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저축을 한다. 어떤 사람은 저축하고 지출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또 어떤 사람은 지출하고 나머지를 저축하기도 한다. 우리는 전자의 습관이 좋은 습관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저축하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최근 상담한 사례를 보면,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대충(가명, 32)씨는 곧 태어날 아이의 양육을 준비하기 위해서 필자에게 상담을 의뢰한 사람이다. 결혼 후 5년 동안 저축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목돈 한번 만져본 적 없는 것이 의문이며, 자신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단을 받고 싶어 했다. 나씨의 세후소득은 월 300만원이며, 다세대 주택에서 7천만 원짜리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나씨의 저축상황은 다음과 같다.

※VUL은 해약환급금 기준

나씨의 저축은 소득대비 40%로 높은 편이어서 금액만으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동안 저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큰돈을 모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은행 적금만기가 되었던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매월40만원씩 저축하여 만기에 약 1천만 원의 돈을 찾았었다. 지금도 그렇듯이 당시에도 저축에 특별한 목적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때문에 나씨는 적금을 타고 나서야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세를 올려서 조금 더 큰집으로 이사 갈까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아직 계약 만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고 이웃들과도 친해져서 이사 가는 것은 포기했다. 나씨는 문득 지난 주말에 자동차 수리를 맡겼던 것이 떠올랐고, 아직 2~3년 정도는 더 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동차를 중고로 팔고 약간의 할부를 포함한다면, 신차를 구입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 차 값은 자꾸만 비싸지고 중고차 가격은 자꾸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지금 차를 바꿔야 한다고 아내를 설득한 끝에 새 차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 후, 6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에 수익률이 많이 난 펀드를 환매해서 할부를 청산하고 난 다음 새로 가입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1년 후 적금 만기로 1천만 원을 타게 되더라도 예상하지 않은 용도로 지출해버릴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필자는 나씨에게 저축에 이름을 붙이라고 조언하였다. 인생의 목표 중에서 나씨가 고려해야 할 상황은 자녀교육자금, 주택마련자금, 은퇴자금이다.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VUL의 30만원은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펀드A에 노후준비라는 이름을 붙여서 목표기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VUL과 같은 장기상품으로 옮길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하고, 펀드B는 자녀대학등록금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은행적금은 주택마련을 위한 용도로 이름을 정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정한 목표대로 저축을 실행한다면 예상되는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금리와 수익률은 연7%(복리)로 계산하였으며, 실제결과는 다를 수 있음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지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기간 동안 흔들리지 않는 인내만으로 우리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나씨는 이번 상담을 통해서 자신이 왜 그 동안 돈을 모을 수 없었는지를 이해하였다. ‘불혹’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유혹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자는 40대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만일 당신이 목적 없는 저축을 계속하게 된다면 쉽게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누구나 자신의 저축에 이름붙이는 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 만일 책상 서랍 안에 잠자는 오래된 통장이 여러 개라면 가급적 은행별로 정리하여 합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맞는 이름을 적어보자. 그리하면 결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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