우리의 삶을 구속할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적절한 재무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돈의 속박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 질 것이다.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는 돈 한 푼 들어가지 않는다.

                                                                           (주) 머니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